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펴내고 있는 바른 신앙 시리즈, 다음 기획은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 2>입니다. <뉴스앤조이>취재기자들과 목회멘토링사역원 스태프들이 함께 마을을 잘 섬기는 교회들을 수소문해 탐방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 있는 시온교회(김영진 목사)에 다녀왔습니다. 마을의 특산품을 알리는 온새미로 축제, 죽산리수목원을 중심으로 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 폐교 위기의 낙동초등학교 살리기 운동 등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앞으로 나올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 2>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취재를 갔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취재하던 날로부터 일주일 뒤인 11월 26일(목)에 특별한 김장 담그기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서울, 경기권에 있는 도시 교회 교인들이 이곳 천북면에 와서 시온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 교회들과 연합해 김장을 함께 담그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행사명은 '2015 천북면 친정 텃밭 김장 여행'.

아침부터 하루 종일 함박눈이 쏟아지던 11월 26일(목). 차를 몰아 보령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죽산리수목원 한쪽에 자리 잡은 체험장 안은 김장 담그는 손길로 분주했습니다. 40여 명의 일손이 한데 모여 누가 도시 교회 교인이고, 시골 교회 교인인지 분간하기 힘들었습니다. 마치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 온 이웃사촌 같은 느낌을 풍겼습니다.

절임 배추와 양념을 준비했습니다. (사진 제공 시온교회)
▲ 도시 교회 교인들과 시골 교회 교인들이 어울려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제공 시온교회)

손님맞이를 담당한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를 찾아가 이번 행사가 어떻게 열리게 됐는지 물었습니다. 김 목사는 "장로회 통합 교단 충남노회에 속해 있는 교회들을 중심으로 생산자 협동조합을 지난해 6월 16일에 창립했어요. 서울, 수도권에 있는 도시 교회들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협동조합이 마침 지난 9월에 '온생명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발족했지요. 오늘 이 김장 담그기 행사는 그 두 조합이 함께 힘을 모아 처음으로 시작하는 사역이라고 볼 수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김 목사는 이어서 "농어촌 교회를 중심으로 한 생산자 협동조합은 이미 꽤 많이 만들어져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도시 교회 교인들을 주축으로 한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죠. 불균형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늘의 이 만남이 뜻깊은 이유이기도 하죠"라고 했습니다.

온생명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교단 소속 수도권 교회 교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합입니다. 지난 1년 반의 준비 기간을 갖고 올해 9월 조합원 700여 명과 함께 발족했습니다. 이날 김장 담그기 행사에는 서울 새문안교회 외 3개 교회에서 35명의 교인들이 와서 총 650kg 규모의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온생명소비자생활협동조합 사무국장인 김광욱 목사에게 소비자 협동조합의 의미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습니다. 김 목사는 "지금은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오늘 이 모임이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이런 의식을 갖지 못 한 분들도 많이 있는데, 앞으로 도시 교회와 시골 교회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더 많이 연구하고 의식을 퍼뜨리는 교육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나갈 계획이에요"라고 했습니다.

▲ 이 지역 축산 농가에서 나온 고기를 수육으로 만들어 김장 김치와 함께 식사도 했습니다. (사진 제공 시온교회)
▲ 도시 교회 탐방팀은 보령시 천북면에 있는 유기농 목장에도 들르고, 양돈클러스터사업단도 방문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점심시간에는 이 지역 축산 농가에서 나온 고기로 수육을 만들어서 갓 담근 김장 김치와 함께 다 같이 식사도 함께했습니다. 한쪽에서 열심히 수육을 다듬고 있던 이원갑 장로는 올해 초 사유지를 수목원으로 전환해 교회와 함께 다양한 마을 사역을 벌이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마을 사역에 적극 동참하게 된 배경과 그 후로 교회와 지역사회, 자기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원래 저는 축산 쪽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사람이에요. 젊을 때는 일하느라고 지역 일에 큰 관심을 못 썼어요. 사유지에 있던 숲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바빠서 돌볼 시간도 없고 그랬죠. 제가 30년 전에 처음 시온교회에 나갔는데, 그 뒤로는 돈에 그리 연연하지 않게 됐어요. 지역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요. 그래서 얼마 전 목사님 권유도 있었고, 같이 일할 사람들도 있어서 이곳을 수목원으로 바꿨죠. 그렇게 하고 나니까 이렇게 도시에서도 많이 오고 우리 지역 홍보도 하고 참 좋아요. 마을에 교회 안 다니는 사람들도 교회가 하는 이런 일들을 다 좋게 생각하고 칭찬도 많이 해요."

김장 담그기를 마무리하고 오후 3시부터는 이 지역에 있는 유기농 목장에도 들르고, 지역 전략 식품 산업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양돈클리스터사업단에도 방문했습니다. 서울에서 온 교인들은 생산지의 현황을 살피고, 생산자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이들의 고충도 듣고 건전한 소비 형태에 대한 고민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온 이숭리 권사는 "저는 농사가 가장 성경적이고 복음적이라고 생각해요. 농사가 창조질서에 맞게 지어져야 한다는 걸 농촌 교회 교인들과 목회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시장경제 속에는 이게 살 길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도시 교회가 나서서 소비자 생협도 만들고 이분들과 더 자주 만나서 이런 행사도 열면 결국에는 땅도 살고 물도 살고 농촌도 살고 농부도 살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 왔어요"라고 했습니다.

▲ 서울 새문안교회 이숭리 권사는 "시골 교회와 도시 교회가 힘을 모아서 땅도 살리고 물도 살리고 농촌과 농부도 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 시골 교회 생산자 협동조합과 도시 교회 소비자 협동조합이 함께 힘을 합쳐 개최한 행사였습니다. (사진 제공 시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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