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2일,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 1면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한다는 성명서가 실렸다. 성명서는 총회장 박무용 목사 이름으로 발표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 교계에서 가장 많은 교인과 교회가 속해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의 박무용 총회장이 또 한 번 공개적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했다. 12월 2일, 박 총회장은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 1면 하단에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애초 교단 차원에서 성명서가 나올 것이라는 보도와 달리, 성명서는 박무용 총회장 개인 명의로 발표됐다. 박 총회장은 "한국 기독교는 오늘의 대한민국 건설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언급하면서 기독교가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와 3·1 운동 등 근현대사에 미친 긍정적인 측면을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전통을 계승하는 오늘의 한국교회는 올바른 역사교육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믿고 있다. 바른 역사교육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초석이다. 하지만 현재 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는 기독교(개신교)에 대해 불공정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를 공정하게 서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예장합동 박무용 총회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박 총회장은 그동안 일부 보수 교계 단체와 신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현행 교과서에서 기독교의 서술 분량이 불공정하다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그는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경도되어 개항 이후 우리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독립운동 당시 기독교의 역할이 무시됐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 세력의 역할이 폄하되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현행 검인정 역사 교과서는 "건국 반대 세력을 오히려 높게 평가하고, 6·25 전쟁이 북한의 조선인민공화국이 자유 대한민국을 전복하려고 일으킨 침략 전쟁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총회장 명의로 발표했기 때문에 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없었다. 다만 총회장이 공개적으로 담화문을 내기에 앞서, 지난 11월 27일 예장합동 총회 임원들이 임원회를 열어 초안을 검토했다. 박무용 총회장이 성명서를 발표하겠다는 안건을 직접 임원회에 올렸고 임원들은 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개인적으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임원도 있었지만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자리에 참석했던 총회 서기 이승희 목사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교단 목회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은 아니다. 실행위원회가 모였을 때 목사들이 개인적으로 그렇게(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 뜻을 모았다. 역사 교과서 관련해서 여론이 왼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입장을 발표해서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 우리 교단 목회자들의 정서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박무용 총회장은 전화를 받지 않아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총회장의 성명서 발표와 관련해 예장합동 목사들의 의견을 물었다. 한 목사는 "총회장은 총회 할 때나 총회장이다. 총회 끝나면 상비부가 활동하는 것인데, 관련 부서에서 다루는 것도 아니고 소속 교단 목회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 교단이 그렇게 사회적인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고 총회를 대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지 화가 난다"고 했다. 또 한 목사는 "평소에도 우리 교단은 민주적인 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참 '합동'스럽다"고 했다.

예장합동 총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기독교인이자 현행 역사 교과서를 집필했던 주진오 교수(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는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천재교육 출판사가 발행한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진이었다.

그는 자신이 집필했던 교과서에 서술된 기독교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교과서 내 일곱 군데에서 근대화 이후 개신교의 활약을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현재 보수 교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기독교의 역할이 축소 서술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현재 교계에서 바라는 것처럼 국정화 이후에 서술 분량이 늘어날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교육부가 2017년에 선보일 국정 역사 교과서에서는 근현대사 비중을 현재 50%에서 30%로 줄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근현대사의 비중이 줄어드는 마당에 근현대사에서 활약도가 높은 기독교의 서술 분량이 증가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전 국정교과서들을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한국 기독교는 오늘의 대한민국 건설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개항 이후 기독교는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한국 사회 근대화에 기여하였고, 일제강점기에는 나라 사랑과 독립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감당했으며, 사회 계몽운동을 통해 국민 의식을 계도하고 나라와 민족을 선도하였습니다. 또한 3‧1 독립운동의 구심점이었으며 일제의 만행과 폭정을 전 세계에 알리는 주역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는 공산주의와 싸우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 일에 혁혁한 공헌을 이룩하였습니다. 그 이후에도 한국 기독교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특별히 2000년대에 들어서도 한국 기독교는 평양 대부흥 100주년의 정신을 계승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평화‧통일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이런 전통을 계승하는 오늘의 한국교회는 올바른 역사교육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믿고 있습니다. 바른 역사교육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초석입니다. 하지만 현재 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는 기독교(개신교)에 대해 불공정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공정하게 서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점을 몇 가지로 지적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현재의 검인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경도되어 개항 이후 우리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서구의 문물이 기독교를 통해서 이 땅에 전달된 것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둘째, 1919년 3‧1 독립운동을 비롯하여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이 공정하고 균형 있게 서술되지 않았습니다. 기독교 역할이 무시된 것은 물론 독립운동에서 민족주의 계열의 노선은 미성숙한 사회 개량 운동으로 폄하되거나 친일파로 매도되고, 사회주의 계열의 노선은 민중 해방을 위한 혁명적 노선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셋째, 해방 이후 우리나라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노력은 폄하되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건국에 대해서 반대하는 세력은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민주적인 선거 절차에 의해서 만들어진 나라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넷째, 현 한국사 교과서는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 전쟁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6‧25 전쟁은 북한의 조선인민공화국이 자유 대한민국을 전복하려고 일으킨 침략 전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8종의 검인정 역사 교과서는 이런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섯째, 산업화와 민주화가 균형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가 공정하게 서술되어야 합니다.

역사는 보편타당한 원칙과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여 서술되어야 합니다. 역사의 생명은 정확한 사실에 있습니다. 그런데 현 역사학계는 편향된 이념적 기준으로 역사를 이해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학계는 이처럼 한국사를 왜곡하고 굴절시킨 책임을 져야 하고, 정부, 특히 교육부는 이런 역사 교과서를 방치한 점에 대해서 깊은 자성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 8종의 역사 교과서는 교육부의 감독 아래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점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지 않고, 새로운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공정한 한국사 교과서를 편찬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공감하지만, 동시에 친일 혹은 독재를 미화하거나 졸속 제작이 아닌 충분한 시간과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여 훌륭한 역사 교과서를 편찬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올바른 역사 정립은 국가 정체성 확립과 한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편파적이지 않게 공정하게 서술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새롭게 편찬된 올바르고 공정한 한국사 교과서를 통해서 우리의 자녀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고 나갈 훌륭한 인재들로 양성되기를 기대합니다. 지금은 이념적 대립이나 소모적인 논쟁을 버리고 바른 역사 정립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한국 기독교는 과거와 같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의 발전과 자유‧평화‧통일을 위해서 기도할 것입니다.

2015년 12월 2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박무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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