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석대학교회는 천안 백석대학교 캠퍼스 내에 있다. 백석대학교에 임용된 전임교수는 백석대학교회에 출석해야 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뉴스앤조이> 앞으로 제보가 도착했다. 백석대학교 전임 교직원이 재임용되려면 백석대학교회에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제보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1년에 몇 회 이상 백석대학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면 재임용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제보자는 주보와 CCTV로 참석자를 확인한다고 주장했다.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1월 31일 백석대학교회에 방문했다. 백석대학교회는 천안 백석대학교(최갑종 총장) 캠퍼스 내에 위치해 있다. 주일예배는 여느 교회와 별 다르지 않았다. 예배 시작 10분 전 교인들이 속속 본당에 도착했다.

백석대학교회에는 한 가지 특이한 것이 있었다. 교회 입구 양 옆으로 교인들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위에 가지런히 주보가 꽂혀 있는 주보함이 있었다. 교회에 도착한 교인은 이 주보함 앞으로 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칸에 놓여 있는 주보를 들고 본당 안으로 들어갔다. 주보를 나눠 주는 안내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백석대학교회 입구에 주보함이 있다. 이 주보함은 백석대학교회에 등록된 학교 직원과 교수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위에 그 주의 주보가 꽂혀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주보함을 자세히 보면 전 교인이 '순'으로 나뉘어 있다. 안서동, 신부동 등 천안 지역 이름을 따 순을 정했다. 전임교수들과 학교 직원들이 순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예루살렘 순'에는 백석대학교회 협동목사로 등록된 기독교학부 교수나 타 학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목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목사가 교인으로 등록돼 있었는데 최갑종 총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배가 끝난 후 백석대학교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름별로 기재된 주보가 대학 교수들의 출석 여부를 체크하기 위함이냐고 묻자 그런 것은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전 교인의 출석을 체크하기 위해 이름별로 주보를 비치해 놓았는데, 이는 목회 차원에서 나중에 심방을 하기 위해서 하는 거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교인 중에는 백석대학교 교수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했다. 교수 재임용 조건으로 백석대학교회에 출석해야 한다는 것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이 자신의 이름을 찾아 주보를 가져가고 있다. 예배 전과 후를 비교하면 누가 교회에 다녀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백석대학교 인사관리처는 이에 대해 "규칙 상에 서약 사항 이행이라고 해서 교회 부분이 있다. 이것은 원칙으로 정한 것이지만 교회 출석 안 했다고 해서 재임용시 불이익당한 적은 없다. 단지 백석대학교가 기독교 대학이다 보니 서약 사항 이행 부분에서 백석대학교회 출석을 강조한 것이다. 사립학교법에서 정한 교육·연구·봉사는 기본적인 업적 평가로 들어가고 교회 출석 여부는 참고 사항이다. 출석 상황은 교회가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학교는 그 자료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는 백석대학교회 출석 사항이 재임용 심사에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장에 있는 교수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A 교수는 교회 출석 횟수별로 점수를 달리해 교수 평가에 반영되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느 교수가 신경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재임용 심사에 특정 교회 출석 여부를 반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백석대학교 자료에 따르면 전임 교원이 재임용 되기 위해서는 백석대학교회에 출석해야 한다. 이는 서약 사항 이행이라는 항목으로 배정돼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B 교수는 백석대학교가 결속력을 다지는 차원에서 전임 교직원의 백석대학교회 출석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요즘 신입생이 줄어들어 대학 구조조정을 하는데 교수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다 보니 백석대학교회 출석과 전 가족 천안 거주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임 교원 재임용 기준에 백석대학교 출석이 명시돼 있다. A, B 교수는 자신들의 증언이 평가에 반영될 것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임재홍 부위원장(한국방송통신대)은 "사립학교법에서 교수 재임용 제도를 제정한 취지는 한 번 교수가 됐다고 교육·연구를 게을리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재임용의 평가 기준은 교육·연구와 봉사 항목을 위주로 강단에서 교육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교수 평가에 특정 교회를 출석 여부를 반영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인데 이것은 권력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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