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기독연구원느헤미야(느헤미야·김형원 원장)는 지난 3월부터 교회 개혁을 위한 연중 포럼 '영화 쿼바디스에 답하다'를 열어 왔다. 12월 7일, 네 번째를 맞은 마지막 포럼의 주제는 '한국교회 보수화, 권력과 맘몬에 물든 교회에 대한 반성'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5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패널로는 CBS 변상욱 콘텐츠본부장, 느헤미야 김근주·배덕만·김형원 교수가 나와 한국교회가 보수화한 원인과 결과를 발제했다.

▲ 김형원 교수는 한국교회가 시민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국민이 원하는 건 진보의 가치

김형원 교수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보수'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급진적인 변화를 원하는 진보와 달리 보수는 점진적인 변화와 개혁을 원한다.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 눈에 보이는 현실, 그 현실을 유지하는 경제를 중요한 가치로 꼽는다. 이들은 '경쟁'이란 개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경쟁을 통해 경제가 운영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진보에서 말하는 공동체적 개념을 꺼린다. 서로 간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공동체'가 경쟁하지 않게 만들고, 효율성을 낮춰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보수화한 까닭을 전쟁과 분단, 경제적 빈곤으로 봤다. 그는 "한국교회의 보수화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은 교회는 현재 타락의 수렁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을 기준으로 잘못된 현실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큰 교회당'을 예로 들며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하나님나라를 교회 건물로 대체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이 한국 사회의 해결 과제를 '빈부 격차', '공평과 평등'으로 꼽은 설문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가 아닌 진보의 가치라고 말하면서 한국교회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와 국가적 공동체가 보수적 입장을 취하며,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 열망은 헬조선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교회는 보수·수구적인 행보로 빈부 격차가 심해지도록 조장한다. 한국교회의 쇠퇴하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당연하다."

▲ 변상욱 본부장은 시간이 갈수록 덩치가 커진 한국교회는 유지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대기업과 대형 교회의 공통점

CBS 변상욱 콘텐츠본부장은 '자본주의가 유입된 교회의 모습과 그 폐해'를 설명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특성 중 하나가 김형원 교수의 언급대로, 경쟁과 효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고객 유치에 열심이라면, 교회는 신도의 수로 경쟁한다. 교회가 강북에 있어도 버스를 운행해 강서와 강남까지 진출한다. 기업이 본점과 지점이 있듯이, 대형 교회도 본 교회가 있고 지교회가 있다. 지교회를 건축하려는 지역에 이미 다른 교회가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자본주의의 속성과 유사한 모습이다.

변 본부장도 한국교회가 이대로 가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베이비 부머 세대를 지나 자녀를 한 명 낳는 저출산 시대에 와 있다. 점차 인구 수가 줄어드는데, 이에 따라 교인 수도 줄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긴 경기 침체를 맞으며 취업난이 더욱 심해지고, 교인의 헌금도 줄어들 것이다. 그는 이 여파로 지금까지 덩치를 키워 온 한국교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질 거라고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한국교회가 부채를 줄이고 지역사회 공동체를 더 탄탄히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교회는 성장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득권을 위해 교회가 정치와 손잡고 약자를 살피는 대신 소수를 내모는 현실도 짚었다. 그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대형 교회 목사들이, 정부의 초대로 청와대에서 한국 사회의 이슈를 듣고 정부의 편을 들면서 자신의 위치를 견고하게 만든다고 했다. 정치 세력의 비호를 받고 교회 내 결속을 위해 성 소수자, 이주민에게 엄격해지고, 쇄신과 개혁을 말하는 성도를 '종북·좌빨'로 내몬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고스란히 교계에서 일어나고 있고, 도덕적으로 약자를 살펴야 하는 교회가 오히려 희생양 몰이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 배덕만 교수는 미국 개신교의 영향을 받은 한국교회가 성서무오설, 종말론, 성령 운동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한국의 근본주의, 미국 개신교의 영향

