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보듬는 공감과 위로

▲<미루나무 그림묵상> / 김민석 지음 / 마음지기 펴냄 / 240쪽 / 1만 4,000원

참 따뜻하고 흥미로운 묵상집이 발간됐다. 한 젊은 신학생이 자신의 묵상을 감성적인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엮은 <미루나무 그림 묵상>(마음지기)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SNS에서 이미 그 호감도를 검증받았을 정도로 대중성을 지닌 콘텐츠다. 작가의 글과 그림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준다.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그로 인해 감정 치유 같은 이슈들이 요즘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타인에게 위로받기 원하고 자신의 상황을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 크리스천이라고 다를까. 연약한 인간으로서 신앙인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때가 많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함으로 마음에 평안을 품게 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종종 그 본질을 놓치고 세상 풍파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아무리 신실한 크리스천이라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가치관의 혼란 등 내적 갈등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주변인들은 굳건히 믿음을 지켜 나가는데 자신만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힘들다.

이렇게 고민하고 방황하는 크리스천들에게 필요한 것이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 툭툭 털고 일어나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바로 이 책 <미루나무 그림 묵상>이 소란스럽지 않고 담담하게 그런 메시지들을 풀어낸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친근한 캐릭터 '미루'와 '나무'에 투영하여 상처받은 마음, 낙담한 영혼 그리고 지쳐 쓰러진 이들에게 조곤조곤 말을 건넨다.

결코 가볍지 않은 통찰과 영성

그러나 이미 복음과 믿음을 소유하고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세상의 방법과 똑같은 공감과 위로만 전한다면 어딘가 많이 허전하다. 저자는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신학대학원 재학생답게 말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영성이 살아 있는 묵상이 책에 담겨 있다.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는 것과 별개로, 결코 가벼이 지나칠 수 없는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할 줄 아는 바른 신앙인의 모습이다.

"말씀대로 사는 게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말씀대로 살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는 미루(138쪽)와, 세상의 조롱과 대적 속에서도 무릎 기도를 올리는 나무의 모습(94쪽)에서 그리 긴 인생은 아닐지라도 저자가 그간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도하며 쌓아온 신앙의 내공이 엿보인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의 걸음을 내딛는 것 말고는 인생의 계획이 없다"는 젊은 저자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미루나무 그림 묵상>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림이 주된 책임에도 쉬이 읽어 넘기지 못할 때가 많다. 천천히 읽으며 저자의 묵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그리고 하나님께 조용히 독대를 청하는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추위가 깊어지는 연말, 주위에 홀로 외로워하는 영혼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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