[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3살, 5살 두 명의 자녀를 둔 직장인 A 씨는 퇴근 후 서둘러 마트에 들렀다. 오늘 사야 할 품목은 된장과 두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구마다. 두부를 사려던 A 씨의 손이 멈칫했다. 한 개 사면 한 개 더 준다는 두부는 호주산 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려던 두부가 유전자재조합식품(GMO) 콩에 외국산이라니 왠지 꺼림칙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먹거리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값싼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농약도 쓰고 화학비료도 쓴다. 하지만 소규모 농부들은 정직한 먹거리를 만들어도 도시의 구매자에게 팔기가 쉽지 않다. 유통망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세한 규모로 농사짓는 사람들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제값도 못 받고 물건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농촌의 현실을 주목해 도시와 농촌을 잇는 연결 고리가 되기로 한 목사들이 있다.

▲ 먹거리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농법을 쓰는 농부들 중에는 유통망 부족으로 농산물을 제값에 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생명의망'(www.lifenet.kr)은 기독교생명농어업회(차흥도 회장) 소속 목사들이 중심이 돼 만든 인터넷 쇼핑몰이다. 기독교생명농어업회는 초교파 농민 생산 공동체로 농촌 교회 목사들이 모여 농촌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지 연구하던 중에 나온 아이디어다. 생명의망은 교회가 다리가 되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면 좋겠다는 의도로 지난해 7월 시작됐다.

아직 상품이 많지는 않다. 화학 비료나 농약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천천히 키우는 작물이 많기 때문이다. 생명의망에서 파는 물건의 생산지는 다양하다. 전국 각지에서 만든 먹거리 16가지가 준비돼 있다. 전통 메주, 도라지배즙, 생강청, 고구마, 도라지 장아찌 등 목사와 교회 공동체 식구들이 공들여 만든 친환경⋅저농약 식품을 만날 수 있다.

전통 메주(1짝 2만 1,000원)는 경남 거창이 산지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국산 콩으로 자연 햇빛에 70일 동안 건조 후 볏집 속에서 2주간 띄워 만들었다. 이 메주를 재료로 2년 동안 숙성시킨 된장도 판매(1kg 1만 4,000원)한다. 메주를 생산하는 허운 목사는 교회 공동체와 메주를 만들다 2012년부터 공동체 사업으로 이관했다.

특이한 작물도 있다. 인디언감자로 알려진 아피오스다. 이 작물은 전북 완주 배익수 집사(들녘교회)가 생산한다. 배 집사는 "나와 가족, 다른 이웃이 나의 농산물을 먹는다. 화학비료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 농사는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고 사명과 철학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가 재배하는 아피오스는 무농약 농산물이다. 맛과 식감이 좋아 벌써 다 팔렸다.

농산물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가공 식품도 판다. '하늘 선물 생강청'(500ml 3만 5,000원)은 충남 금산 김명준 목사(받들교회)가 생산한다. 올해 농사 5년 차가 되는 김 목사가 농약 치지 않고 정성스럽게 재배한 생강으로 만든 제품이다. 도라지배즙(1박스 4만 5,000원)은 전남 나주 김창성 목사가 생산했다.

생명의망 갈무리)

농촌과 도시, 함께할 때 회복되는 생명력

생명의망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가 어떻게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 일환으로 도시⋅농촌 교회 자매결연 사업을 시작했다. 1년 단위로 맺는 자매결연 기간 동안 도시 교회는 세 가지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한다. △세미나를 열어 생명의망 잇기 운동을 소개하고 △아이들에게 농활 또는 여름 성경 학교로 농촌을 알리고 △바자회할 때 자매결연 맺은 교회의 물건을 파는 것이다. 현재 두 교회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참여할 교회들과 의견을 조율 중이다.

생명의망 김문선 사무국장은 결국 땅과 먹을거리, 사람을 함께 살리는 것이 생명 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는 농촌은 이미 생명을 중시하지 않는 곳이 돼 버렸다고 했다. 김 목사는 농촌과 도시가 따로 생명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농촌 교회와 도시 교회가 함께 가야 한다. 그동안 산발적인 움직임은 많았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생명 중심의 농산물을 도시 사람들에게 소개해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 생명 농법을 전수하고 공동체의 회복을 도우며 판로를 개척하는 일이 기독교생명농어업회가 추구하는 기본 가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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