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25년 넘게 설교를 해 왔지만, 설교는 아직도 난제 중 난제다. 전하는 메시지를 잘 들리게 하고, 잘 기억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성경 내용이 무엇인가 제대로 파악하는 주해 작업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파악된 진리로 청중들과 의사소통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짐작하건대 오늘날 성도들의 모습은 중세 천주교 시절의 성도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자신들의 종교적인 의무를 다 했다고 하고, 무슨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는지는 모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설교를 듣다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참 많다. 

설교학에서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설교가 바람직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설교를 듣고 난 뒤에 한 문장으로 내용을 요약하기 어렵고,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의 설교를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설교가 그렇다. 에이버리 윌리스와 마크 스노우든이 함께 쓴 <성경 스토리텔링>(아가페북스)은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놀라운 제안을 한다. 스토리로 말하라는 게 이 책의 요점이다.

저자들은 성경이 이야기로 가득 차 있으며, 이런 스토리들에 엄청난 파워가 있다고 말한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하여 가르칠 때, 어떤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을 설파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님은 청중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방법은 오늘날 우리들이 회복해야 할 것이라는 게 이 책의 제안이다.

사람들은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나 적합한 것이고 어른들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실제로 어른들도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어른들은 스토리가 있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는다. 어른들 대화 속에서도 이야기가 오가고, 사람들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사람들의 세계관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더 나아가 복음을 전할 때 변증보다 덜 논쟁적이어서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불교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사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불교는 모순투성이이고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불교의 메시지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가만 보면 불교 메시지들은 그냥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다. 불교의 설화들은 모두 꾸며 낸 이야기들이고,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매료된다. 원효대사와 해골바가지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심어 준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을 대입시키기도 하고, 교훈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것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그런 점에서 스토리의 재발견은 아주 중요하다. 사실 우리는 어렸을 때 성경 스토리들에 매료되면서 꿈을 꾸었다. 나도 요셉 이야기, 다윗 이야기, 야곱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런 점에서 주일학교에서 성경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연극이나 무언극이나 노래 등등 창의적인 방법으로 다시 이야기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책은 어떻게 스토리텔링이 그런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 왔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게 했는가에 대한 실제적인 보고서이다. 또한 어떻게 하면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서이다. 이 책에서는 SUCCESS(성공)을 말한다. Simple(단순한), Unexpected(예상하지 못한), Concrete(구체적인), Credible(신뢰할 수 있는), Emotional(감정적인), Stories(이야기들), Scripture and the Spirit(성경과 성령)이 스토리 텔링의 요소라고 제안한다.

요즘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 설교를 분석하면 스토리 텔링의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멋진 논리와 철학을 담고 감동적으로 설교해도 그 설교는 거의 기억되지 않는다. 이게 내가 늘 가지고 있는 고민이었다. 교회당 문을 열고 나가면서 모두 잊어버리는 설교라는 생각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들은 예화를 기억한다. 예화는 몇 년이 지나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예화들이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는 것을 본다. 스토리 텔링의 파워풀한 증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숙제가 생겼다. 처음부터 내 설교를 다시 포맷하고 구성해야 할 숙제 말이다.

이 책은 설교자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려고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리더는 구성원들을 움직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선생은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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