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오전(현지 시각, 한국 시각으로는 3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동부 지역에 자리한 샌버나디노카운티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14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범인 2명은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사망했다. 이 사건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벌어진 352번째 총기 난사 사건이다.

이 사건을 대하는 언론과 한국교회 안팎 시민사회의 태도에서 두 가지 점에 눈길이 간다. 적지 않은 기독교인은 이번 사건을 대하면서, "거 봐, 무슬림이 테러를 일으켰잖아. 이슬람은 위험한 종교라니까…" 하는 식의 반응을 보여 준다. 이런 반응에 얽힌 두 가지 태도를 살펴본다.

하나는,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파키스탄계 이민자 2세인 사이드 리즈완 파룩(Sayeed Rizwan Farouk, 28)과 파키스탄계 이민자 타쉬핀 말릭(Tashfeen Malik, 27)이 무슬림으로 보이자, 이것을 곧장 '무슬림 테러' 또는 '이슬람 테러' 사건으로 연결하려는 태도다. 사건 이후,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수사 당국에서는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사이드 파룩이 다니던 직장에서 있었던 갈등으로 촉발된 범죄인지, 전형적인 종교적 극단주의 영향을 받은 테러 사건인지는 아직 풀어야 할 점이 있다. 사이드 파룩이 샌버나디노카운티 보건국에서 환경 보건 전문가로 일했고, 총격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 보건국 직원들이 모여 연말 파티를 하고 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또 사이드 파룩이 총기를 난사하기 전에 현장에서 동료 직원들과 언쟁을 하고 돌아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번 테러 사건 피해자들 다수도 보건국 직원들이었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일부 매체와 이 사건을 대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드러나는 기독교인들의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조심스럽다.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다. 그렇지만 테러 사건 대부분이 무슬림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편견도 한몫하고 있다. 어떤 무슬림이 종교적 신념을 갖고 총기 난사 사건에 연루되면 곧장 '테러'가 된다. 그렇지만 비무슬림, 다른 종교인은 자신의 종교적 가치관에 의해 사건을 일으켜도 일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간주한다.

과연 테러 사건 대부분이 무슬림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 자료는 아니지만, 미국 안에서 벌어진 다양한 수준의 테러 사건 중 6% 정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것이었다. CNN은 2010년 1월 이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동부 뉴저지 주 소재 프린스턴대학교 Loon Watch에서 미국연방수사국(FBI)의 1980년부터 2005년 사이에 미국 안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 미국 내에 일어난 테러 사건 중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발생한 사건은 6%에 불과했다.

FBI는, "테러리즘은 '정치적/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불법적인 폭력과 힘을 사용하여 정부, 시민 혹은 어떠한 집단을 위협하거나 강압하는 행위'이다"고 정의한다. 테러 사건 분석 내용을 보면 5%는 사회주의자, 7%는 극단적인 유대주의자, 24%는 극단적인 좌파 진영 사람들에 의해 벌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 자료는 미국 안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에 대한 분석 자료다.

테러에 대한 정의는 유럽연합에서도 거의 동일하다. 유럽연합에서 지난 2011~2015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의 2% 정도가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로 드러난다. 물론 이들 종교적 극단주의자들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미국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비율(6%)이 유럽보다 조금 높은 수치다. 유럽이나 미국 내에서 극단주의 이슬람 영향을 받은 무슬림에 의한 테러 사건 비율은, 많은 이들의 '대부분의 테러가 무슬림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2% 정도다. (<싱크프로그레스> 기사 갈무리)

다른 하나는, 테러와 총기 난사 사건 사이의 구별점이다. 많은 이들이 무슬림과 연관한 총기 난사 등은 테러로 생각하고, 일반 테러 사건은 총기 난사나 인질 사건 정도로 기억하고는 한다. 언론은 일반 테러 사건 용의자는 학생이나 주민 등으로 묘사하고, 무슬림인 경우는 그 종교를 앞세워서 보도하고는 한다. '무슬림은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라는 고정된 편견을 드러내거나 직간접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도록 영향을 준다. 테러 사건을 저지른 용의자나 범인들이 무슬림이라 해도 그들이 무슬림의 대표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다른 무슬림들이 위임한 어떤 권한을 행사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이 이슬람의 가치를 구현했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그들이 이슬람 세계를 위하여 그 일을 했다고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같은 논리를 따른다면, "자신의 이념에 근거하여 콜로라도 스프링에 위치한 가족계획(Planned Parenthood)진료소에서 총기 난사로 3명을 죽이고 9명을 부상 입힌 노스캐롤라이나 주 출신의 침례교인 로버트 루이스 디어는 '기독교 테러리스트'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인터넷 매체 <파테오스>는 지난 12월 1일 자 기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벌어진 이 사건으로는 경찰 1명을 포함한 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필자는 이슬람 세계 안팎을 오랫동안 마주하면서, 이른바 테러범이 무슬림인 테러 사건이 발생할 때면 주눅 들던 적지 않은 무슬림들을 기억한다. 어느 나라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테러범의 국적이 어디인지, 인종이나 종교는 무엇인지 물어보던 얼굴들이 낯설지 않다. 소수자로서 이슬람 세계 밖에 사는 무슬림 이주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사실 남다르다. 이들은 무슬림 테러 사건이 보도될 때, 무슬림 공동체나 무슬림(으로 보이는 사람 포함)에 대한 직간접적인 폭행이나 혐오 범죄, 주변의 따가운 눈총 등을 두려워한다. 어느 지역에서 무슬림을 일반화해서 무슬림 개인이나 공동체 전체에 대한 권리 제한이나 차단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커지거나, 실제로 차별 행위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게다가 잔뜩 움츠러든 무슬림 가운데, 자신들의 공동체 안팎에 대해 보이는 주변인들의 불편함을 또 다른 증오나 혐오로 표현하려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

내가 누군가의 눈에 공포감을 안겨 주는 것을 줄여야 한다. 우리의 시선이 머리에 히잡을 썼다고, 그가 무슬림처럼 수염을 길렀다고, 우리 눈에 무슬림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압박감과 불편함을 준다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테러와의 싸움은 내 안에 있는 두려움과 혐오감을 넘어서는 것이다. 다른 이들을 향한 혐오감을 줄이거나 없애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정 인종·종파·민족·국민이 증오 또는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 공포·배제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이 테러에 저항하는, 다민족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의 삶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