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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교인들은 왜 교회에서 '아웃사이더'일까
공정 무역 캠페이너로 활동하는 두 크리스천의 이야기
  • 김재광 (today@newsnjoy.or.kr)
  • 승인 2016.01.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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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을 갓 넘긴 20년 차 집사와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20대 초반 청년. 박찬욱 집사와 김가영 학생의 이야기다. 둘은 서로 잘 모르는 사이다. 다니는 교회도 다르고 생활 반경도 겹치지 않는다.

대신 관심사가 비슷하다. 언젠가부터 공정 무역에 눈을 떠서 지금은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박찬욱 집사는 기아대책에서 공정 무역 업무를 10년 넘게 한 경력이 있고, 김가영 학생은 작년 8월 아름다운커피 시민대사에 위촉돼 반 년간 중·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면서 15차례 정도 공정 무역 체험 학습을 지도했다. 장차 공정 무역 카페를 운영하거나 연관 사업을 펼치고 싶은 꿈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공정 무역 관련 활동이 신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공정 무역이 국제 상거래 시장에서 널리 통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하나님나라의 경제관이나 소비 개념에 대해서 깊은 자각을 하고 있는 신앙인들이다. 둘은 모두 자신이 '무늬만 신앙인'은 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교회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박찬욱 집사는 작년 한 해 공정 무역 전도사로 활약했다. 박 집사가 출석하는 교회는 2014년, 공정 무역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 배경에는 박 집사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 제직회와 당회는 물론이고 담임목사에게 찾아가 교회 내에서 공정 무역을 기반으로 한 윤리적 소비 담론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가영 학생은 고등부를 졸업하고 나서는 교회에서 약간 아웃사이더로 변한 듯하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신이 그리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고등학교 때 한 차례 겪은 신앙의 회의도 한몫했다. 친구들은 대학부 임원, 주일학교 교사 등 여러 사역에 투입돼 자신의 종교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극은 점점 더 벌어져 이제는 대예배만 참석하고 조용히 교회 문을 빠져 나오는 상황이 됐다.

   
▲ 박찬욱 집사가 다니는 교회는 2014년 12월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공정 무역 지지를 선언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박찬욱 집사가 공정 무역 전도사를 자처한 배경은 이렇다. 신앙생활 40년, 지금 있는 교회에서 20년 차를 맞으면서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주일예배와 부부 모임에만 겨우 참석하던 중에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신앙생활이 타성에 젖겠구나 싶었다. 박 집사가 교회에서 공정 무역 캠페인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게 그때부터였다.

박 집사가 1년 동안 공정 무역 전도사 활동을 하면서 교회 내에는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공정 무역 캠페인 담당자라는 직함을 달고 종횡무진 여러 가지 변화를 꾀했다. 자기 입으로는 한 일이 별로 없다고 하지만, 소소한 변화를 여러 곳에서 이끌어냈다.

   
▲ 박찬욱 집사는 공정 무역 캠페인 담당자로 활동하면서 교회에 작은 변화들을 이끌어 내고 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먼저 봉사부에 찾아갔다. 봉사부는 주일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교인들을 위한 커피 테이블을 차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교회가 공정 무역 지지 선언을 하기 전, 커피 테이블에는 늘 인근 마트에서 파는 가장 저렴한 커피가 올라왔다. 박 집사가 봉사부 담당자들에게 공정 무역 커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예산을 뽑아 보니 전보다 2배가 더 들었다. 주춤하는 게 느껴졌다. 박 집사는 공정 무역의 역사를 소개하고, 공정 무역을 통해 어떻게 제3세계 빈곤 노동자들이 지속 가능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결국 담당자의 마음이 돌아섰다. "좋은 일이니, 한번 해 봅시다."

