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독 정당의 발기인 대회가 열렸다.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독당을 이끌었던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이번에도 앞장섰다. 기독당은 총선에 출마할 때마다 이름을 달리했다. 이번 총선에는 '기독자유당'을 내걸었다.

지난 1월 29일 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했던 기독자유당 핵심 관계자들은 못 해도 3명 이상이 원내에 진입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분위기만으로 당의 앞날을 점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역대 총선에서 기독당이 거둔 성적표를 살펴봤다.

조용기·김준곤 목사가 밀고, 전광훈·장경동 목사가 앞장

▲ 기독 정당이 20대 총선에 도전한다. 지난 2004년부터 4회 연속 국회 진입을 노리고 있다. 기독 정당은 조용기·김준곤 목사의 주도로 태동했다. 한국기독당, 기독사랑실천당, 기독자유민주당의 이름을 내걸고 총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독 정당은 지난 2004년 태동했다. 당시 조용기·김준곤 목사의 주도로 한국기독당이 설립됐다. 정교분리를 외쳐 온 기독교가 정치에 뛰어들자 기독교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기독당은 "부패한 정치를 청산하고 돈 안 드는 깨끗한 정치와 선거를 실천하는데 솔선하겠다. 제17대 국회에서는 그리스도인의 모습과 향기를 나타냄으로써 정치권 복음화 운동에 앞장서겠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국기독당 창당 대회에서 최수환 상임대표는 "150년 만에 기독 정당이 생기게 된 것은 하나닙의 섭리요, 기적이다. 총선에서 600만 표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은 1.07%(22만 8,837표)에 그쳤다.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는 최소 득표율 3%도 넘지 못했다. 한국기독당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서울로 1.28%(6만 1,446표)를 기록했다. 제주는 0.56%(1,345표)로 가장 낮았다. 2% 이하를 득표한 정당은 해산해야 한다는 정당법에 따라 해체했다.

한국기독당은 군소 정당 중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17대 총선에 14개 정당이 참여했는데 6위를 차지했다. 당시 자민련이 2.82%(60만 462표)로 5위를 기록했고, 국민통합21·사회당·녹색사민당 등 기타 정당이 한국기독당의 뒤를 이었다.

18대 총선 기독당 지지율 두 배 껑충

4년 뒤 열린 2008년 18대 총선에는 '기독사랑실천당'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당시 김준곤 목사의 부탁을 받은 장경동 목사(중문교회)가 당 대표를 맡고, 전광훈 목사도 일선에 나섰다. 장경동 목사는 "사심을 버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 아교와 시멘트 역할을 해 주면 경쟁력 있는 국가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사랑실천당은 2.59%(44만 3,775표)로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17대 총선에 비해 지지율이 2배 넘게 올랐다. 하지만 최소 득표율 3%를 넘기지 못해 국회의원은 배출하지 못했다. 17대 총선에서 기독 정당 지역 득표율은 서울이 가장 높았다. 18대 총선에서는 전북이 4.97%(3만 1,368표)로 1위를 차지했다. 제주는 1.11%(2,435표)로 가장 낮았으나, 앞선 총선에 비해 1,000표 이상 상승했다.

18대 총선에는 15개 정당이 나섰다. 득표율을 기준으로 기독당은 당시 한나라당·통합민주당· 친박연대·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등에 이어 8위를 기록했다. 문화예술당·시민당·평화통일가정당 등이 뒤를 이었다.

원내 진입에 실패했지만, 기독당은 17대 총선에 비해 지지율이 2배 넘게 뛰었다. 전광훈 목사는 전국 장로들과 청교도영성훈련원이 발 벗고 나선 결과라고 했다. 전 목사는 2월 2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목사님들은 위치가 있다 보니까 교회에서 누굴 찍어 달라는 이야기를 잘 못한다. 하지만 장로님들은 달랐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에 있는 장로님들이 맹활약을 펼쳤고, 45만 표 가까이 나온 것이다. 또, 전국에 있는 청교도영성훈련원도 일조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을 맡고 있다.

