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가 유지훈 씨는 기독 출판사 로고스가 8년째 번역료를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출판사 앞에서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 번역인들이 모여 있는 페이스북 그룹 '번역이네 집'에 이를 올리기도 했다. 출판사는 번역료를 줄 의사도 있고 대화하며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 제공 유지훈)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 출판사가 8년 동안 번역료를 주지 않고 있다고 한 번역인이 주장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인 유지훈 씨는 1월 19일 페이스북 '번역이네 집'에 기독교 출판사 '로고스'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진을 찍어 올렸다. 피켓에는 '8년째 번역료를 안 주는 개독 출판사 로고스'라고 적혀 있었다.

<뉴스앤조이>는 유지훈 씨와 접촉해 자초지종을 들었다. 유 씨는 2007년 로고스 출판사의 제안으로 <랍비들이 말하는 레위기 이야기>를 번역했다고 말했다. 양측이 합의한 번역료는 95만 원이다.

유지훈 씨는 2008년 1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번역한 원고를 보냈다. 그런데 출판사는 마지막 원고를 보낸 4월 3일 이후로도 번역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유 씨는 마지막 원고를 보내고 열흘 후 '도대체 왜 번역료를 안 주는 거냐'며 항의 메일을 보냈다. 계좌 번호까지 적어 보냈지만 출판사는 이런저런 말만 할 뿐 번역료는 보내지 않았다.

8년이 지난 2016년 1월, 유 씨는 이 사실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방법으로 출판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달라진 게 없어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유 씨는 기자에게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놓고 8년이란 시간을 끌어온 게 너무 괘씸하다. 법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번역료를 끝까지 받아 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항의문을 하도 올리자 출판사가 자신의 IP를 차단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 유지훈 씨는 번역료와 관련해 여러 차례 출판사에 문의했으나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 유지훈)

출판사 "유 씨가 연락 안 받아서 못 줬다"…책 겉표지엔 '변순복 번역'?

<뉴스앤조이>는 2월 1일 로고스 출판사 김용환 사장의 입장도 들어 봤다. 그는 유 씨가 번역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번역료는 일부러 안 준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몇 차례나 연락했지만 유 씨가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김 사장은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까지 남겼지만 전혀 접촉할 수 없었다고 했다. 번역료를 고의적으로 안 줄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유지훈 씨가 며칠 전에 출판사 앞에서 시위하는 사진도 찍었으면서 정작 왜 사무실에는 안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IP 차단도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오히려 유 씨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면서, 30년된 출판사가 이 일로 이미지 손상을 입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지훈 씨에게 후속편인 <랍비들이 말하는 민수기 이야기> 번역을 부탁하면서 두 책에 대한 번역료를 한 번에 지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지훈 씨는 "8년 전부터 지킨 약속이 하나도 없고, 전화해서 (번역료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자꾸 말을 바꾼다. 이번에도 들어 봤자 똑같겠다는 생각에 아예 출판사 사장 전화번호를 차단해 놨다"고 했다.

유지훈 씨는 대리 번역 문제도 거론했다. 그가 작업한 원고 <랍비들이 말하는 레위기 이야기>는 변순복 교수(백석대학교)가 번역했다고 돼 있다. 책 안에 유지훈 씨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출판사가 '민수기 번역도 부탁하려 했다'는 말도 대리 번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유 씨는 해석했다.

유지훈 씨는 변순복 교수에게서 히브리어와 원전 성경을 배우며 변 교수를 알게 됐다. 마침 변 교수와 출판사가 유지훈 씨에게 레위기 번역을 부탁해 왔다. 유 씨는 변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고 돈도 궁했던 터라 이를 맡기로 했다.

"기독교인, 기독교 기업이라고 해 봐야 세상과 다른 거 하나도 없다"는 유 씨는, 변 교수와의 모든 관계를 끊었다. 변 교수에게서 히브리어를 배우며 가입한 탈무드 공동체에서도 탈퇴했다. 유 씨는 출판사의 부당한 처사를 알리고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계속 싸울 의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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