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기독교서회의 100주년 기념 성서 주석 시리즈 중 <로마서> 1,2권을 저술한 한일장신대학교 차정식 교수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는 1월 5일부터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에 차정식 교수의 표절 의심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차정식 교수는 평소 표절에 대해 강연과 칼럼, SNS 등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지난해 8월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청어람ARMC 주관으로 열린 '표절과 한국교회' 포럼에 학자로 나온 차 교수는 '학술 논문 표절의 현실과 개선 방안' 부분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 신학계의 표절 문제가 특히 심각한 것 같다고 했다. "서로 봐주고 감싸 주는 분위기에 익숙하다 보니 대강 넘어가려는 문화가 있다"며 한국 신학계에 만연한 논문 표절 문제를 지적했다.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졌던 2013년에도 차 교수는 '표절 의도성을 확인할 증거'라는 글을 썼다. 그는 "무단 인용의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여기저기 남발된 경우라든지, 한 사람의 한 자료가 아니라 복수의 저자가 생산한 복수의 자료를 도배하듯 접속시켜 놓은 경우는 우발적인 실수나 순간적인 태만이 아니라 '작심하고' 남의 글을 도둑질하기로 명백히 '의도한' 증거로 봐야 옳다"면서, 오정현 목사의 표절은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하 목사는 차정식 교수가 표절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현재 5건 공개했다. 찰스 D. 마이어스 주니어나 존 D. 갓세이 등의 학자 글을 가져다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하 목사가 공개한 주요 의심 대목은 이렇다.

▲ 이성하 목사가 '신학 서적 표절 반대'에 올린 차정식 교수 자료 1번.

이성하 목사는 차 교수의 <로마서> 1·2권 집필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표절 분량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했다. 차정식 교수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출판사의 독촉 탓에 1년 만에 1,100페이지 분량의 주석을 썼다"는 글을 올렸다. 대한기독교서회 성서 주석 시리즈의 한 저자는 "나에게도 1~2년만에 책을 써 달라고 하길래, 그렇게는 못한다고 기간을 늘려 달라고 했다. 주석을 쓰려면 보통 4~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책 서문부터 많은 양을 발견했다며, 앞으로 계속 자료를 공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만에 입장 낸 차정식 교수 "인용 표기 부족했지만 창조적 해석 제시"

차정식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대한기독교서회 성서 주석 시리즈 저자들의 공동 성명 발표를 주선해 왔다. 왕대일 교수(감신대), 천사무엘 교수(한남대)가 추진한 공동 성명에 차정식 교수가 합세하면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았다. 갑자기 왜 차정식 교수가 나서느냐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저명한 김 아무개 교수의 이름이 거론됐다. 차정식 교수가 김 교수에게 "이성하 목사가 당신 책에서 심각한 분량의 표절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를 덮지 않으면 이 목사가 자료를 공개할 테니 이번 공동 성명에 이름을 같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본인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성하 목사가 본인의 책 중 무엇을 문제 삼는지도 모르는데 성명부터 낼 수 없어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속에 차 교수가 섭외한 교수들 중 일부도 '난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 사과한다고 하면 나도 표절로 낙인찍히는 것 아니냐'며 발표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성명 발표는 무산됐다. 공동 성명 발표 무산에 따라 이성하 목사는 그동안 중단했던 교수들의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왕대일 교수(감신대)였고, 두 번째가 차정식 교수였다.

차정식 교수는 이성하 목사가 자료를 공개해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뉴스앤조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입장을 발표했다. 차 교수는 '가급적 각주를 달지 않는다'는 대한기독교서회 편집 지침에 따라 인용 자료에 본문 주 처리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법이 미흡해 지적받을 만한 점이 적지 않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다만 본인 고유의 창조적인 해석을 제시하면서 고군분투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차정식 교수는 독자들에게 제안도 했다. 그는 '신학 서적 표절 반대' 등 표절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기존 학자들의 저서를 뒤지며 부실함을 까발려 고발하는 것을 뛰어넘어, 이성하 목사를 비롯한 소장 학자들이 그 뜨거운 에너지를 모아 연구에 매진해 기존 학자들의 부실함을 극복할 만한 주석서 및 훌륭한 연구 저서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표절 논란이 특정인에 대한 섣부른 낙인찍기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며 공적인 기관에서 공정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인격적인 배려를 해 달라고 했다. (차정식 교수의 입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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