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잠에서 깼습니다. 9시에 모이기로 했으니 아직 5시간이나 더 남았습니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습니다. 한국 시각으로는 오후 6시입니다. 잠보다 밥이 더 당기는 때입니다. 홈스테이하는 집 냉장고를 뒤적거립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가져다 먹으라고 집사님이 어젯밤에 하신 말씀이 귀에 생생합니다. 같은 방 쓰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간단히 요기를 하려 했는데, 결국 저녁 식사를 제대로 하고 말았습니다. 뉴욕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그렇게 짧았습니다.

▲ 맨해튼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디카를 꺼내 든 은샘이 모습.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해가 뜨고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말로만 듣던 맨해튼으로 들어갑니다. 설레는 마음 한가득 안고, 뉴욕새교회에서 내주신 봉고를 타고 드디어 다리를 건넙니다. 이때부터 은샘이 손놀림이 바빠졌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오래된 디카가 오늘 제구실을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쪽으로 찍었다가 또 저쪽으로 눈이 돌아갑니다. 하지만 차 안에서는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습니다. 방금 굉장한 장면을 하나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쉬움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 컬럼비아대학 앞에서 찍은 은서의 독사진.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컬럼비아대학에 도착했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되도록이면 관광객 행세를 안 하려고 했지만, 단체 사진을 안 찍을 수도 없고… 금세 탄로 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독사진까지 돌아가면서 찍었습니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그 옆을 유유히 지나갑니다. 이담에 미국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예찬이에게는 책가방을 메고 싱겁게 캠퍼스를 누비는 그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남학생들이 우르르 도서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화장실이 급한데, 쉽사리 보이지 않습니다. 공항에서부터 'restroom'을 찾아 곧잘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 안에 'restroom'은 안 보입니다. 지나가다 본 'Men's room'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선생님한테 가서 화장실이 없다고 징징거려 봤습니다. 조금 뒤 그 '남학생들의 방'이 바로 남자 화장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해프닝은 앞으로도 좀처럼 그칠 거 같지 않습니다.

컬럼비아대학을 빠져나와 도보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10분을 채 못 가 센트럴파크가 보입니다. 2월이라 한겨울인데 잔디밭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푸른빛을 잃지 않고 있는 게 신기합니다. 꼬마 애들이 잔디밭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공이 이쪽으로 오기만 하면 같이 놀 텐데 하고 있었는데 공이 우리 쪽으로 굴러 옵니다. 마침 잘됐다며 희찬이가 냉큼 달려가 어울립니다. 3월부터는 고3이고 이미 작년부터 입시 체제에 돌입했으니, 축구를 안 한 지도 꽤 됐습니다.

▲ 꼬마 애와 공을 가지고 어울려 놀고 있는 희찬이 모습.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걷고 또 걸었습니다. 점심은 거리 음식으로 가볍게 해결하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하루 종일 맨해튼을 활보하고 종횡무진 다녔습니다. 가다가 신발끈이 풀린 친구가 있으면 삼삼오오 걸음을 멈춰 기다렸다가 다시 걷습니다. 하늘을 찌를듯한 건물들의 행렬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높이를 재 보려면 고개를 얼마나 더 젖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름 서울에서 온 은수도 입이 절로 벌어집니다.

▲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보고, 서울에서 온 은수의 입이 쩍 벌어집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여행' 하면 사진. 남는 건 사진. 선생님들이 전속 사진사라도 된 것마냥 곳곳에서 열심히 찍어 줍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배경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매혹적인 풍경이 오감을 자극합니다. 그런데 사춘기 예민한 십대들이 자기 사진을 마음껏 찍을 리가 없습니다. 네댓 명은 연신 손을 가리고 카메라를 피하기 일쑤입니다. 설득에 설득을 거쳐 뉴욕 여행 4일차가 되니, 찬미는 겨우 "필(feel)이 오는 데서는 찍을게요"로 잠정 합의를 해 주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메가 시티를 빠르게 휘젓고 다니다 보니, 부작용도 없지 않습니다. 몇몇은 타임스스퀘어에서 장사치들의 협잡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관광 온 학생들의 푼돈을 노린 잡상인들에게 당한 것입니다. 마음이 영 편치가 않습니다. 셋째 날에는 모자를 잃어버리고, 넷째 날에는 뉴욕공공도서관에 목도리를 두고 나왔습니다. 뉴욕의 즐비한 마천루들을 원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섯째 날, 뉴욕새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구정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는데, 교회에서 마침 떡국을 맛나게 차려 주셨습니다. 홈스테이했던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께 세배도 드렸습니다. 정든 분들과 작별 인사를 하려니 괜히 마음속이 시큰합니다. 롤링 페이퍼로 서운한 마음을 달래며 겨우 교회를 빠져나왔습니다.

다음은 캐나다 토론토로 향합니다. 비행기로 2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문제는 다시 입국 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악몽이 떠올라 속이 탑니다. 캐나다에서는 2박 3일을 머뭅니다. 토론토영락교회(송민호 목사)의 초대를 받아 가는데, 그곳에서 또 어떤 인연과 경험, 해프닝을 만나게 될지 궁금합니다. 시간은 점점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 꿈마실 3기, 뉴욕에서의 첫 5일 일정이 끝났습니다. 다음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2박 3일을 보내게 됩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