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대학교 58회 총학생회 후보 디테일은 '(전도 관련) 불쾌감을 주는 건 지양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겠습니다', '청원경찰과 협력, 기숙사 입주 시기에 무단 침입하는 전도인을 제재하겠습니다'라는 선거공약을 내세웠다. 기독교 탄압이라며 교계에 논란을 일으켰지만 서울대 학생들은 선거공약을 내건 김보미(소비자아동학과 12학번) 후보를 총학생회장으로 선출했다. 

11월 1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서울대 학생 약 87%라는 압도적인 수가 58대 총학생회를 지지했다. 이번 선거는 18년 만에 투표권이 있는 학생의 절반 이상인 53%가 1차 투표에 참여해 개표 요건이 성사될 만큼 선거 전부터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일부 교계 언론은, 선거 전 커밍아웃한 김보미 총학생회장 당선인을 가리키며 동성애자가 앞장서 반기독교적인 공약을 제시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교계 언론의 추측과 다르게 공약을 만든 사람은 따로 있다. 김보미 학생과 함께 부총학생회장에 출마한 김민석 씨다. 대학생 선교 단체들을 난처하게 만들 이 공약을 고안한 그는 사실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교회에 다니면서 방송실에서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 김민석 부총학생회장 당선인도 기독교인이다. 초등학생 때 예수님을 만나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 왔다. '무분별한 전도 금지' 공약은 그의 아이디어다.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11월 23일, 김민석 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를 찾았다. 김 씨를 만나 많은 기독교인의 지탄을 받게 된, '전도 금지'로 알려진 공약에 대한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내건 선거공약이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줄 몰랐다고 했다. 기독교든 다른 종교든, 새내기를 향한 무분별한 전도 행위를 막아 달라는 학내 구성원들의 꾸준한 요청 때문에 이 공약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총학생회장의 커밍아웃과 맞물려 더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기독교인으로서 총학생회장 당선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기독교가 싫거나 종교에 관심이 없어서 안 믿을 수는 있어도, 몰라서 안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복음을 강제로 전하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별 도움 안 되는 것 같다. 일상에서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개선된 인식이나 행동을 보이는 것이 전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선거운동 본부에도 기독교인이 많았는데 모두 이 공약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학교 내부에서는 이런 조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데 오히려 현실을 잘 모르는 외부인들이 적대적으로 발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의아해 했다.

학교 캠퍼스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전도인들이 있기에 이런 공약까지 나온 걸까.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각종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전도와 관련한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대부분 전도에 얽힌 안 좋은 기억들을 풀어놓은 글이다. 심지어 전도하는 사람을 벌레에 비유한 '전도충'이라는 단어도 종종 등장한다. 

같은 날, 학생 식당에서 만난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A학생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전날 밤 늦게 끝난 과제로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던 그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누구인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어 문을 열었더니, 자신을 전도하기 위해 온 인근 교회 교인이었다. 불쾌한 마음으로 방문을 걸어 잠근 A학생은 '어떻게 들어왔지?'라고 생각했다.

B학생도 불쾌했던 경험을 잊지 못한다. 작은 체구의 B학생은 수험생 신분으로 면접 보러 왔다가 "교회 다니냐"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면접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자신에게, '학교 선배'라는 사람들은 교회와 구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미 교회 다니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소용없었다. 

서울대 내 기독교 동아리 연합 서울대기독인연합(서기연)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2월 1일부터 정식 임기가 시작되는 총학생회와 대화를 통해 앞으로 계획 등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도 먼저 대화를 제안한 서기연의 입장을 반기고 있다. 

선거 후, 양측은 한차례 만남을 가졌다. 김민석 부총학생회장 당선인은 "기독 동아리원들도 모두 같은 학부생들이기 때문에 서로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전혀 없다. 전도를 '금지'하자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다. 서로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새내기를 맞이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의 방법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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