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됐든 목사를 비판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하나님의 시각에서 볼 때 죄를 짓는 것이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작년 10월 2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한 말이다. 교회 안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이 담임목사의 전횡인 것을 생각하면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조언은 무조건 목사를 편드는 말이다. 그러나 그다음을 들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교인들이 목사를 직접 비판할 필요가 없는 것은 목사들이 잘못했을 경우 치리를 받을 만한 충분한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목사가 명백한 잘못을 저질러도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교회 이사회나 교회가 속한 교단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이 있으니 교인이 목사를 직접 비판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그렇다. 목사에 대해서도 교회의 치리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굳이 교인이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치리는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장로교 헌법에는 총회와 노회, 당회를 '치리회'로 정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로 판결하는 교회의 치리는 바르고 엄정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치리가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각 교단은 재판을 열어 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판결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노회 재판국, 홍대새교회·사랑의교회 입장 반복

최근 두 노회의 재판에 교계의 이목이 쏠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평양노회 재판국이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의 성범죄를 다룬 것과, 동서울노회가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를 반대하는 교인들을 다룬 것이다. 각각 1월 말과 2월 초 재판 결과가 나왔다. 소식을 들은 기독교인들은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전병욱 목사에게 공직 정지 2년, 강도권 정지 2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전병욱 목사를 재판했던 평양노회 재판국은 홍대새교회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사건이 드러난 2010년부터 전 목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이 여러 명 나왔고 언론사 인터뷰에 응한 사람도 3명이나 됐지만, 재판국은 피해자를 직접 만날 수 없다며 전 목사의 성추행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전병욱 목사 재판은 원고 없는 재판이었다. 분립 전 평양노회 재판국원들을 만나 인터뷰한 피해자들과 삼일교회 관계자들은 원고가 아닌 '참고인'일 뿐이었다. 전 재판국원이 피해자들과 인터뷰한 녹음 파일을 현 재판국에 보냈지만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게다가 재판국원이었던 김진하 목사는 "전 목사와 홍대새교회를 지킬 것"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 사람이었다. 편파적인 결론이 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전 목사는 공직 정지 2년과 강도권 정지 2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동서울노회 재판국은 구성될 때부터 말이 많았다. 교회 재판은 치리회인 당회를 거쳐 노회·총회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사랑의교회 한 안수집사는 당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장로와 집사 13명을 고소했고, 노회는 그걸 그대로 받아 재판국을 설치했다.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도 같은 방식으로 맞고소했으나, 노회는 당회를 거치지 않았다며 갱신위의 고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예장합동 동서울노회는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갱신위원회 교인 13명을 제명하는 판결을 내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재판국원 구성도 문제가 있었다. 국장 김광석 목사는 오정현 목사와 총신 동기이고, 재판국장이 된 후 오 목사와 식사도 같이 한 바 있다. 재판국 서기 박진석 목사는 피소된 갱신위 교인들에게 직접 출석 통보서를 전달하러 다니면서 사랑의교회 직원과 동행했다. 게다가 김광석 목사는 수차례 설교와 칼럼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갱신위 교인들은 윤리성·형평성 없는 재판국을 비판하며 출석 통보서도 받지 않고 재판에 응하지 않았다.

동서울노회 재판국은 내용증명 및 이메일 등으로 몇 차례 출석을 통보했다. 갱신위 교인들이 출석하지 않자, 재판국은 총회 헌법을 적용해 궐석재판을 열어 판결을 강행했다. 결과는 13명 전원 면직 및 제명, 한 달 후까지 교회를 떠나지 않으면 출교. 동서울노회 재판국 역시 사랑의교회 측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했다.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갱신위를 불법 단체로 규명했다.

두 노회의 판결을 접한 사람들은 재판국을 비판했다. 이미 수없이 굵직한 사건들로 빈축을 산 예장합동 교단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교단에 남아 있는 예장합동 목사들과 친구 관계를 모두 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 교단 소속 목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며 2월 15일부터 총회 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가재는 게 편?

분쟁을 겪는 교회 교인들은 대부분 교회법으로는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담임목사가 교회 돈을 함부로 쓰거나 권력을 마구 휘둘러 교회가 엉망이 된 경우가 많은데, 이걸 노회·총회에 가져가면 목사 편을 드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소송이 접수되고 재판국이 설치되면, 재판국원은 노회·총회에서 잔뼈 굵은 목사·장로들 차지다. 장로보다 목사가 항상 더 많다.

잔뼈가 굵다는 말은 무슨 법적인 지식을 갖췄다는 게 아니다. 노회·총회에서 정치를 오래한 사람이 재판국원이 된다. 오히려 위 두 경우에서 보듯이 제척 사유가 될 만한 인물이 재판을 맡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교단 헌법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예장합동의 경우, 목사를 면직할 수 있는 기준이 이단 사상을 가르치거나 교회를 분리하려 할 때 두 개밖에 없다. '성추행'으로 면직할 수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노회·총회 재판이 어그러졌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교단을 취재하다 보면 재판국이 원고·피고로부터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목사는 목사의 편", "누가 돈을 더 많이 쓰느냐의 싸움", "'법과 정의'가 아니라 '돈과 정치'가 기준"이라는 조소 섞인 소리가 근거 없이 나도는 게 아니다.

분쟁을 겪었던 예장통합 소속 ㅂ교회의 원로목사 측은 2014년 총회 재판국장에게 수백만 원을 건넨 것이 드러났다. 예장합동 소속 ㄱ교회도 2013년 총회 재판 중 원로목사 측과 재판국원 사이에 돈이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외에도 재판이 시작되면 재판국원들이 돈부터 요구하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가서 너와 그 사람과만 상대하여 권고하라. 만일 들으면 네가 네 형제를 얻은 것이요. 만일 듣지 않거든 한두 사람을 데리고 가서 두세 증인의 입으로 말마다 확증하게 하라. 만일 그들의 말도 듣지 않거든 교회에 말하고 교회의 말도 듣지 않거든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마 18:15~18)

치리는 돈과 권력으로 굽게 할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근거한 거룩한 교회의 권위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교회에 정상적인 치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다. 피해자가 호소할 데가 없어 노회·총회에 고소하는데, 권력을 잡은 자들은 오히려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목사들은 교회 일을 세상 법정에 가져가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 교인들은 노회·총회가 공정하게 재판해 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전병욱 목사는 판결이 난 후에도 홍대새교회에서 계속 설교하고 있다. 징계가 언제 시작되든지 2개월만 강단에 서지 않으면, 2년만 노회·총회에서 공직을 맡지 않으면 전 목사는 공식적으로 모든 죗값을 치른 것이 된다. 사랑의교회도 설 연휴가 끝난 후 바로 당회를 소집한다고 예고했다. 이번에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 7명이 면직되었기 때문에 오 목사는 이제 거칠 것 없이 교회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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