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높은뜻정의교회 오대식 목사가 1월 10일 주일예배에서 한 설교가 화제다. "'헌금 없는 주일'을 시작하며"(사 41:17-20)라는 제목의 설교를 하면서 한 달에 1번씩 '헌금 없는 주일'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는 헌금을 내지 말고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오대식 목사는 설교를 통해 주변에 어려운 사람은 없는지 찾아보고 한 달에 한 번씩 그들을 돕고 보살피자고 했다. 직접 또는 가족 단위로 할 것을 제안했다. 교회 모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헌금 없는 주일'로 당장 교회 예산이 줄 수는 있지만 그만큼 교회 일을 줄이면 된다고 했다.

▲ 높은뜻정의교회 오대식 목사가 1월 10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헌금 없는 주일'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매월 셋째 주 헌금은 교회에 내지 않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주일예배 설교는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대형 교회로서 쉽지 않은 시도지만 멋진 출발이다. 설교를 들으며 감동이었다. 성도들에게 직접 헌금의 주체가 되도록 사용을 아예 일임하는 것에 적극 찬성이다. 오대식 목사님의 건투를 빌며 고맙다는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썼다. 한동대 장규열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도 페이스북에 "제안도 놀랍고 훌륭하지만, 그 생각에 이르기까지 들인 모색과 수고 그리고 그 발견과 결단의 여정이 더욱 귀하다"고 평가했다.

설교 동영상을 공유한 이들은 "참 좋은 발상이다", "감동이다", "응원한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한 교회는 인터넷 카페에 설교 동영상을 링크하면서 "너무 놀라운 혁명적 발표"라고 했다.

높은뜻정의교회 교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김희석 집사는 획기적인 시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집사는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인들이 직접 세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고 생각한다. 헌금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교회를 좋지 않게 보는 바깥의 시선도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상형 집사는 "교인들 대다수가 만족해했다. 예배가 끝난 뒤 아내와 NGO 단체를 후원하기로 상의했다. 헌금 없는 주일 운동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교회 예산이 줄어들어 교회 사역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교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부서 예산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헌금 없는 주일 운동이 또 다른 오병이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 높은뜻정의교회는 매월 셋째 주를 헌금 없는 주일로 지킨다. 교인들은 이날 교회에 헌금을 내지 않는다. 대신 직접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금을 사용해야 한다. 헌금의 이름은 '정의 헌금'이다. '우물' 정을 사용해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우물처럼 샘솟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오대식 목사, "당회·교인 지지로 '헌금 없는 주일' 전개"

오대식 목사는 1월 12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당회와 '헌금 없는 주일'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은 없었고, 1월 17일부터 '헌금 없는 주일'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오 목사는 신앙 훈련 차원에서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교회가 많은 구제 활동을 하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다. 깊이 하지 못하는 것이다. 교회가 하는 것보다 교인들이 직접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게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신앙인으로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 자체가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 교인들은 당장 주변에 헌금 봉투를 나눠 줄 수 있는 어려운 이웃부터 찾아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도 있고, 미화원 아주머니, 노숙인 등 도울 분들은 많다."

오 목사는 지난해 헌금 집계를 토대로 매월 1,000만 원가량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교회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서 오 목사는 설교에서 "예산이 줄어들면 교회 일을 줄이면 되고, 목사 사례비도 깎으면 된다"고 했다. 오 목사는 기자에게 "(만일 예산이 문제가 되면) 기쁨으로 사례비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외부로부터 오는 부담은 없을까. 오 목사는 "교회가 크니까 헌금 없는 주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헌금 없는 주일은 신앙 교육을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모든 교회가 '헌금 없는 주일'을 시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개교회 상황에 맞춰 교인들의 신앙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안식년을 가진 오 목사는 한국교회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시도했다. 교인 신분으로 크고 작은 교회에서 예배하고, 교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목사가 교인의 입장에서 서 보니 여러 문제가 보였다. 오 목사는 설교에서 한국교회의 문제점으로 예배 행위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선교와 사회적 봉사가 교회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것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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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식 목사가 1월 10일 주일예배 설교를 전하고 있는 모습. (오대식 목사 설교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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