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레교회 이문장 목사와 두바협은 12월 4일 분립하기로 합의했다. 교계 언론들은, 갈등이 종식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합의는 오래가지 않았다. 두바협은, 이 목사 측이 합의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일주일 만에 합의를 파기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분립으로 분쟁의 마침표를 찍으려 했던 두레교회 내홍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분쟁을 겪은 두레교회 이문장 목사 측과 두레교회바로세우기협의회(두바협)는 교회를 분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두바협은, 이 목사 측이 합의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주일 만에 합의 파기를 통보했다.

이문장 목사 측과 두바협 소속 장로들은 지난 12월 4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 분립 등 18개 조항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진행 중인 각종 소송도 취하하고, 인터넷 카페 등에 올린 상호 비방 글도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평양노회장 장창만 목사가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합의가 성사됐다.

장 목사는 "서로 싸워 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면서 양측을 설득했다. 당사자들 역시 싸움이 지속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두바협 장로들은 "싸우면서 신앙심이 약해지고, 투쟁심만 높아졌다", "좋은 교회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 모습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문장 목사도 "아쉬움이 있지만 분립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교인들이 많이 지쳐 있고, (이대로 가면) 비용도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오랜 분쟁으로 염려를 끼친 점을 사과하며 두레교회뿐만 아니라 노회와 총회를 섬기는 겸손한 마음으로 목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장창만 목사는 "그동안 대립했던 양측이 두 개의 교회로 분립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번 100회 총회 주제가 화해인데, 큰 열매를 맺었다"고 말했다. 교계 언론들은 두레교회의 갈등이 '종식'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두바협은 11일, "이문장 목사 측의 귀책사유로 인해 (합의가) 완전히 백지화됐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목사 측이 '분립 정신'과 '신의 성실'의 원칙을 저버린 점을 파기 이유로 꼽았다. 합의 이후에도 인터넷에 두바협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고, 두바협 교인들에게 회유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합의문에 나와 있지 않은 분립 지원 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언론에 유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언론은 두바협이 20억 원을 지원받고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원래 두바협은 분립 조건으로 교회 맞은편에 있는 두레교회유치원 건물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사 측은 요구를 거부하는 대신 건물의 공시지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문장 목사 측은 두바협의 파기 선언과 상관없이 교회 분립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 12월 13일 일요일 공동의회를 열고, 교회 분립과 노회에 분립을 청원하는 안건 두 가지를 다뤘다. 박 아무개 장로가 나와서 합의문에 나와 있는 조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가부를 묻기 전 이 목사는 "합의문이 마음과 성향에 맞지 않지만,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일을 보고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해 순종하기로 했다. 두바협과 맺은 합의서에 대한 동의·재청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집사가 "노회에 교회를 하나 더 세우는 일"이라며 동의하자, 재청하는 목소리가 연달아 나왔다. 600여 명의 교인은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일제히 박수를 쳤다. 공동의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30분 만에 끝이 났다. 이 목사는 "역사적인 날이다. (결의가) 분립 예배로 이어지길 바란다. 넓은 마음으로 두바협도 잘되도록 기도하자"고 했다.

▲ 이문장 목사 측은 12월 13일 일요일 공동의회를 열고, 교회를 분립하기로 결정했다. 반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12월 14일, 구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바협 장로들은 "우리가 먼저 돈을 달라고 한 적 없고, 금액도 명시한 적 없다. 그런데 보도를 보면 20억을 받는 것으로 나오는데, 마치 두바협이 돈을 받기 위해 화해한 것처럼 비춰졌다.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라고 비판했다.

합의가 파기된 데에는 노회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장로들은 "협상을 중재한 평양노회에서 교회가 분립할 때까지 하나하나 관여해야 하는데, 합의 이후 '뭘 더 해 줘야 하느냐'고 하더라. 우리가 이 목사와 단둘이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 노회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두바협은 기존 합의는 취소하고, 원점에서 다시 협상할 것을 제안했다.

이문장 목사 측은 두바협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 측 한 관계자는 "언론을 동원했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우리는 합의한 날 기자회견을 하는 줄도 몰랐다. 합의를 중재한 노회에서 주관한 것이지 우리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있는 두바협 비방 글도 모두 지웠고, 두바협 교인들을 회유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두바협이야말로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합의 내용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중재에 나섰던 장창만 목사는 15일 "두바협이 합의를 파기함에 따라 노회 중재는 끝난 것으로 알아 달라. 12월 20일로 예정된 분립 예배도 하지 않는다"는 문자를 이 목사와 두바협 장로들에게 보냈다.

▲ 지난 3월, 두바협 교인들이 강단에 올라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제직회가 당회 결의 없이 불법으로 열렸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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