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신앙을 이유로 평화를 위해 병역을 거부한다? 한국에서 이 주장에 동의하는 기독교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천주교나 불교뿐 아니라 개신교에서도 병역거부자들이 종종 나오고 있지만, 여호와의증인이나 안식교회가 대부분이다. 한국이 분단국이고,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황이기에 병역거부는 국민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성경을 보면, 당장 창세기부터 아브라함이 조카 롯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뛰어드는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예수원 설립자이자 사회정의를 위해 힘쓴 대천덕 신부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병역을 거부하고 선원으로 대체 근무를 했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대중적인 복음주의 신학자 존 스토트 목사도 같은 시기에, 자신이 복종할 대상이 국가가 아닌 그리스도라고 이야기하면서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그는 성공회에서 서품을 받아 군 입대를 면제받았다.

▲ <당신의 빛을 비추소서> / 윌라드 스와틀리 지음 / 최봉기·최태선 옮김 / 대장간 펴냄 / 344쪽 / 1만 8,000원

병역거부를 단지 소수 의견으로 취급해야 할까. 이들이 어떤 성서적 근거로, 병역거부를 통한 평화 실천을 주장하는지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윌라드 스와틀리의 <당신의 빛을 비추소서>(대장간)가 이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윌라드 스와틀리 교수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메노나이트연합성서대학원에서 신약학과 윤리학 특히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하려는 작업은 평화 실천과 평화신학의 성서적 기초를 놓는 것이다. 그는 서문에서 "이 책의 목적은 역사적 평화 교회와 다른 전통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기독교 신자로서 평화와 선교에 대한 헌신을 강화하기 위한 것"(17쪽)이라고 밝힌다.

<당신의 빛을 비추소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평화 증언을 위한 성서적 기초', 2부 '평화 증거와 선교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들', 3부 '평화, 선교, 예배'다. 1부에서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나타난 평화의 가르침들, 예수와 사도 바울의 말씀과 삶 속에서 드러나는 평화적 메시지를 다룬다. 2부에서는 평화 실천에 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성경 구절들이나 신학 견해를 분석한다. 정부 정책과 전쟁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전쟁에 사용하는 세금 납부 문제를 다룬다. 전쟁 개입을 정당하게 여기는 친이스라엘 해석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3부에서는 저자가 예수 복음의 핵심이라 여기는 '평화', '선교'와 '예배'라는 키워드를 하나로 묶고, 이 세 가지 테마에 대해 성경이 뭐라고 말하는지 살핀다. 장(章)이 끝날 때 평화 실천 예배를 위한 교독문 등을 제시해 묵상하거나, 실제 예배에도 쓰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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