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혜원 인턴기자] 한 여자아이가 친부에게 학대당하다 2년 만에 탈출했다. 그리고 얼마 뒤 한 남자아이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범인은 친부모였다. 수년간 시신이 방치됐다. 아이가 학대당하고 죽고 나서야 이 사회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멘토링 사업을 펼쳐 온 기독교 NGO 단체 러빙핸즈 박현홍 대표를 만났다. 그는 매우 더딘 방법을 추구했다. 아이 '한 명'에게 집중했기 때문이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는 수없이 많은데, 그는 왜 '한 명'에 집중하는 것일까?

초록리본도서관에서 박현홍 대표와 만났다. ⓒ뉴스앤조이 강혜원

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러빙핸즈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멘토링 사업을 한다고 들었을 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빙핸즈는 단기성으로 끝나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멘토가 멘티 청소년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돕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박현홍 대표는 넉넉한 후원과 많은 멘토·멘티를 보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 한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함께하는 '지속성'을 강조했다. 박현홍 대표의 생각은 수혜자인 아이들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수혜 대상인 아이들은 한부모 가정 등 대부분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환경의 친구들이잖아요. 이 아이들은 자신을 맡은 봉사자가 지속적으로 오지 않으면 큰 상처를 받게 돼요. 멘토와 멘티의 만남이 한 달에 한두 번이어도 괜찮습니다. 꾸준하게 멘토와 멘티가 진정한 '관계'를 이루는 것이 중요해요."

'지속성' 다음으로 러빙핸즈가 강조하는 것은 '예방'이다. 작은 규모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아동 학대를 막고,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예방'이다. 박현홍 대표는 멘토와 멘티를 연결할 때 서로의 집 거리를 고려한다. 가까운 거리에 살수록 관계를 장기적으로 맺을 수 있고, 무슨 일이 발생하기 전에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방·지속성을 추구하는 박현홍 대표. 그가 이토록 한 명의 아동과 청소년을 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잃어버린 양을 소중히 여기는 예수를 따르는 데 있었다. 그는 기독교인이다. 러빙핸즈도 기독교 NGO 단체지만, 단체 후원이나 멘토링 사업에 참여하는 데 종교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러빙핸즈는 본래 교회와의 직접적 연계를 계획하고, 교회와 같은 공동체를 모델로 삼고 출발했다. 그러나 그 뜻은 오래가지 않았다.

▲ 러빙핸즈는 아동, 청소년들을 위해 초록리본도서관을 운영한다. (러빙핸즈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교회와의 연계도 꿈꿨지만…

박현홍 대표는 사회에서 약자를 도울 때, 대부분 수혜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심지어 교회까지 결과적으로 몇 명을 먹여 살리고 구제했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아이들을 살리는 것보다 '전도'를 강조하는 교회의 태도에 마음을 바꿨다.

"저는 하나님이 제게 이 일을 시키셨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더 교회와 연계를 하고 싶었죠. 그런데 교회는 전도를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또 수혜자 아이들을 통해 '빨리' 열매를 맺고 싶어 했어요. 그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 아이들을 통해 작은 변화라도 보려면요,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해요. 아직 마음도 열지 않은 아이들인데 교회를 나오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한 교회에 멘토 양성을 위한 교육을 하러 갔다가 "멘티 아이들이 교회에 나올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예수와 같은 공동체를 꿈꿨다. 그러나 교회는 전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박 대표는 전도 목적으로 멘토를 자처하며 다가오는 교회는 거절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을 향한 지속적인 섬김과 사랑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 사랑에 아이가 감동할 때, 전도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교회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섬김과 사랑으로 행동하길 바랐다. 최근에는 직접 목사 몇 명에게 멘토가 되어 주길 요청했다. 그는 단순히 말씀 선포나 전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어려운 아이들을 만나 보라고 권유했다. 현재 멘토로 참여 중인 목사님은 총 4분이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아이들과 좋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동 학대, 가해자 처벌과 비판 아닌 행동과 사랑으로 해결해야

이렇게 꾸준히 아동 한 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 온 지 10년이 흘렀다. 박 대표는 아동, 청소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요즘 일어나는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박현홍 대표는 아동 학대 문제가 경쟁이 만연한 사회구조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도태돼 소외받는 피해자들이었다.

그는 "모든 아이들이 가진 소명이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이미 이 사회는 학교에서부터 경쟁을 배우고 반 친구, 교회 친구, 엄마 친구의 아들 등 수많은 친구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가진 가치와 소명이 있는데 말이죠"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동 학대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하고 비판하는 데 그치는 것을 단기적인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인일수록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가해자를 비판하고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면 거기서 끝입니다. 비판과 비난은 쉽지만 나 스스로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거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행동하고 사랑해야죠. 많은 분들이 선한 부담감을 갖고 저희 멘토로 행동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수님이 실천과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 주셨던 것처럼요."

▲ 박현홍 대표가 멘토 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러빙핸즈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러빙핸즈 공식 홈페이지: http://www.lovinghands.or.kr/
러빙핸즈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lovinghandsmento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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