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신상현 총회장)에 때아닌 창조과학 논쟁이 일었다. 교단 소속 학생 선교 단체 SFC(학생신앙운동) 겨울 수련회에 초대된 강사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다. 우 교수는 평소 지구 나이가 채 1만 년도 되지 않았다는 젊은지구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자들의 견해를 전공자 입장에서 반박해 왔다.

우 교수는 서울·경기 지역 대학생들이 모인 수련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과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우주의 크기와 역사 등 현대 천문학의 결과뿐만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생각하는 과학의 특성과 한계, 과학주의, 과학주의 무신론자들의 주장과 비판,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 등을 다루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강의에 참여했던 SFC 소속 학생들은 우 교수의 페이스북 계정에 긍정적인 글을 남겼다. "귀한 강의를 SFC에서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3시간이 아쉬울 정도였다", "신앙이라는 영역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 SFC 대학생 수련회에 우종학 교수가 강사로 초청됐다. 그리스도인로서 과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강의했다.

수련회가 끝난 후 강의를 듣지 않은 일부 예장고신 목사와 전도사들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이들은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서 우종학 교수를 '창조과학을 부정하는 진화론자'로 몰아세우며 그를 초청한 SFC를 나무랐다. 예장고신에서 학생들의 신앙 교육을 담당하는 SFC가 그를 초청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목사도 있었고, 우 교수를 두고 "하나님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고 하는 악한 세력"이라고 지칭하는 이도 있었다.

예장고신 목사들이 운영하는 언론 <개혁정론>도 'SFC 수련회, 유신진화론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다'라는 기사로 논란을 소개했다. SFC가 우 교수를 초대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면서,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쪽과 혼란에 빠진 쪽으로 나뉘었다고 했다. 기사는 많은 학생들이 강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 "우 교수의 학문적 명성과 교수라는 직위 때문에 분별력이 약한 학생들이 여과 없이 그 내용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예장고신은 공식적으로 창조과학을 지지하지 않는다. 고신대학원에서 창세기 1장을 해석할 때 존 스텍 교수의 <구약신학>을 교과서로 사용한다. 이 책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창조과학 측의 의견보다는 조금 더 구조적·문학적인 해석을 소개한다. 예장고신 소속으로 <개혁주의 vs 창조과학>이라는 책을 쓴 윤철민 목사(신서귀포교회)는 "예장고신은 근본주의적 경향을 띄기 때문에 목사들은 창조과학에 더 공감한다. 이번 우종학 교수 강의 논란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우종학 교수는 "3시간 강의의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누군가에게 압축한 내용을 전해 들으면 내가 진화론을 설파했다고 오해할 수가 있다. 논란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위한 논란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공계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많이 갈등한다. 1명이라도 내 강의를 듣고 신앙을 지킬 수 있다면 누가 나를 공격하든 바르게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기사에 SFC 관계자와의 대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는 이 발언이 SFC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기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며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고심 끝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관계자의 요청에 따라 해당 단락을 삭제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는 한국기독학생회(IVF·대표 김종호) 출신 크리스천 천문학자다. <쿼크, 카오스 그리고 기독교>(SFC)를 번역했고,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IVP)의 저자이기도 하다. 우 교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과학과 신앙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며 활발한 강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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