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181일째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노숙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노숙자가 된 사람들은 2015년 설 연휴 하루 전날 회사가 해고한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고용노동부의 정규직 판정을 이끌어 냈다. 기뻐할 틈도 없었다. 회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며 하루아침에 비정규직 노동자 101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동양시멘트가 이들을 부당 해고했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줬다.

▲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회사는 설 연휴 하루 전날 비정규직 노동자 101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후 회사와 싸움을 이어 갔지만 동양시멘트는 또 다른시멘트 회사 삼표에 인수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하지만 지난해 7월 동양시멘트는 또 다른 시멘트 업체 삼표에 인수됐다. 새로운 업체 삼표는 동양시멘트가 해고한 노동자들을 외면했다. 그때부터 해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왔다. 강원도 삼척에 사는 노동자들은 서울 삼표그룹 본사 앞에 올라와 길거리 농성을 시작했다.

삼표는 길거리 노숙을 시작한 노동자들에게 강경 대응했다. 삼표 본사 앞에 작은 텐트를 치고 농성하는 것이 불법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2월 4일 삼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회사 앞에 머무는 노동자들에게 하루에 3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농성장에서 하루를 보낼 때마다 각자 30만 원을 내야 하지만 텐트를 지키고 있다.

교회협 "비정규직 문제는 곧 한국교회 문제"

2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는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던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을 찾아 한국교회의 관심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정규직 문제가 곧 한국교회 문제라고 보는 남재영 목사(한국교회협의회 비정규직대책 한국교회연대 대표)가 금요일까지 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장에 머물면서 금식한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김영주 총무)는 사순절 첫 주를 맞아 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들에 관심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남재영 목사는 "한국 사회 노동자 절반 가까이 비정규직인만큼 교인들 중에도 비정규직이 많다. 비정규직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와 직결된다. 사순절을 맞아 교회가 고통 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의미로 동양시멘트 농성장을 찾았다"며 한국교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 최형묵 공동대표도 한국교회에 드리는 호소문에서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현실을 감안할 때 교인의 절반도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다. 오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겪어야 할 고통이기도 하다. (중략)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이라는 차별의 장벽에 가로막혀 절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에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2016년 교회협의 부활절 맞이 주제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 말씀을 하신 후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고 하셨다. 교회협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양'이 한국사회에서 누구를 가리키는지 생각하고, 부활절까지 매주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영적 순례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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