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첨단 과학의 시대다. 인류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의 혁명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종교가 지도 노릇을 했던 시대는 저문 지 오래다. 여러 차례, 사상의 대전환기를 지나온 현대 과학은 한편으로 기독교와, 신학과, 성경과 불화하고 있다. 그 간극은 심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나 한국 기독교는 과학의 공격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그 방법들이 낡았다는 데 있다. 기독교 내부에서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론이 효과적인 방어막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과학계에서는 이를 유사 과학이나 그것에도 못 미치는 '썰'로 취급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 과학과 기독교, 신학, 성경을 조화롭게 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과학신학적 담론들은 학계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학계에서 얻어지고 발견되는 지식들과 기독교 내부와의 소통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런 까닭에, 현대 과학과 성서 사이의 불화를 해소하기 위한 두 권의 책을 소개할까 한다. 최근 출간된 <창조의 본성>(두리반)과 <최초의 7일>(새물결플러스)이다.

▲ <창조의 본성> / 마크 해리스 지음 / 장재호 옮김 / 두리반 펴냄 / 328쪽 / 1만 6,000원, <최초의 7일> / 존 C. 레녹스 지음 / 노동래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212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현대 과학과 '하나님의 창조' 사이에 다리를 놓다

<창조의 본성>은 현대 과학이 하나님의 창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과학과 성경 사이의 조화를 위해 힘쓰는 책이다. '성서와 과학 사이에 다리 놓기'라는 부제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저자 마크 해리스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사제다. 저자는 창조과학이나 무신론적 진화론 등 창조에 관한 다양한 학문적 논의를 나열한 뒤, 성경 본문을 통해 이와 같은 과학 이론들이 하나님의 창조와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 살펴본다. <창조의 본성>을 읽다 보면, 현대 과학과 성경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많은 길이 열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특징은 성경과 과학의 근래 동향을 중심에 놓고, 과학신학적 담론을 펼쳐 놓았다는 것이다. <최초의 7일>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현대 과학을 설명하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갔다. <창조의 본성>에서 저자가 최종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현대 세계관으로 인해 성서의 지위는 의문시되고 있지만, 성서에 묘사된 고대 과학관은 여전히 타당하고 폭넓은 신학적 목적을 제공한다. 다시 말하면, 성서의 창조 본문들이 과학적 견지에서 상당히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사실이,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에 대한 성서 본문의 다양한 묘사들을 무의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294쪽)

창세기 1장을 주된 텍스트로 삼고 있는 <최초의 7일>과 달리 이 책은 330쪽가량의 분량으로 성경에서 논의할 수 있는 창조 관련 구절들을 가능한 한 끄집어낸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의 텍스트에 기반해 단일한 창조 신학'들'을 풀어낸다.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학적이고 신학적인 이론이 하나님의 창조라는 큰 틀 아래 어떻게 수렴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이 책의 제목이 <창조의 본성>인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저자는 창조가 성서를 꿰뚫는 중심 주제이자 하나님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빅뱅과 진화 생물학은 창조론과 충돌 안 해

<창조의 본성>에서 저자는 성경과 과학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목적으로 논의에 필요한 과학신학적 전제를 2장에 걸쳐 깔아 놓는다. 1장과 2장이 전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1장 서론에서 과학계와 기독교계 사이에 얽힌 과학사와 성경 해석사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2장에 들어와 빅뱅 이론과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두 이론에서 나타나는 '우연' 개념이 창조와 마냥 대립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우연' 개념이 도리어 창조의 우발성을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 영국의 진화론자 찰스 다윈(1809~1882). 생물의 진화론에 관한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은 종교적, 사상적, 정치적 대전환을 일으켰다.

빅뱅 이론과 다윈의 진화론에는 우연과 필연 개념이 같이 등장한다. 다윈의 진화 생물학에서는 '생존을 위한 투쟁', '자연선택' 개념과 이어진다. 즉 종들의 다양성은 우연에 의해 결정되고, 이 중 일부가 자연선택에 의해 생존을 위한 필연적 특징을 갖게 되면서 자연법칙 속에서 삶을 이어 간다는 것이다. 빅뱅 이론에도 진화 개념이 섞여 있다. 빅뱅 이론은 초기 특정한 시점에 강한 폭발이 있었고, 그렇게 팽창된 공간과 함께 우주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별과 은하, 행성이 차례로 탄생했다. 우주의 우연한 시작과 필연적 발전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화 생물학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저자는 우발성과 법칙성, 이 두 가지가 하나님의 창조를 나타내는 표현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후 3장부터는 과학과 성경의 창조 본문 간의 본격적인 대화에 착수한다. 3장은 창세기에 나온 창조 문제를 다룬다. 4장은 성경이 전반적으로 창조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 '창조와 이야기', '창조와 시', '창조와 신화', '창조와 지혜', '창조와 그리스도', '창조와 삼위일체 신관의 시작' 등을 통해 창세기·욥기·시편·잠언·예언서·복음서·계시록 등에 나타난 창조 주제들을 살핀다. 5장에서는 성경이 기록될 당시 사람들과 현대인의 사고방식을 비교하면서, 성경 해석을 위한 이해의 틀을 만든다. 6장부터 9장까지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6장), '타락'(7장), '고통과 악'(8장), '과학적 종말론과 새로운 창조'(9장) 표제 아래 과학신학의 주요한 담론들을 알아본다. 10장에서는 이를 총 정리한다.

