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2015년을 돌아보면서 교계 이슈 10개를 선정해 하나씩 기사로 연재합니다. 두 번째 이슈는 '전병욱 목사'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여교인을 성추행한 전병욱 목사, 처벌은 올 한 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논의마저 지지부진해지는 사이, 침묵을 지켜 오던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들은 수차례 입장을 표명하고 자신들을 변호했다.

대응하는 수위나 방법도 갈수록 적극적으로 변해 갔다. 올해 발표한 성명서만 10여 개에 달한다. 방송과 언론 인터뷰에도 나왔다. 각종 방법을 통해 "성추행은 상습적이었고, 피해자도 다수에 이른다. 교회는 전 목사 사임 당시 성 중독 치료비를 주기도 했다"는 피해자 측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홍대새교회 교인들이 세 차례에 걸쳐 입장을 발표했다. 홍대새교회는 첫 성명서에서 "삼일교회가 전병욱 목사와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2년 내 수도권 개척 금지와 성 중독 치료비 지급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두 번째 성명서에서는 피해 사실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전 아무개 씨 한 명이며, '구강성교' 등의 일은 없었다. 오히려 전 씨가 먼저 옷을 벗었다"며 전병욱 목사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전병욱 목사를 둘러싼 논란은 모두 부풀려진 것이고,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전 목사가 잘못한 건 한 차례 자극적인 농담을 한 것과 사건 이후 피해 여성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지 못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 2015년에는 전병욱 목사의 얼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전 목사는 공중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고, 13억 원의 전별금에 대해서도 "기여한 것보다 적게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매거진2580 갈무리)

9월에는 교단 총회 현장에 홍대새교회 교인들과 부목사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총회가 열린 대구 반야월교회까지 내려와 4박 5일의 총회 기간 내내 교회 앞을 지켰다. 교인들은 교회 이름이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전병욱 목사를 치리해 달라는 삼일교회 교인들 뒤편에 서서, 총대들에게 전 목사가 누명을 쓰고 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 줬다.

모습을 좀체 드러내지 않던 전병욱 목사도 공중파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했다. 11월 중순 방영된 MBC '시사매거진2580'에 나온 전 목사는, "기여한 것에 있어 전별금 13억 원은 적으면 적었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2001년, 구반포 아파트가 2억 1,000만 원 할 때 내가 1억 7,000만 원을 헌금했다"고 말했다. 성 중독 치료비 명목으로 1억 원을 더 받은 것에 대해서는 "퇴직금 액수(11억 원 가량) 자체가 크지 않아 그랬는지 몰라도, 위로금이라고 써 있길래 추가로 더 주는가 보다 생각했다"고 치료비 수령 사실을 부인했다.

12월에도 전병욱 목사의 공개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전병욱 목사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개척 금지 약속은 결코 한 적 없고, 전별금도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 성 중독 치료비를 줬다는 소리도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교인 성추행에 대해서도, 전병욱 목사는 "내가 많은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추행을 했다고 하는데 말이 되는 소리인가. 도대체 왜 이런 주장을 해 나를 변태로 만들어 버리는지 모르겠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은 피해자에게 몇 차례나 사과했고,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18년간 모든 걸 바친 삼일교회를 사임했다고 말했다.

▲ 지난 9월, 대구에서 열린 100회 총회 때 삼일교회 교인들이 전 목사를 치리해 달라며 피켓 시위를 했다. 그 뒤로는 어깨띠를 두른 홍대새교회 교인들이 섰다.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우리 교회가 이제 노회에 가입도 해야 하니까 총대들에게 인사하러 온 것"이라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렇게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가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병욱 목사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봐 왔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평양제일노회의 한 목사는 "전병욱 목사가 (자신을 감싸는) 평양노회 목사들과 있다 보니 자신감을 많이 얻은 듯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노회 분립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분립하기 전의 평양노회에는 전병욱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노회가 두 개로 분립하면서 전병욱 목사는 길자연 목사(예장합동 전 총회장⋅왕성교회 원로)를 비롯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주로 모인 평양노회로 갔다. 이제는 자신이 노회의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9월, 100회 총회에서 긴급동의안을 통해 전병욱 목사 재판 건이 다뤄질 때도, 삼일교회 측은 노회가 아닌 총회가 재판해 주기를 원했다. 평양노회에서 재판해 봐야 전병욱 목사 편이 많으니 결론이 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총회는 전병욱 목사 재판을 노회에 맡겼다.

재판권을 넘겨받은 평양노회는 전병욱 목사를 감싸는 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 10월 중순, 평양노회는 홍대새교회를 소속 교회로, 무임목사 신분이던 전병욱 목사를 홍대새교회 시무목사로 받아들였다. 이어 11월 열린 '홍대새교회 노회 가입 감사 예배'에서는 전현직 노회장들이 전병욱 목사를 감싸고 나섰다. 노회장 김진하 목사는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는 평양노회가 지킬 것이다"라고 발언했고, 전 노회장 강재식 목사도 "지난해 재판을 해 본 결과 (성추행 사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고 했다.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회는 12월 22일 재판국을 구성했다. 노회원들이 뽑은 재판국원 목사 4명 중 3명은 홍대새교회 가입 감사 예배 때 축사를 한 목사들이었다. 전 목사를 감싸는 발언을 한 김진하 목사를 비롯해, 고영기 목사, 김경일 목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진하 목사는 "내가 재판에 들어가면 말이 많아진다"며 수차례 고사했지만, 노회원들은 무조건 김진하 목사가 해야 한다며 재판국원에 집어넣었다.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은 한 달 안에 결론이 날 예정이다. 2016년 1월 5일, 노회 사무실에서 1차 심리가 진행된다. 김진하 목사는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이번엔 1월 말까지 무조건 끝내겠다. 정말 공명정대하게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여러 곳에서 전 목사를 치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회는 계속 전 목사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회는 1월 말까지 재판을 끝내겠다고 했다. 노회는 어떤 결과를 내놓을까.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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