다음은 교회 내에서 간식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관찰했다. 봉사부에서 커피를 구입하듯이 대부분의 부서가 대형 할인 마트에서 모임 간식을 구매하고 있었다. 재무위원회에 찾아갔다. 위원회에서 취급하는 각종 간식 목록에 공정 무역 상품을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흔하게 먹던 비스킷과 쿠키 대신에 공정 무역으로 들여 온 캐슈넛과 말린 망고를 내 놓았다. 역시 비용은 2배로 뛰었지만, 말린 망고가 접시에 놓여 배달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교회 앞마당에서 공정 무역 장터를 연다. 도와주는 이가 없어도 박 집사 혼자서 테이블도 펴고 제품도 알맞게 비치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으면 자료를 들이대며 하나씩 제품 소개를 한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교인이 지나갈 때는 특별히 붙잡고 긴 시간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러면 확실히 효과가 있다. 공정 무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점점 귀를 기울이고 몇 가지 질문도 던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혼자라는 점이다. 박 집사의 올해 목표는 부서원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 박찬욱 집사는 한 달에 한 번씩 교회 앞마당에서 공정 무역 장터를 연다. 달마다 특정 상품에 대한 홍보물도 직접 만들어 교인들에게 공정 무역에 관한 소식을 나눈다. (사진 제공 박찬욱)

김가영 학생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 가영 학생은 교회에서 공정 무역 이야기를 꺼낼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정권을 쥔 분들을 찾아가 선뜻 나설 용기도 없거니와, 교회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교회는 예배하는 곳이고, 성도들 간에 교제하는 곳이고, 종교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 김가영 학생은 교회에서 공정 무역 캠페인을 연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장터와 교육을 이끌 자신이 있다고 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한번 생각을 바꿔 보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교회 곳곳에 공정 무역 장터를 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들이 떠올랐다. 벌써 얼굴빛이 발그레해지면서 눈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장터 한가운데서 교인들에게 공정 무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뛰었다. 이내 "정말, 정말 하고 싶어요"를 연발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또한 교육이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시민대사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서 원하는 부서나 모임이 있으면 어디든지 가서 강사로 섬기는 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더니 교회에서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면 다른 곳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지닐 것 같다고 했다. 자기가 여태 왜 그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무릎을 쳤다.

가영 학생은 갑자기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교회에서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종교적인 활동에 있어서 늘 뒷줄에 서 있다고만 생각했다. 기도를 소리 내서 줄줄 하지도 못 하고, 성경 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어서 전통적인 형태의 교회 내 역할을 맡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따라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교회에서도 친구들과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 김가영 학생은 작년 8월부터 아름다운커피 시민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6개월 동안 15군데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연과 스터디를 이끌었다. (사진 제공 김가영)

인터뷰 순서상 가영 학생을 먼저 만나고 이후에 박 집사를 만났다. 박 집사에게 가영 학생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박 집사는 교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그리 만만치 않아서 가영 학생의 소망이 이루어지려면 갈 길이 멀 거라고 했다. 교회 생활 20년 차에 접어든 자신도 이리저리 발로 뛰며 겨우 설득하고 검증받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당회나 담임목사가 어떤 사역을 결정하고 하달하는 방식보다는 교인들이 스스로 자각해서 건의하는 구조가 더 건강할 거 같다고도 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이나 가영 학생 같은 교인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좋겠다고 했다.

가영 학생은 앞으로 교회 바깥에서처럼 교회 내에서도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담은 이야기를 교우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까. 소망하기는 20년이 지나 가영 학생이 박 집사의 나이 쯤 됐을 때, 교회 어느 곳에서 여러 다른 교인들과 함께 공정 무역 상품을 진열해 놓고 하나님나라의 소비생활을 촉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몇 년 안에 이루어진다면 더더욱 좋을 테고….

목회멘토링사역원은 다음 주 월요일(18일)부터 3주 동안 아름다운커피, 페어라이프센터와 함께 '교회와 공정 무역'을 주제로 기획 강좌를 연다. 목회자뿐 아니라 공정 무역과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담은 소비 생활에 뜻이 있는 교인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 공정 무역 기획 강좌 안내 및 신청 - 교회에서 빈곤 이웃 위한 '공정 무역' 캠페인 벌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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