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 교수의 <알라>(IVP)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신은 같은가?" 다소 생뚱하면서도 문제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의 문제 제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이슬람과 기독교가 같은 신을 섬긴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볼프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같은 신을 섬긴다고 주장하면서 두 종교의 이해와 합치를 위해 이를 논증한다. 두 종교가 같은 신을 섬긴다고 인식할 때, 증오와 불신 혹은 두려움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에 화해와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볼프의 이런 발상은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오히려 평화를 위한 이런 낭만적 상상력을 회복하는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볼프가 지적하듯이 두 종교의 차이가 아닌 유사성에 주목하면 기독교와 이슬람이 같은 신을 섬긴다는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서로 다른 두 종교의 신앙을 하나로 묶어 내자는 말은 아니다. 혼합주의 신앙으로 가자거나 기독교 신앙과 이슬람 신앙을 타협하자는 것과도 맥락이 조금 다르다.

▲ <알라(Allah) - 기독교와 이슬람의 신은 같은가?> /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 백지윤 옮김 / IVP 펴냄 / 416쪽 / 2만 2,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볼프가 이 책에서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주저 <배제와 포용>(IVP)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는 "지식과 편견, 진실과 거짓을 따로 떼어 놓을 수 있는"(269쪽) '이중적 보기'(double vision)를 제안하고 있다. '이중적 보기'란 내 입장도 살펴보고, 상대방이 유리한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과 나의 관점이 어떤지 기억해 둔 상태에서, 상상 속에서 상대방의 세계에 들어가 관찰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비교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말하는 신 개념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각자의 교리(이를테면, 기독교에서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믿는 것)가 의미하는 바를 왜곡하지 않고 이해하라는 말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두 종교의 가르침과 교리에서 공통된 부분에 집중해 유사성을 살핀다.

<알라>는 신에 대한 기독교와 이슬람의 관점이 크게 여섯 가지에서 일치한다고 말한다. 네 가지는 두 종교의 신앙관에 대한 것이다. △신이 오직 한 분이라는 것 △신이 만물을 창조했다는 것 △신이 모든 것과 다른 존재, 초월자라는 것 △신이 선하다는 것이다. 남은 두 가지는 성경과 코란에 적혀 있는 신의 명령에 대한 것으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다.

볼프는 기독교와 이슬람 주요 신학자들의 견해와 서로의 경전에 나와 있는 가르침에 기대어 네 가지 일치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두 종교의 신앙관을 10장에 걸쳐 '질문-답-질문-답' 형식으로 논증하고 있다(11장부터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기독교의 삼위일체와 이슬람의 유일신 신앙 사이의 차이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문제부터 시작해 두 종교의 경전과 가르침이 가리키는 신(하나님·알라)의 유사성과 동일성을 살핀다.

이슬람에서도 강조하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예수가 가르친 가장 큰 두 계명이다. 볼프는 이 두 가지가 이슬람에서도 핵심적으로 가르치는 계명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이슬람과 기독교를 잇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다. 아래는 이슬람 구술 전통(하디스)에 있는 무함마드의 말과 이슬람 학자들의 해석이다.

"내 자신과 내 앞에 온 예언자들이 말한 가장 최고의 것은 이것이다. '오직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으며, 그는 어떤 것과도 연계되지 않는다. 그는 주권자이고, 모든 찬양은 그의 것이며, 그는 모든 것을 다스리는 권능을 가졌다.' (중략) '네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것을 너의 이웃을 위해서도 사랑할 때에만 비로소 너는 신앙인이다.' '공통의 말씀'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웃을 향한 사랑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서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이슬람에서 이웃을 향한 사랑이 없이는,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믿음도, 의로움도 없기 때문입니다.'" (45~46쪽)

한편 볼프가 제시하는 진리 문제에서 취해야 하는 대화의 태도는 가슴 깊이 새겨둘 만하다. 볼프는 오스만제국과 비잔티움 제국이 대립하던 15세기, 이슬람에 대해 유화적 입장을 취했던 가톨릭 추기경 니콜라우스 쿠자누스(Nicolaus Cusanus)의 말을 빌려 이야기한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진리의 문제를 논쟁할수록 더욱 정중한 태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기독교·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행동이나 진술만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일부 개신교인은 무슬림의 테러리즘을 심히 걱정하는데, 볼프는 이에 대해서도 '이중적 보기'를 통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볼프가 1099년 십자군의 예루살렘 함락을 묘사하면서, 십자군과 금세기의 무슬림 테러리스트를 대조하는 장면을 옮겨 본다.

"십자군과 이 테러리스트들은 동일한 신을 예배하는가? 십자군은 이교도들의 머리를 베면서 '크리스투스 도미누스'(christus dominus,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다)를 외쳤다. 테러리스트는 '알라후 아크바르'(Allabu Akhbar, 하나님이 가장 위대하시다)를 외치면서 자신의 허리에 두른 폭탄의 안전핀을 뽑는다. 그들은 신의 이름을 아주 다르게 부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우리와] 동일한 신을 – 규범적인 기독교와 이슬람 전통의 정의와 자비의 신이 아닌, 피를 부르는 힘의 신을 – 예배하고 있다. 실천의 문제와 관련되었을 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동일한 하나님을 예배하는가가 아니다. 그들이 참된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159쪽)

 참된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정체성의 표지와 세상 싸움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는 (가짜) 종교에 대해 반역을 일으켜야 할 때다. (중략) 유일한 하나님을 믿는 그들은 함께, 다른 어떤 것도 - 문화나 국가, 그렇다 심지어 종교조차도 - 하나님이 될 수 없다고 선포해야 한다. 하나님 한분만 하나님이시다."(331쪽)

결론적으로 볼프는 <알라>를 통해 '정치적 기획으로서의 다원주의'를 꾀한다. 볼프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같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만큼, 하나님이 모든 사람의 신이라는 공통된 신앙에 바탕하여 두 종교의 핵심 계명인 이웃 사랑을 바탕으로 공공선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두 종교가 서로 갈등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제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수백만의 극빈층, 물 부족,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고 있는 환경, 전염병 등"(280쪽)이다.

볼프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이 세상을 사랑하고 보살피라"는 신의 명령에 헌신하는 데에 먼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한다. 또 십자군이나 무슬림 테러리스트 같은 극단주의에 맞서 두 종교가 함께 싸워야 한다고 밝힌다. 배제, 적대감, 공격성에 물들어 집단 정체성, 국가적 이익만을 내세우는 세상을 연대를 통해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들어가는 말에 붙은 표제 '유일하신 하나님과 깊은 간극'과 맺는말 표제 '현실 직시: 극단주의와의 싸움'이 <알라>가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 준다. 두 종교가 하나님을 유일한 하나님으로 인정할 때 비로소 세상이 조화롭게 드러나고 공공선을 위한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알라>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화합을 위한 시작점에 놓여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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