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사람들> / 김진향 외 3인 지음 / 내일을여는책 펴냄 / 280쪽 / 1만 5,000원

남북한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해 통일 대박까지 이루고자 했던 박근혜 정부가 결국 개성공단까지 폐쇄하고 나섰죠. 거기서 나온 돈이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흘러 들어간다는 판단 때문이죠. 그러나 그 일은 정말로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를 하려고 해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하려 해도, 뭔가 끄나풀이 있어야 하는데, 그 끈마저 끊어 버린 꼴이기 때문이죠.

"개성공단은, 사실상 '기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이토록 엄혹한 남북의 적대와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장난처럼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수많은 민간인들이 함께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면서 민족의 내일, 평화와 통일의 미래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33쪽)

김진향 외 3인의 <개성공단 사람들>에 나오는 이야기죠. 이 책에 따르면 5만 3,000여 명의 북한 근로자 임금과 세금을 합쳐 1년에 약 1억 달러, 약 900억 원 정도가 북한에 들어간다고 하죠. 그래서 북측의 노동 보수 중 30%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사회주의 국가 시책 운영 기금으로 공제되고, 나머지 70%가 생활용품으로 교환하는 상품 공급권으로 지급된다고 하죠.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그걸 무모하게 확대해석한 셈이죠.

그런데 신동아 1월호에 소개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 교수의 인터뷰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전해 줍니다. 김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북중 교역을 통해서만 연간 60억 달러의 물자와 돈이 오가는데,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돈은 연간 1억 달러입니다. 그러니 개성공단의 돈줄을 차단한다 한들 북한이 눈이나 깜짝할까요? 중국에게 잇몸과도 같은 북한인데 과연 중국이 한국 정부의 요청에 순순히 공조하고 나설까요?

한국 정부의 모습이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토니오가 자기 친구의 결혼 문제를 위해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보증을 섰습니다. 상선의 사고로 제때에 원금을 갚지 못한 친구 문제로 안토니오는 계약서에 서명한 대로 '심장에서 가까운 1파운드의 살'을 도려내 줘야 할 판이었죠. 법정 재판장은 둘이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하지만 샤일록은 끝까지 '1파운드의 살을 베야 한다'고 주장하죠. 결국 재판장은 '1파운드의 살점을 가져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고 판결합니다. 궁지에 몰린 샤일록은 '계약 내용에 베니스인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죄목까지 덧붙어 재산까지 몰수당하고 말죠. 개성공단 폐쇄가 그렇게 몰수패나 몰고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왜 그렇게 열을 내는 걸까요? 한국 정부가 취하는 태도가 마치 동네 골목대장이 취하는 형국과 똑같기 때문이죠. 주변세계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진중함이나 미래 세대를 내다보는 비전도 없이, 오직 유아기의 자아 중심적인 힘의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는 까닭이죠. 놀랍게도 그런 모습들이 교회와 교단 정치에서 똑같이 드러난다는 점이죠. 최근 어느 교단의 지방회에서도 그런 모습들이 드러났다고 하죠. 과연 그것이 미래 세대의 목회자들에게 참된 비전이 될 수 있을까요?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마 5:39)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롬 12:20-21)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요, 예수님의 뜻을 받든 바울의 주장이기도 하죠. 상대방에게 당한 피해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는 길, 상대방과 진정한 신뢰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길, 바로 그 해법을 제시한 말씀이죠. 지금 당장 똑같이 보복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분에 넘치는 은총을 베풀면 결국은 그 일로 상대방이 신뢰를 갖고 함께 어깨동무를 한단 뜻이죠. 개성공단도, 지방회도, 우리의 삶도 그렇게 헤쳐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우리네 속담은 괜히 내려온 말이 아니겠죠?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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