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2015년을 돌아보면서 교계 이슈 10개를 선정해 하나씩 기사로 연재합니다. 네 번째 이슈는 '황규철 목사 칼부림 사건'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2015년 10월 말, 한국 사회는 목사들의 칼부림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이미 많은 비리와 거짓으로 땅에 떨어진 목회자들의 도덕성에 쐐기를 박는 사건이었다.

▲ 예장합동 총회 총무와 평동노회 노회장 등을 지냈던 황규철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주인공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 총무를 역임한 황규철 목사다. 황 목사는 10월 22일 저녁 6시경, 서울 금천구에 있는 예복교회에 찾아가 박석구 목사를 만났다. 1시간 정도 박 목사와 이야기하던 황 목사는, 감추고 있던 칼로 갑자기 박 목사를 찔렀다. 마침 교회에 있던 부목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의 개입으로,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지지는 않았다.

칼부림은 노회에서 벌어진 갈등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예장합동 평동노회 소속으로, 같은 노회에서 정치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던 사이였다. 그러나 작년부터 터진 ㅇ교회 사건으로 관계가 틀어졌다. ㅇ교회 임시당회장이었던 박석구 목사는 노회로 증여된 교회 재산 60억 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노회장이었던 황규철 목사는 내주지 않았다. 이해관계가 달랐던 두 사람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교계뿐 아니라 일반 언론들도 목사가 목사를 찌른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많은 언론이 두 목사가 '서로 찔렀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 다 상해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석구 목사는 황 목사가 자신을 찌르고 자해한 것이라 얘기했고, 황규철 목사는 박 목사가 자신을 먼저 찔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사건 당시 녹음 파일을 들어 보면, 박석구 목사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녹음 파일에는 박 목사의 비명소리만 들린다. 또, 박 목사와 황 목사의 대화를 들어 보면, 황 목사가 자해하는 듯한 정황이 그려진다.

두 목사가 몸담았던 예장합동과 평동노회는 때늦은 징계를 감행했다. 평동노회는 사건 보름 후인 11월 6일, 황규철 목사를 제명했다. 예장합동 실행위원회는 11월 9일, 황규철·박석구 목사 둘 다 영구 제명 및 출교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지난 5월, 황 목사는 10월 이미 교단을 탈퇴한 상태였기 때문에 징계의 실효성은 없었다.

끔찍한 사건을 겪었지만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예장합동은 교단 차원에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결의는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평동노회에서도 어쨌든 노회원이었던 사람들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이 사건이 한 번 더 회자되는 게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무산됐다. 확 뜨거워졌다가 확 식어 버린 언론에 편승해,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처럼 되어 버렸다.

칼부림 사건은 단지 해프닝일까, 아니면 곪아 있던 폐단이 드러난 것일까.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방인성 목사는 목회자의 윤리성이 바닥을 칠 수밖에 없는 신학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목회의 성공을 돈과 힘에서 찾는 목사들은 목회자가 갖춰야 할 날카로운 양심에는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이익을 침해하는 사람은 바로 배척해 버린다. 결국 바른 신학의 부재와 목사를 견제할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가 목회자의 윤리적 파탄을 부른 것이다. 황규철 목사의 칼부림 사건은 한번의 해프닝이 아니라, 이런 문제가 극에 달해 드러난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직후 두 사람의 입원으로 중단되었던 경찰 수사는 재개되었다. 사건을 맡은 금천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둘 다 수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피해자(박석구 목사) 측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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