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다큐 '그리고 싶은 것' 상영회가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2013년 8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개봉됐다. 권효 감독의 '그리고 싶은 것'이다. 다큐의 주인공은 고인이 된 심달연 할머니와 심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펴낸 권윤덕 작가다. 권효 감독은 우연히 지인을 통해 권 작가가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그림책을 제작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촬영에 돌입했다.

영상 작업을 시작하기 2년 전인 2007년, 일본 그림책 작가 4명은 한·중 작가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쳐 줄 '평화 그림책'을 동시 출판하자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권윤덕 작가는 '위안부'를 주제로 잡는다. 13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고초를 당한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대로 <꽃할머니>(사계절출판사)를 그리기로 다짐한다. 당시 권 작가의 주제를 듣고 일본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했다"고 회상한다. '위안부' 사건은 일본에서 드러내고 싶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가들은 모두 감동했고 꼭 그려 달라 부탁했다.

권 작가는 일본 출판사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부딪혔다. 출판사에서 일본을 상징하는 일장기·천황·벚꽃 등을 수록하지 말자고 얘기한 것이다. 심달연 할머니가 고난을 겪었지만 고통보다는 문제를 극복해 가는 인생사를 다루자고 한다. 책이 혹시라도 우익 세력에게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한 것이다. 반면 권 작가는 위안부 문제가 국가적 성폭력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불쌍한 할머니'를 그리는 책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국 책은 2010년 한국에서만 출판됐다. <꽃할머니>를 뺀 나머지 책들은 일본에서 모두 출판되었다.

다큐는 배우 김여진의 내레이션으로 끝이 난다.

"몇 명인지 셀 수가 없었으나, 아랫도리가 피로 물들었다. 군대가 이동할 때마다 꽃할머니도 끌려다녔다. 전쟁이 끝나고 꽃할머니를 전쟁터에 버려두고 떠났다. 아무도 꽃할머니의 아픔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중략) 동생이 남긴 손자와 산다. 꽃 누르기를 하신다. 사람들이 꽃을 보고 좋아하듯이 서로를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다며 웃으실 때 꽃할머니는 꼭 열세 살 같다."

권효 감독 "작품 이후 남의 일에 공감하게 됐다"

개봉한 지 1년 반이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국 정부는 일본과 졸속 협약을 맺었다. 10만 엔을 받고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 때보다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 지금, 독립 다큐 제작자들의 네트워크 모임인 '신나는다큐모임'에서 행사를 준비했다. 이들은 매월 한 편의 다큐를 선정해 상영한다.10명 남짓한 사람이 행사 장소인 반짝반짝사진방을 찾았다. '여명의 눈동자'를 보고 '위안부'에 관심을 갖게 된 중년 여성,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후원하는 직장인, 다큐 상영회를 종종 찾던 기독인이 있었다.

▲ 상영회에 모인 사람들은 권효 감독에게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다큐를 보며 느낀 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신나는다큐모임)

같은 자리에서 90분간 다큐를 보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참가자 중에는 코를 훌쩍거리는 사람도 있었고 조용히 눈물을 닦아 내는 사람도 있었다. 상영회가 끝나고 권효 감독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여러 대화가 오갔다. 여성이기 때문에 할머니의 고통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위안부' 문제가 그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피해자의 의견은 배제된 채 졸속 협약을 맺은 정부가 여전히 할머니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중 한 참가자는 권효 감독에게 이 다큐를 만들고 나서 어떤 변화가 생겼냐고 물었다. 권효 감독은 타자화했던 일을 나의 일로 공감하는 능력이 생겼다고 답했다. 작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위안부'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고, 타인의 일에도 공감을 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다큐 작업을 하는 한 감독은 자막에 '위안부'를 적을 때 작은따옴표를 기입한 까닭을 물었다. 권효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위안부를 지칭하는 단어들을 설명했다. 과거에는 '근로정신대', '종군 위안부' 등의 말이 사용되어 왔고 이 중 '종군'은 자발적인 개념이 담겨 있어 잘못된 표현으로 규정됐다. 할머니들의 상황을 정확히 대변할 수 있는 단어를 찾지 못해 '정신대'나 '위안부'라는 말이 일반명사처럼 쓰였다. 이후 성 노예라는 말도 나왔지만 할머니들이 노예라는 말을 불쾌해 했고 지금까지 모두가 동의하는 단어를 찾지 못해 작은따옴표를 썼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과연 '위안부' 문제를 '일본'만이 해결할 수 있는가 생각했었다. 우리 사회는 시간이 흘러 (자기 자리로) 돌아온 할머니를 품어 주고 있는가? 그들을 받아 주지 못한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해 왔다. 나 혼자 이렇게 생각하는가 했는데 다큐에서 유사한 내용이 나와 많이 공감됐다"며 평소에 들었던 생각을 나눴다.

다큐 '그리고 싶은 것'을 보고 싶은 사람은 배급사인 시네마달을 통해 공동체 상영을 신청할 수 있다. 또는 독립영화웹스토어에서 직접 DVD를 구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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