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한국교회 차세대 리더로 부상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ㅇ교회 ㅎ 목사가 지난 12월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2003년 ㅇ교회에 부임한 ㅎ 목사는, 70년 전통의 교회지만 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ㅇ교회를 역동적으로 바꾸었다. ㅎ 목사 부임 후 교세는 두 배 이상 성장해, 재적 교인 1만 명, 출석 교인 5,000명 이상의 메가처치가 되었다. 여러 교계 매체들이 ㅇ교회의 부흥과 ㅎ 목사의 목회를 주목했다.
그랬던 ㅎ 목사가 갑자기 교회를 그만두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는 12월 첫째 주 설교를 끝으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ㅇ교회는 신년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ㅎ 목사가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아직도 교인들은 ㅎ 목사가 무엇 때문에 사임했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한 부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담임목사님이 무슨 일로 사임했는지 우리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ㅎ 목사가 갑자기 모습을 감춘 뒤 그에 대한 성 추문이 퍼졌다. ㅎ 목사가 교회에 다니는 한 여자 청년과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소문도 있었고, 그 청년을 성추행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잘 나가던 ㅎ 목사가 한마디 언질도 없이 자취를 감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불명확한 추측에서부터, 실제로 누가 성추행 피해자인지 이름까지 거명되는 구체적인 정황도 있었다.
12월 30일, ㅎ 목사가 교회를 떠난 지 3주 만에 ㅇ교회는 공동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일부 교인이 ㅎ 목사에 대한 성 추문을 언급하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으나,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월 3일 자, 교회가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신문에 "우리 교회를 섬기며 이끌어 온 ㅎ 담임목사가 지난해 12월 25일 자로 신병 치료를 위해 사임하였다"고 조그맣게 쓰여 있었다.
장로들 "성추행은 뜬소문, 사임 원인은 심장병"
1월 10일 주일, 기자는 ㅇ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오전 11시 30분 3부 예배에는 1,500여 명이 참석해 본당이 꽉 찼다. ㅎ 목사가 사라진 후부터 부목사들이 돌아가면서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했다. 예배는 특별한 일 없이 진행됐다. 예배가 끝나고 교인들은 서로 인사하며 예배당을 빠져 나갔다. 여느 교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교회에서 A 장로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 ㅎ 목사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성 추문에 대해 묻자, 그는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A 장로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자 청년은 평소 ㅎ 목사의 아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여서 ㅎ 목사와도 가까운 사이였다. 그 청년이 어느 날 ㅎ 목사에게 대학과 관련해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을 마친 후 ㅎ 목사가 주차장에서 그 청년을 끌어안고 안수기도를 해 준 것이 와전되어 '성추행'으로 퍼진 것이라고 했다.
A 장로는 ㅎ 목사가 심장이 좋지 않아 급하게 입원했기 때문에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예전에 심장 수술을 한 번 받았고, 최근 교회에서 추진하던 사업 하나가 엎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에 무리가 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 안에 이단이 침투해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상한 사임 정황…전별금은 10억?
하지만 갑작스런 심장병으로 사임했다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ㅇ교회는 ㅎ 목사가 자취를 감춘 후, 홈페이지에서 ㅎ 목사의 소개와 설교 동영상 등 ㅎ 목사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삭제했다. 목회를 잘 해 오던 담임목사가 병으로 입원했다는데,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 병세가 어떤지 교인들은 알지 못했다. 모든 목회 활동을 내려놓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다던 ㅎ 목사는, 올해 1월 2일 서울의 모 교회에서 열린 아들의 결혼식에는 참석했다.
교회는 현재 ㅎ 목사의 사임 원인을 '심장병'으로 결론 짓고 후속 처리를 논의하고 있다. ㅎ 목사의 전별금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12월 30일 열린 공동의회에서는 10억 원 정도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집사가 금액이 너무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교회는 전별금을 확정하지 못했다. 조만간 제직회를 열어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장로들은 ㅎ 목사의 성 추문은 부인했고 전별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B 장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담임목사는 성추행을 할 사람이 아니다. 워낙 곧은 성격이라 교회에 적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헛소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지도자를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니냐. 우리가 조사를 하려고 했더니 피해자라고 하는 그 사람들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그는 ㅎ 목사가 한국에서 목회를 내려놓고 아프리카 선교를 갈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C 장로는 기자에게 "담임목사님은 병가로 관두신 걸로 알면 된다"고 짧게 말했다. 전별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 ㅎ 목사는 얼마를 요구하지 않았고 교회에서 주는 대로 받겠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소문으로 말이 자꾸 커지는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