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국내 외국인 노동자 IS 가담' 
'턱밑으로 다가온 테러의 악몽' 
'우리나라도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1월 20일, 한국에서 일했던 이주 노동자 7명이 IS(이슬람국가)에 가담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가 있었다. 수 시간 내에 100여 개에 달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하나같이 선정적인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기사의 내용처럼, 한국에도 정말 테러의 위협이 '턱밑으로' 다가온 것일까.

벌써부터 '할랄 괴담'을 유포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거 봐라, 무슬림들이 많아지면 IS가 들어오게 된다." 기독교인 사이에 돌던 메시지가 대부분 왜곡·과장된 내용임이 밝혀졌지만, 할랄 식품 단지 조성에 대한 반대 여론은 꺾이지 않는다. 전북 지역 기독교 연합회와 여러 보수 교단 및 단체의 논리는 "무슬림들이 많아지면 테러리스트가 끼어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 국내 무슬림의 증가를 사회적 종교적 위기로 인식하는 기독교인이 많다.

이슬람교인이 늘고 있다?

현재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은 몇 명이나 될까. 이를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렵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의하면, 2015년 11월 기준으로 말레이시아인 17만 4,820명, 인도네시아인 17만 3,850명, 우즈베키스탄인 5만 5,105명이 한국에 있다. 방글라데시·파키스탄인도 각각 1만 5,000명, 1만 명 정도 있다. 이렇게 따지면 40만여 명이지만, 이것도 국교가 이슬람인 나라의 인구일 뿐이지 거기서 들어온 모든 사람을 무슬림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월 <한국일보>는 국내 이슬람 신도(한국인 포함)가 20만 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3월, 법무부는 "종교와 관련한 외국인 관련 통계 자료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국내 체류 외국인의 종교별 현황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10만이든 20만이든,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들의 인식으로 보자면 이미 한국에 무슬림 테러리스트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일어난 이슬람 테러는 없다.

국내에 이슬람교인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단정하기 힘들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15년 11월 통계를 보면,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 중 한국에 가장 많이 있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인들은 1년 전보다 오히려 1~2만 명 줄었다. 몽골·러시아·우즈베키스탄·미국인들이 늘었다. 이슬람권 국가의 사람들이 한국에 유입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아서 갑자기 많아 보일 뿐이지, 일부 기독교인이 말하는 '국내 무슬림의 폭발적 증가'는 사실이 아니다.

노동자·유학생·배우자로 들어온 사람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들어왔을까. 정말 한국을 테러하거나 이슬람화하려 들어왔을까. 한국을 동북아의 거점으로 삼아 2020년까지 이슬람 국가를 만들겠다는 말이 기정사실처럼 떠다닌다. 기독교인에게는 사회적이자 종교적 위기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의 영상이 최근 할랄 식품 단지 조성과 맞물려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하지만 중동 전문가나 이주민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이주민 중 취업 자격이 있는 외국인은 총 62만 9,671명인데, 이중 단순 기능 인력이 58만 670명(92.2%)이다. 이주민 대부분이 공장이나 숙박 시설 등에서 단순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노동시장 탓이다. 김포이주민센터 박천주 소장은 "공장에 가 보면 안다. 이주 노동자들이 아니면 중소 공장은 굴러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도 "이주 노동자를 빼면 모든 산업이 올스톱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이 소위 3D 직종을 꺼리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가 아니면 그 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동남아 등에서 들어오는 이주민들은, 힘든 일이지만 한국의 임금 수준이 높아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다.

중소기업에 인력을 대기 위해 한국 정부는 협약을 통해 이주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송출 국가'를 정한다. 현재 송출 국가는 총 15개인데, 이 중 이슬람교인이 많은 국가는 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키르키즈스탄·방글라데시·파키스탄이다. 중동 전문 저널리스트 김동문 목사는 "과연 이들 중 국가적으로 이슬람 확장을 목표로 자국민을 보내는 나라가 있을까. 이 나라들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경계·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지만 유학과 결혼을 목적으로 한국 땅을 밟는 이주민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한국인들의 필요 때문이다. 대학들은 고등학교 졸업자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은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결혼 때문에 이주하는 사람들은 85%가 여자이며 중국·베트남·일본·필리핀순이다. 이슬람권 국가의 비율은 미미하다.

▲ 무슬림들이 '테러'와 '이슬람화'를 위해 한국으로 왔을까.

사찰·성당에서 난동 부린 개신교인, '개독'은 다 똑같다?

국내에 이슬람권 이주민이 오는 것은 대부분 한국인들의 필요 때문이다. 누군가 전략적으로 한국을 테러하거나 이슬람화하기 위해 보내는 게 아니다. 김동문 목사는 "전략이 있다고 한다면 도대체 그 전략의 헤드쿼터가 어디인가. 어떤 국가인가, 단체인가. 주체도 없는데 전략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쨌든 무슬림이 많아지면 테러리스트가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안산이주민센터 소장 박천응 목사는 "물론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일어난 전 세계의 테러들이 한국인들에게도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심정까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뜬소문으로 포비아를 강화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자신을 개신교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사찰과 성당에 들어가 난동을 부렸다. 소식을 접한 기독교인은 대부분 한 정신이상자의 소행이라고 해석할 것이다. 그런데 이걸 보고 사람들이 '개신교인은 다 저렇다'고 말하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무슬림=IS'라고 하는 논리가 딱 이와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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