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예비 후보가 지난 2월 10일 끝난 뉴햄프셔 주 경선에서 1위에 등극했다. 트럼프는 아이오와에서의 패배를 뒤로 하고 '트럼프 신드롬'이 허구가 아님을 알렸다.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1등을 차지했던 테드 크루즈는 11.7%로 3위에 머물렀다.

그가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선거 문구였다.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과거 공화당 정권이 중요하게 생각해 온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강력한 군대, 총기 소지 자유, 이민 제한 등이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공화당 편에서 자신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지지해 온 복음주의 진영은 트럼프를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고 있다. 기독교인들의 표가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 등으로 나뉘어 트럼프가 이득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를 대표하는 리버티대학교 제리 폴웰 2세(Jerry Falwell Jr.) 총장은 지난 1월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

폴웰 총장의 공개 지지 선언 전 트럼프는 1월 18일 리버티대학을 찾았다. 지난해 9월 버니 샌더스가 했던 것처럼, 채플 대신 열리는 '집회(Convocation)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샌더스처럼 원고를 읽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주제를 놓고 발언하는 방법을 택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은 학교 분위기상 트럼프가 농담을 던지거나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말을 할 때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제리 폴웰 2세 리버티대학교 총장은 2007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 폴웰 때부터 트럼프와 인연을 맺어 왔다고 했다. 트럼프가 강연을 마친 이후 폴웰 총장은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버티대학 동영상 갈무리)

샌더스의 강연과 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폴웰 총장은 약 15분을 할애해 트럼프와 인연이 아버지 때부터 시작된 것임을 설명했다. 그는 공화당과 밀접한 관계였던 아버지 폴웰의 말로 트럼프를 소개했다.

"아버지는 과거 주일학교 선생님인 지미 카터를 지지하지 않고 할리우드 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을 지지한 것에 대해 비판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 모두는 죄인이라고 하셨죠. 예수님이 가이사에게 바치라고 하신 것은 기독교인이라면 투표하고 정치 활동하고 필요하면 군대에도 가는, 좋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누구에게 투표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라를 위해 최고의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상식을 가르쳐 주셨죠. 그랬기 때문에 아버지는 지미 카터에게 표를 준 것이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에게 표를 준 것입니다."

미국 국경에 만리장성 쌓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소개를 받고 등장한 트럼프는 약 40분 동안 강연을 이어 갔다. <뉴스앤조이>는 트럼프의 주요 발언 몇 가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군대, 총기, 이민 등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주제와 관련한 그의 발언을 그대로 정리했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위대한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엿볼 수 있다. (영상 바로 가기)

그는 리버티대학이 기독교 대학인 점을 신경 썼는지 기독교 관련 발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기독교를 보호할 겁니다. 이 발언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이건 아니건 상관 없어요. 고린도2서 3장 17절에 보면 '주의 영이 있는 곳에 자유가 있다'고 써 있죠. 여기가 바로 자유가 있는 곳이에요"라고 했다. 그는 고린도후서(Second Corinthians)를 고린도2서(Two Corinthians)라고 표현했다.

트럼프가 내세운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다. 그는 군대를 다시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대를 더 크고 강력하게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아무도 미국과 싸울 생각을 못 할 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더 힘 있는 군대가 필요합니다. 물론 군대가 가진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게 가장 좋죠.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우리를 다 비웃고 있어요. 미국은 IS도 이길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에서 현직 장군에게 IS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매우 강력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다' 이런 대답이나 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군인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집권하면 장군들이 텔레비전에 나올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는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 인접한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주장해 왔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말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인들은 조국이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을 원합니다. 하지만 현직 정치인들은 말만 하고 행동을 안 해요. 내가 국경에 장벽을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슨 소리냐고 하겠죠. 그런데 내가 이야기하는 장벽은 아주 간단한 거예요. 중국. 중국. 중국을 보세요! 중국은 2,000년 전에 장벽을 만들었어요. 그때는 트랙터 같은 중장비도 없었잖아요. 그런데 2,700킬로미터에 달하는 장벽을 만들었다고요.

사회 기반 시설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몰라서 그래요. 우리가 그동안 중동에서 쓴 돈을 미국에 쓰자는 겁니다. 이라크 가서 돈 쓰고 사람들은 다쳐서 돌아왔지만 우리가 얻은 게 뭐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오바마 대통령은 재앙이에요. (중략) 나처럼 빌딩을 많이 세워 본 사람은 장벽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요. 나중에 '트럼프 장벽'이라고 불릴 테니까."

▲ 도널드 트럼프도 버니 샌더스처럼 리버티대학에서 강연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기독교를 보호하고 총기 소지 자유를 강화하며 강력한 군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리버티대학 동영상 갈무리)

트럼프는 중간중간 성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자신의 저서가 다 베스트셀러였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물론 내 책이 가장 인기 있는 책은 아니죠.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따로 있어요. 내가 무슨 책 이야기하는지 여러분은 아실 겁니다. 성경! 성경이 최고에요. 성경 만한 책이 없어요"라고 했다.

민주당 예비 후보들을 비난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버니 샌더스를 가리키며 "사회주의자는 내 이름만 부르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후보보다 더 나빠요"라고 했다. 또 힐러리 클린턴은 기업의 돈을 받는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했다.

"많은 회사들이 높은 세금 때문에 미국을 떠나고 있어요. 시카고에 있는 과자 회사 나비스코 알죠? 이제 더 이상 오레오는 못 먹어요. 나비스코는 멕시코로 이사 갑니다. 미국 내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어요. 중국, 일본으로 떠나 보낸 일자리를 다시 가져와야 합니다.

나는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안 받아요. 다 내 돈으로 선거운동하는 겁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다르죠. 회사가 거액의 선거 자금을 낸다고 하면 싫다고 거절할 수 없어요. 그 돈 받고 회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죠. 저는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배출되길 바라는 사람입니다만 힐러리는 아니야. 힐러리는 재앙이에요, 재앙."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무기 휴대 권리를 언급한 수정 헌법 2조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총기를 규제해서 테러가 나지 않을 거라는 가설은 파리 테러로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했다.

"프랑스만큼 총기 규제가 심한 나라에서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어요.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무차별 총격이 있었잖아요. 여기에 있는 당신, 특히 하얀 카우보이 모자 쓴 당신 같은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으면 안 일어날 일이죠. 허리에 권총집 찬 몇 명만 있었어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죠. 누군가 우리의 권리를 가져가도록 놔 두면 안 됩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수정 헌법 2조는 무조건 보호할 거예요. 파리에서 테러 난 후 내 지지율이 쑥 올라갔어요."

미국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민주당에서는 샌더스가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경선은 이제 두 지역에서 끝났고 오는 6월까지 계속 진행된다. 국가도 사업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리버티대학은 공화당 지지층이 많다. 트럼프의 발언 중 총기 소지 자유를 강화하고 국경에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을 때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리버티대학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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