이 책은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창조를 '무로부터의 창조', '계속적 창조', '오랜 것으로부터의 창조',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무로부터의 창조'는 하나님의 초월성에 기반한 전통적인 창조 신학을 말한다. 창세기 1장이 그 예다. 빅뱅 이론과 연결된다. '계속적 창조'는 우주론적이고 생물학적 진화와 연결된다. 창조주에 대한 피조물의 계속적 의존, 자연법칙을 하나님의 내재적 창조 행위로 본 것이다. '오랜 것으로부터의 창조'는 종말과 하나님의 구속 사역 관련 성경 구절들로 정리되는 새로운 창조를 말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창조를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면서도, 이렇게 단순화하여 성경을 온전하게 정리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삼위일체처럼, 과학과 성경이 단일하면서 다양한 창조 신학'들'을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정말 하나님이 7일 만에 세상을 만드셨을까

<최초의 7일>은 리처드 도킨스와의 논쟁으로 유명한 학자 존 레녹스의 저작이다(두 학자의 논쟁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존 레녹스는 옥스퍼드대학교 수학 교수로, 수학과 과학철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다. 이 책은 200쪽가량에 걸쳐 창세기의 천지창조에 얽힌 해석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부록이 책 전체 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1~2장을 통해 과학을 고려한 상황에서, 3장 이후부터 창세기 창조 본문을 어떻게 읽어 나갈 것인지 논하고 있다. 따라서 본론은 소책자 분량 정도로만 다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질적으로 창세기 본문 해석과 관계된 부분은 70쪽 정도밖에 안 되지만, 짧은 분량인 만큼 깔끔하게 내용을 정리한다. 물론 부록에서도 창세기에 대한 간략한 배경이나 그와 관련한 창조 교리, 이론들을 살피고 있다.

'창세기와 과학에 따른 세상의 기원'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은, 일차적으로 여러 전제들을 통해 '7일간의 창조' 자체를 온건하게 해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창조 본문을 너무 상징적으로도, 너무 문자적으로도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창조의 본성> 저자 마크 해리스와 마찬가지로 <최초의 7일> 저자 존 레녹스도 창세기를 해석할 때 본문의 역사적·성경적 문맥과 오늘날의 과학 지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존 레녹스는 과거 오류가 있었던 해석이 그 당시에는 최고의 과학과 일치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해석이 과학 지식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성서의 권위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서에 일차적 권위가 있으며, 경험과 과학은 성서가 허락하는 가능한 해석들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돕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37쪽)

"태초의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1)는 언명 아래, 하나님의 창조 역사가 기술되는 '최초의 7일'을 해석하는 문제에서 관건은 '날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있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6일간의 창조 끝에 안식을 하는데, 1일을 어떤 단위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다. 저자는 창세기 1장의 '날들'에 대한 견해를 세 가지로 정리해 제시한다. '24시간 견해', '날-시대 견해', '프레임워크 견해’다.

▲ "지금까지 내가 펼친 주장의 주요 논지는, (중략) 성서 자체가 우리에게 제안한 것처럼(롬 1:19-20) 우주에 대한 현대의 첨단 지식을 고려하면서도 창세기 1장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67쪽)

'24시간 견해'는 창세기 1장에 나오는 '날들'의 하루를 24시간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이 견해에 따른 최초의 7일은 6천 년 전 지구상의 한 주간을 의미한다. 젊은지구론자들이 채택하는 주된 해석이다. 두 번째 '날-시대 견해'는 최초의 7일간이 연대기적으로 나열된 것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날들을 특정하지 않은 기간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프레임워크 견해'는 창세기 1장에서 날들이 연대기적이 아닌 논리적 순서로 제시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클레멘스와 어거스틴도 이 견해를 따랐다고 전한다. 종교개혁자 루터, 칼뱅은 24시간 견해를 따랐다. 유스티누스, 이레니우스 등 일부 기독교 초기 교부들은 창세기의 '날들'을 '날-시대 견해'처럼 '오랜 시대'일 수 있다고 봤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과학을 무시하는 것은 복음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

과학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최초의 7일>보다 <창조의 본성>이 열려 있는 태도로, 더 자세한 논박까지 고려하고 있다. 창조를 다루는 태도는 <최초의 7일>이 보수적이고 온건하다고 할 수 있다. <최초의 7일>이 '유신 진화론과 틈새의 신'과 관련한 논박을 부록에서 다루고 있는 반면, <창조희 본성>은 본론에서 창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유신 진화론을 빼놓지 않고 논의한다.

<최초의 7일>은 단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인 반면 <창조의 본성>은 과학에 다소 교양이 있는 지식인들에게 맞춰져 있다. 성경 해석학과 현대 과학 이론을 포괄하고 있는 다양한 과학신학적 담론을 살펴보고 싶다면 <창조의 본성>을, 창세기에 있는 7일간의 창조 자체에 천착해 그에 대한 성경 해석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최초의 7일>을 권한다.

<최초의 7일>에서 존 레녹스는, 기독교인 입장에서 성경을 해석할 때 과학과의 균형과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인지 두 가지를 당부한다. <창조의 본성>에서 이야기하는 유의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성서 해석을 당대 과학과 너무 밀접하게 연관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언제든 새로운 발견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과학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충고한다. 과학은 하나님이 인류에게 준 은총이기도 하다. 어거스틴은 무턱대고 과학을 무시하는 것은 복음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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