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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사립고' 꿈꾸던 오정현 목사에게 옥한흠 목사가 쓴 편지
서초고 인수 계획에 반대…"우리 교회 비전은 보통 이하 사람들 찾아가는 것"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6.01.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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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한흠 목사가 오정현 목사의 서초고 인수에 반대하며 쓴 편지 원본을 <뉴스앤조이>가 입수했다. 옥 목사는 대형화를 원하는 오정현 목사에게 교회가 추구해야 할 비전이 아니라며 나무랐다. 사진은 2004년 1월 오정현 목사 위임식 당시의 옥한흠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오정현 목사의 서초고 인수 추진에 대해 옥한흠 목사가 쓴 편지 원본을 최근 <뉴스앤조이>가 입수했다. 옥 목사는 이 편지를 통해 대형 교회의 학교 운영, 나아가 대형 교회가 본질적으로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최근 강남의 또 다른 대형 교회인 오륜교회가 학교법인 운영에 뛰어든 상황에서 옥 목사의 메시지는 한국교회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옥한흠 목사는 오정현 목사가 서초고등학교 땅을 사려던 2005년 당시 이 편지를 썼다. 당시 서초고는 서초동에서 잠원동으로 이전할 계획이 있었다. 오정현 목사는 서초동 부지에 우수한 영재들을 길러 낼 명문 사립학교를 운영하려고 계획했다. 주일에는 이 건물을 예배 공간으로 쓰려고 했다.

서초고를 둘러본 옥한흠 목사는 오정현 목사의 계획을 반기지 않았다. 초기 비용만 1,0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았다. 옥 목사는 눈으로 보기에 하나님의 선한 뜻이 드러나는 것 같았으나 자꾸 소돔 땅을 선택한 롯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것이 사랑의교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지에서 옥 목사는 왜 주일학교 연간 예산의 100배를 투자해 소수의 학생들을 키우는 일을 해야 하느냐고 했다.

비단 학교를 운영하려 해 문제 삼은 것은 아니었다. '명문 사립학교'가 풍기는 이미지는 사랑의교회가 품어야 할 비전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옥한흠 목사는 학교 대신 복지관을 더 검토해 보라고 했다. 예배 공간도 확보할 수 있고 성도들도 '복지'라는 보람된 일에 힘을 쏟을 수 있어 긍지와 소명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옥한흠 목사는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을 했다. 사랑의교회가 대형화되면서 그런 목회자가 될 수 없음에 옥 목사는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삯꾼 같았다고 고백했다. 오정현 목사에게도 고통받는 밑바닥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부탁했다.

"나는 출석 1만 명이 넘어가면서 항상 양심의 가책과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교회가 커서 목회자로서 양 떼를 돌보고 섬기는 본질에 충실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밑바닥에서 고생하는 성도들의 신음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목회자가 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무대의 스타가 되어 연기하기만 급급했다. 나는 이런 자신이 미웠다. 삯꾼과 무엇이 다른가? 결국 이 고민이 내가 목회에서 빨리 물러나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

이 편지 내용은 목사의 아들 옥성호 대표(도서출판 은보)가 쓴<왜 Why?>(은보)에도 실려 있다. 옥성호 대표는 아버지 옥한흠 목사가 이 편지를 보낸 후 오정현 목사와 통화하며 왜 그의 생각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하고, 애원하고, 화를 내고, 달래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옥한흠 목사의 편지 이후에도 오정현 목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2년 뒤인 2007년, 서초구의회 자료에 "서초4동에 있는 한 교회가 300억 원을 우선 투자할 의향을 보여 왔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서초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서초구청이 '학교를 주말에 종교 시설로 쓰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교회의 서초고 인수는 무산됐다.

사랑의교회는 결국 서초동 법원 앞에 3,000억 원을 들여 교회를 지었다. 2009년 건축을 시작하며 오정현 목사가 한 말은 옥한흠 목사의 말과 달랐다. 그는 어려운 형편으로 헌금 고민을 하는 교인들에게, "아무리 어려워도 1세기의 초라한 어부들보다 잘 산다. 베드로를 비롯한 어부들은 끼니를 잇기 힘든 상황이었다. 어부들처럼 십자가의 사건을 받아들이면 하나님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소명자로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다 하셨다'는 말과 함께 새 건물에 입주한 오정현 목사는, 지난해 9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이 많이 오는, 강남에서 6두품 교회"라고 말했다. 

옥한흠 목사의 편지는 학교법인을 인수하려는 대형교회의 움직임에 경종을 울린다. 최근 오륜교회가 인수한 영훈학원은 한 해 수업료 1,000만 원에 이르는 영훈국제중학교를 보유한 명문 사학이다. 교회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진 글로벌 리더'를 키워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빚이 200억 원대인 오륜교회는 초기 인수 자금으로만 1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교회 장로들을 비롯해 많은 수의 교인들이 반대했지만, 김은호 목사는 "하나님이 선물로 주셨으니 불평하지 말고 감사함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옥한흠 목사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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