배덕만 교수는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근본주의는 한국에 복음을 전한 미국 개신교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처음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가 아펜젤러와 언더우드인데, 이들은 성서무오설, 종말론, 성령 운동을 중시한 무디의 영향으로 선교사가 되었다. 예수가 재림하기 전, 한 영혼이라도 구원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국 땅에 상륙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모든 개신교가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같지는 않았다. 배 교수는 그때 미국의 주류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도시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등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성서를 기반으로 개인의 신앙에 초점을 두었다. 구원의 범주도 영육이 아닌 오직 '영'의 구원이었고, 성령 운동도 '죄성과 싸워 이긴다'는 개인적 체험만을 강조했다. 여기에 종말론 사상까지 더해져 '사회 개혁'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았고, 오히려 어쭙잖은 참여는 예수의 재림을 지체한다고 보았다. 배 교수는 미국 개신교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사회에 대한 관심을 절제하고 오직 영혼 구원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수의 구원은 단지 천국 가는 게 아니다

김근주 교수는 경험과 신학적 측면에서 살펴본 한국교회의 보수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다수의 교회가 해방 직후 철저하게 '반공'에 초점을 뒀다. 북한이 독자적 국가가 되었고 경제성장을 이뤘다. 북에서 배척되어 내려온 기독교인들은 북한을 이겨야만 하는 존재로 보았다. 한국교회는 북한과의 비교를 '누가 더 잘 먹고 잘사느냐'에 두었고, 그 결과 경제성장을 외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뽑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어 김 교수는 신학적 측면에서 보수화의 뿌리를 배 교수와 같이 미국식 복음주의로 꼽았다. 이 신앙관에서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신앙과 본인이 속한 공동체만의 복을 비는 신앙이 나왔다고 보았다. 그리고 구약과 신약의 관계에 대한 그릇된 인식, 구약의 경시를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구원'을 통해서 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 김근주 교수는 구약의 율법과 예수의 구원이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우리가 흔히 하는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라는 표현에는 전혀 구약에 대한 이해가 필요 없다. 구원이 천국 가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예수 믿으면 천국 간다는 패러다임, 이 교리는 대부분 신약성경과 연관되어 있다. 구약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예수의 구원은 구약의 율법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예수는 율법을 이루려고 오신 분이다."

그렇다면 예수가 이루려던 율법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그 율법은 구약 예언자들이 꿈꾸고 증거하고 선포했던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전쟁 연습 때 쓰는 '칼과 창'을 '보습과 쟁기'로 만들고 '이리와 양'이 함께 뛰노는 공동체를 꿈꿨다. 그 구약의 메시지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구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교회는 구원의 본질은 사라지고 금은보화가 가득한 집, 다이아몬드로 치장된 천국 묘사만 남았다. 그는 이를 "천국이 아니라, 이 땅에서 하나도 포기하지 못한 탐욕의 대상화"라고 말했다.

현실에 순응하며 보수 모방한 진보

발제가 끝나고 네 패널에게 질의응답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 참여자는 "역사 교과서와 관련해서 장신대 교수의 행보도 그렇고, 과거에는 진보였던 사람이 지금은 보수화되었다. 진보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 것 같은데 원인이 뭐냐"고 물었다. 김형원 교수는 "60년대만 해도 진보와 보수가 50:50이었다. 진보는 사회정의 운동에 열심이었고, 보수는 교회 문제에 집중했다. 10년 정도 지나니 영향력에서 차이가 났다. 이걸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으니 진보가 보수의 형태를 빠르게 모방하게 됐다. 물질주의화됐다. 가치를 지키기보다 현실에 순응해 모방하면서 이렇게 됐다"고 답했다.

다른 참가자는 보수화한 한국교회의 대안에 대해 질문했다. 마이크를 든 변상욱 본부장은 "길드형 교회가 있다.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이 모이고 목사를 초청하는 방식이다. 연예인 교회가 그렇다. 또 2~3가정이 모여서 드리는 예배도 있다. 여러 실험적인 시도와 도전을 통해 한국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발제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패널들에게 질문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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