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에서 오정현 담임목사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시하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중 CRC(북미개혁교단) 강도사 사칭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무지를 인정하고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미 나는 '한국과 미국의 강도사 인허의 차이'라는 글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갱신위원회는 CRC에서 오정현 목사가 얻은 강도권이 목사 후보생들에게 주는 CRC 헌법 6조와 7조가 아닌 평신도에게 주는 CRC 43조에 근거했으며, 목사 후보생 자격이 아닌 평신도 자격으로 강도권을 받은 사람이 강도사 행세한다고 비난한다.

이러한 비난은 CRC의 헌법을 오해한 것이며,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미국에 강도사나 전도사 '직책'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좋겠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에서는 교단 신학교에 들어가거나 노회의 전도사 고시를 합격하면 전도사로 불리게 되고, 또한 신학교를 졸업한 후 강도사 고시에 합격하여 노회에서 인허를 하면 강도사라는 직책을 얻게 된다. 이러한 강도사라는 직책은 목사가 되기 위해 적어도 1년 정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공식적인 직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교단에서는 전도사라는 직책도, 강도사라는 직책도 없다. 다만 목사라는 직책만 있을 뿐이다. 목사가 되기 전에는 모두 평신도다. CRC 교단 헌법 6조에 의거하여 강도권을 받은 사람도 평신도일 뿐이다. CRC 내 한인 교회에서는 한국교회 전통에 따라 강도권을 받은 사람을 강도사라 부르기는 하지만, CRC 자체에서는 강도사라는 호칭 자체가 없다. 강도권을 부여받아 설교할 수 있는 자격만 주어진 것이다.

CRC에서는 강도권을 줄 때, 그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에 따라 강도권을 부여한다. CRC의 교단 신학교인 칼빈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헌법 6조에 따라 강도권을 부여한다. 교단 신학교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강도권을 받을 수 없는가? 아니다. 한국은 교단 신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강도사 고시에 응시조차 할 수 없다.

반면 학벌보다 실제적인 자격이 있는가를 중요하게 보는 미국의 CRC에서는 교단 신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인정할 만한 신학적 소양이 있어서 설교해도 좋다고 판단할 때 강도권을 부여할 수 있다. 헌법 43조가 이에 해당하는 규정이다. 교단 신학교가 아닌 신학교를 다니거나 졸업한 사람도, 아예 신학교 근처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자질만 있으면 강도권을 부여한다. 한국의 상황을 비유하여 말하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교단 신학교 장신대학교를 다녀도 예장합동에서 강도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오정현 목사는 CRC 교단에서 강도권을 부여받을 당시 탈봇신학대학원를 다니고 있었다. 신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도사를 사칭했다고 하는 억지 주장은 이제 사라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과는 달리 신학교 졸업생이 아니라도 강도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해가 된 모양이다.

탈봇신대원은 교단 신학교가 아니지만, 강도권을 부여받는 데 문제가 없다. 신학교를 아예 다니지 않았어도 문제되지 않는다. 1985년 1월 22일, 23일 애너하임크리스천개혁교회에서 열린 남가주 클래시스(노회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교단 모임) 회의록에는, 오정현 목사는 비록 교단 신학교가 아닌 탈봇신대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헌법 43조에 의거하여 강도권이 부여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미 내가 밝혔듯이, 미국 내에는 북미주장로교단개혁교단협의회(North American Presbyterian & Reformed Council)라는 게 있다. 지금은 CRC가 여성 안수를 허용하는 바람에 NAPARC에서 제명당했지만, 오정현 목사가 목사 안수를 받을 당시에는 CRC은 PCA(미국장로교단)와 함께 NAPARC에 가입되어 있었다.

어떤 교단에서 목사로 임직을 받으면, 다른 교단에서도 그를 목사로 인정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NAPARC 가입 교단들은 서로를 인정하면서 교류하고 있다. 따라서 CRC에서 강도권을 부여받은 오정현 목사는 PCA에서 강도권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즉 PCA 교회에서도 충분히 설교가 가능했다.

더 나아가, 사실 강도권을 가지고 있었는가 여부는 목사 안수를 받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PCA에서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소명과 순종(Calling & submission) △목사 후보생 교육(Coming under care) △강도권(Licensure) △인턴십(Internship) △목사 안수(Ordination)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강도권을 받는 것은 필수 과정이 아니라, 선택 사항이다. 거의 모두가 강도권을 가지고 설교하면서 인턴십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인 노회 중 강도사 과정을 거치도록 내규로 정한 곳도 몇 군데 있다. 하지만 교단 헌법은 반드시 강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단순히 "목사 후보생 교육 중에 있을 때, 정기적으로 PCA 내에서 설교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강도권을 위한 고시를 통과해야 한다(While under care, a man desiring to preach on a regular basis within the PCA must be examined for licensure)"고 규정할 뿐이다.

희망하지 않아 강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목사가 되는 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목사가 되면 자동으로 강도권이 주어지니까 말이다. 물론 강도권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목사로 안수받는 경우는 없다. 목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과정을 거치면서 모두가 설교를 하기 원하기 때문이다.

법원에 제시된 자료들을 보면 오정현 목사는 PCA 교단에서 목사로 안수받는 데 부족한 것이 없었다. 더 이상 이런 문제로 갱신위원회가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 옛날 타진요(타블로에게진실을요구합니다) 사람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아무리 증거를 대도 믿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모든 것을 믿는 것이다.

의혹이 있다면 그냥 덮고 가자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아예 무조건 불신해 버리는 태도는 옳지 않다. 이해하려고 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은 사랑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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