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목회멘토링사역원은 '꿈마실'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기 목회자 자녀 10여 명과 미국 여행을 다니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시작한 사역이 벌써 3기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간 만난 친구들이 총 33명입니다. 1기 10명, 2기 10명, 올해 여행을 떠나는 3기는 13명입니다.

3기생 13명이 2월 3일(수) 인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첫 행선지는 뉴욕입니다. 뉴욕을 지나 캐나다 토론토, 워싱턴D.C., 볼티모어, 애틀랜타, 애리조나, LA를 거쳐 2월 26일(금)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3주 동안 7개 도시를 방문하고, 총 8곳의 한인 교회 및 미국 교회의 초대를 받아 그곳 교우들을 만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친구들의 얼굴은 약간 수척해 보였습니다. 잠을 설친 티가 역력했습니다. 은서에게 어제 몇 시에 잤는지 물어봤습니다. 새벽 3시까지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그마저도 오래 못 가고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합니다. 3주 동안 미국에서 지낼 생각, 그것도 동부와 남부, 서부를 오가는 대장정에 잠이 제대로 올 리가 없습니다.

▲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아쉽고도 설레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부모님과 아쉽고도 벅찬 작별 인사를 나누고 출국 심사대를 통과했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본다는 은샘이는 여권과 티켓을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처음 타 보는 비행기가 뉴욕행이라니, 그것도 14시간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이라니…. 출국 절차를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눈을 희번덕거립니다.

비행기 좌석은 2층으로 받았습니다. 2층 버스는 들어 봤어도 2층 비행기는 생소합니다. 계단을 오르며 새로운 세계에 발을 성큼 들여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튜어디스 누나들의 안내를 받고 안전벨트를 맨 뒤 기장의 소개 멘트를 듣고 나니 비행기가 서서히 이륙 준비를 했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벌써 기내식을 한 차례 먹었고, 음료와 간식도 먹었습니다. 은수는 서서히 좀이 쑤시기 시작했습니다. 일어나 화장실에도 들르고, 다른 좌석에 있는 형들에게 다가가서 괜히 몇 마디를 건넵니다. 좌석 스크린에 영화와 게임을 띄워 놓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오전 11시에 출발했으니 잠을 잘 수는 없고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13시간 30분. 도무지 끝나지 않을 거 같은 시간입니다. 도착까지 아직 8시간이나 더 남았지만 의진이는 미리 세관신고서라도 적어 놓으려고 선생님들을 찾아 이것저것 물어 적었습니다. 미국 전체 일정도 체크하고, 다음 기내식은 뭘 먹을지도 미리 골라 놓았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잘 안 갑니다. 뉴욕은 인천에서 얼마나 멀까. 비행 정보를 확인해 보니, 13,432km. 눈을 한 번 닦고 다시 봤습니다. 만삼천사백삼십이 킬로미터.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 남짓이니까,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도대체 몇 번 왔다갔다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비행기가 제아무리 빠르다 할지라도 13시간을 잡아먹을 수밖에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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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 거리를 달려 드디어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가 땅에 바퀴를 내리고 서서히 공항을 돌 때 창문 틈 사이로 보이는 뉴욕의 풍경에 다들 눈이 쏠렸습니다. 뉴욕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지난주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스노마겟돈'(스노우+아마겟돈)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추웠다는데, 도착하는 날 뉴욕의 온도는 섭씨 11도였습니다.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비까지 내려 쌓였던 눈들은 모두 녹고 있었습니다. 

출국 심사는 한국말로 했는데, 입국 심사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입국 심사를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중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 사람도 있었지만, 다양한 인종의 외국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서서히 입국 심사대가 가까워졌습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체리는 입국 심사대에서 진땀을 흘렸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별 질문 없이 통과하는데, 유독 체리한테만 여러 가지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다시 묻고 답하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뒤에 계셨던 어떤 선량한 아주머니가 통역을 해 줘서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짐까지 다 챙기고 게이트를 빠져 나오니, 뉴욕새교회(이성희 목사)에서 마중을 나와 계십니다. 뉴욕에 있는 동안에는 뉴욕새교회 교우들 집에서 홈스테이를 합니다. 교우 열 가정이 친구들을 한 명, 두 명씩 책임지고 재우고 먹이고 챙기기로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각각 승용차를 타고 홈스테이하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뉴욕은 한국보다 14시간이 느립니다. 낮밤이 딱 바뀌어 있습니다. 시차 때문에 오늘 밤에도 잠이 제대로 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뉴욕 시내를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하니, 잠을 좀 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은 어제부터 한숨도 못 잤지만, 꿈만 같은 하루였습니다. 13명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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