▲ 통일교는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평화통일가정당을 창당했다. 전 지역구에 후보를 냈지만, 당선되지 못했다. 지지율은 1.05%(18만 857표)에 그쳤다. (사진 제공 평화통일가정당)

기독당의 지지율이 껑충 뛰어오른 것과 관련해 통일교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신대 강인철 교수(종교문화학)는 지난 2009년 4월 제1회 에큐메니칼 아카데미 심포지엄 '한국 사회와 기독교' 포럼에서 "(18대 총선) 선거일이 임박해 오고 통일교의 가정당이 전체 선거구에 후보를 내는 등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기독당에 냉담하던 보수 교계의 분위기가 상당히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해 각 교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교의 국회 진출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조용기·김준곤 목사가 기독당 지지를 선언하고,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명예총재로 기독당에 합류했다.

당시 통일교는 평화통일가정당을 만들고 총선에 뛰어들었다. 전 지역구에 후보를 냈지만,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평화통일가정당은 1.05%(18만 857표) 지지를 받았다.

지지율 반 토막 난 19대 총선

19대 총선에 뛰어든 기독당은 "5만 표만 얻으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기독 정당은 19대 총선에서 둘로 나뉘었고, 지지율도 반 토막이 났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자유민주당과 정훈 목사가 이끄는 한국기독당이 따로 출마했다. 두 기독당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기독자유민주당은 1.2%(25만 7,190표)를, 한국기독당은 0.25%(5만 4,332표)를 기록했다. 두 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2%가 되지 않는다. 기독자유민주당과 한국기독당은 해산했다.

기독자유민주당 지역 득표율은 전북이 1.87%(1만 4,332표)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지역은 제주로 0.65%(1,542표)로 나타났다. 한국기독당 지역 득표율은 전남이 0.41%(3,424표)로 가장 높았다. 서울은 0.19%(9,140표)로 제일 낮았다.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민주당은 군소 정당 중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 20개 정당이 총선에 참여한 가운데 기독자유민주당은 새누리당·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자유선진당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진보신당·친박연합·창조한국당·불교연합당·한국기독당이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기독당은 세 차례 총선을 치르며 40억이 넘는 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한국기독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16억 원을 지출했다. 18·19대 총선 재정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총선 비용과 관련해 전광훈 목사는 "18대 총선에서 20억 정도 썼다. 당시 비례대표로 나선 두 분이 10억씩 냈다. 19대 총선에서 그보다 적은 5억 정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못 해도 3석 가능" VS. "기독 정당, 기독교 욕먹일 것"

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했다. 3석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투표 참여를 위해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100만인 서명도 전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20대 총선에 나서는 기독자유당은 1월 29일 발기인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강성 노조와 종북 좌파 세력들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에 진출해 차별금지법을 막고, 동성애와 이슬람 확산을 저지하고, 후손이 살기 좋은 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독자유당 사무총장 박원영 목사는 "이번에 분위기가 다르다. 못해도 3명 이상은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자유당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전광훈 목사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2008년을 떠올리며 "5만 표만 더 얻으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독자유당 관계자들의 바람과 달리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기독 정당의 활동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원로목사(갈릴리교회)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독'이란 이름을 내걸고 선거에 나서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정책 제안도 없고, 반공 사상과 동성애 코드로만 승부하려 한다. 동성애·이슬람 문제는 국회 밖에서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굳이 국회에 입성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독인 정치학자 고세훈 교수(고려대)는 "정치는 기본적으로 일반 은총의 영역이다. 가장 뛰어난 사람이 정치하는 게 좋다. 마틴 루터는 '어리석은 크리스천보다 지혜로운 무슬림이 다스리는 나라가 훨씬 좋다'고 했다. 이미 (한국) 기독교는 복지·인권·정치 문제 등으로 분열돼 있는 상황이다. 기독교 정당을 조직해 국회에 진입하겠다는 것은 보수 입장에 서서 대변하겠다는 것 아닌가. 또 다른 분열을 낳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기독교를 욕먹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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