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2015년을 돌아보면서 교계 이슈 10개를 선정해 하나씩 기사로 연재합니다. 열 번째 이슈는 '신학 교수들의 표절'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015년 한 해 한국 신학계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표절'이었다. 교단과 학계를 대표하는 교수들이 대거 표절 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학계의 저술 관행이 느슨하다는 이야기가 있긴 있었다. 

▲ 한국 신학계의 표절 문제는 1990년대부터 암암리에 제기돼 온 문제였다. 해외 유학파가 늘어나고, 원서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간 드러나지 않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터지기 시작했다.

2015년 초, 신학 서적의 오역 문제를 다루던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가 한 교수의 책에서 표절을 발견했고, 이것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 목사는 이를 시작으로 여러 명의 책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신학생과 목회자의 제보도 이어졌다.

김지찬이한수(총신대) 교수를 비롯해 송병현(백석대), 양용의(에스라신학대), 전정진⋅유진열(성결대), 이성훈(전 성결대), 이필찬(이필찬요한계시록연구소), 윤철원(서울신대), 박철우(나사렛대), 강사문(장신대 은퇴) 등 내로라하는 신학자들의 이름이 공개됐다. 많은 교수들이 독자들에게 사과하고 책을 절판했지만, 일부 교수들은 "내 책에는 문제없다"며 반발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사람도 있었다.

50여 권에 이르는 대한기독교서회 성서 주석 시리즈도 문제가 됐다. 이성하 목사는 주석 시리즈 저자인 김정우(총신대), 박수암(장신대 은퇴), 이형원(침신대) 교수가 쓴 책 중 표절이 의심되는 부분을 공개했다. '표절'이라는 꼬리표가 붙지는 않았지만 왕대일(감신대), 정중호(계명대), 천사무엘(한남대) 교수를 비롯한 복수의 신학자도 구설수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표절 문제에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며 쓴소리를 하던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 역시 표절 의혹에 휩싸이는 등 문제는 계속 불거졌다.

신학자들의 표절 논란에서 주목할 점은, 표절 의혹이 학계가 아닌 독자들에게서 제기됐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먼저 나서서 "돈을 주고 표절한 책을 산 독자들이 피해자"라며 저자들에게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가 지난 2015년 3월 생겨났고, 사람들은 이곳에 표절이 의심되는 부분을 원서와 비교 분석해서 올렸다.

일부 신학자들은 "표절 문제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판정해야 할 문제다. 일반인들이 표절 여부를 단정 짓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신학 서적 표절 반대'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성하 목사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정도가 아니다. 한눈에 봐도 표절이 드러나는 수준이다"며 신학자들의 의견을 반박했다.

논란이 계속 일고 있는 가운데, 무엇을 표절의 기준으로 삼을 건지, 사후 처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은 당사자들이 더 협의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이미 여러 의견들이 오갔지만 결론은 뚜렷하게 나지 않은 상태다. 표절 판정을 전담할 권위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구체적인 실행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까지 적자를 볼 수 있는 출판사도 표절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표절처럼 저자에게 잘못이 있어 책을 폐기하는 경우, 출판사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실제로 영세한 규모의 한 출판사는 표절로 지목된 책을 절판했지만, 저자가 금전적인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일부에서는 이번 논란을 기회 삼아 좀 더 엄격한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자성하는 한편, 저술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한기독교서회의 성서 주석 시리즈의 한 저자는, "문제가 있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가 없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번 일을 기회로 앞으로 좀 더 책임 있는 글쓰기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에이전시 알맹2의 맹호성 이사도 "한국 신학계와 신학 출판계는 2015년을 전후로 나뉠 것으로 본다"며, 이번 논란이 앞으로 있을 신학자들의 저술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성하 목사는 "저술 당사자가 독자들에게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면, 결정을 존중할 것이고 자료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하면서 신학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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