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1년 전 자칭 선지자 홍혜선 씨는 유튜브와 집회를 통해, 2014년 12월 14일 한반도에서 남북 전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은 5개월간 지속되고,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목사와 교인은 홍 씨의 전쟁설을 믿고, 미국·필리핀·캄보디아 등 해외로 피난을 갔다. <뉴스앤조이>는 전쟁설을 믿고 해외에 나간 이들의 근황을 확인해 봤다.

거짓 예언에도 전쟁설 신봉하며 필리핀·태국 등 전전

▲ 자칭 선지자 홍혜선 씨는 2014년 12월 14일, 남북 전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홍 씨가 지난해 11월 13일 서울역 앞에서 교인들을 상대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에 있는 ㅇ교회 노 아무개 목사는 작년 11월 말 필리핀으로 피난을 갔다. 교인과 아이들 포함해 31명이 동행했다. 이 중 절반은 미성년자였다.

조용했던 ㅇ교회는 지난해 9월부터 전쟁설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땅굴을 통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노 목사는 9월 초부터 피난을 가기 전까지 매일매일 집회를 했다. 노 목사는 애당초 전쟁을 피해 제주도로 가려고 했지만, 땅굴이 제주도까지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필리핀으로 눈을 돌렸다. 전쟁설을 신봉한 일부 교인은, 자녀들 어학연수를 위해 필리핀에 가는 것이라고 배우자를 속이기도 했다.

필리핀에 도착한 이들은 하루 종일 예배하고, 기도하는 데 열중했다. 전쟁은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신 땅굴로 남침해 온 북한 군인에게 사람들이 잡히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홍 씨의 주장과 달리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ㅇ교회 교인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이 2015년 1월로 연기됐다", "3월 또는 5월 일어난다"면서 기도했다.

노 목사와 교인들은 체류 문제로 필리핀 당국의 수사를 받았고, 일본·태국·말레이시아를 전전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25명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노 목사와 교인 7명은 아직도 해외에 있다.

소속 노회는 노 목사를 면직 처분했다. 노회 관계자는 "필리핀에 두 번이나 가서 돌아오라고 권면했는데, 꿈쩍도 안 하더라. 조사해 보니까 극단적으로 전쟁설을 신봉하고 있고, 거기에 교인들까지 끌어들이는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피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교인들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 "할 말 없다"면서 인터뷰를 거부했다. 일부 교인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 만에 돌아온 목사, "홍혜선 전도사, 왜 피난 가라 했는지 의문"

해외에 피난을 갔다가 두 달 만에 돌아온 이들도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ㅇ교회 목사와 교인들은 작년 11월 말 캄보디아로 떠났다가, 올해 1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ㅇ교회 김 아무개 목사는 곧 전쟁이 날 것이라는 홍 씨의 말을 믿고 피난을 결심했다. 애당초 남쪽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이었지만, 전쟁의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홍 씨의 말을 듣고 캄보디아로 방향을 틀었다. 출국 전 김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교인 20명이 함께 간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에 잔류하는 교인들에게 다른 교회를 알아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교인은 많지 않았다. 목사 가족과 집사 부부 6명이 전부였다. 김 목사는 11월 24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쟁설 때문이 아니라 선교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이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가 봐라'고 해서 간 것이다. 캄보디아에 예배당도 짓고 여러 사역을 했다. 만일 우리가 홍혜선 전도사의 전쟁설을 믿었다면,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떠났을 것이다. 상가 3층에 임대한 예배당을 자물쇠로 잠그고 간 게 전부다. 그런데 나중에 '그것이 알고 싶다' 팀에서 마치 처분하고 간 것처럼 보도했더라. 교인들에게 다른 교회에 다니라고 한 이유는, 경기도 광주나 포천 등 먼 곳에서 와서 그런 것이다.

홍 전도사가 전쟁설을 이슈화한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떠들었다. 결국 전쟁이 안 났고, 부끄러움은 교계 몫이 됐다. 전쟁설을 믿고 교회를 떠나거나 교인들이 불안에 휩싸이는 등 부작용도 많았다. '전쟁 날 수 있으니, 회개하라'고만 했어야 하는데, 왜 피난 가라고 했는지 의문이다."

김 목사는 전쟁설 때문에 해외에 나간 게 아니라고 거듭 말하면서 앞으로 해외 선교에 역점을 두고 목회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공항동에 있는 ㅅ교회의 문은 잠겨 있었다. 주민들은 목사가 이민을 갔다면서 일요일에도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 문 닫고, 교인들과 미국행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ㅅ교회 남 아무개 목사는 지난해 11월 말, 교인 30여 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전쟁을 피해 베트남으로 가려고 했다가, 미국으로 오라는 한 선교사의 제안을 받고 계획을 변경했다. 선교사는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노아의 방주'로 불렀다. 한국을 떠나기 전 남 목사는 여권과 항공료, 최소 생활비 300만 원 이상을 챙기라고 교인들에게 주문했다.

기자는 올해 11월 25일 오전 11시, ㅅ교회를 찾았다. 교회는 5층짜리 건물 지하에 있었다. 현관에는 예배 시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부착돼 있었다. 예배당으로 통하는 지하 철문은 닫혀 있었다. 문을 두드리고 사람을 불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교회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ㅅ교회 상황을 아는지 물었다. 경비원은 몇 달 전에 목사가 이민 갔다면서 일요일에도 교회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ㅅ교회가 입주해 있는 건물주도 "사용 안 한 지 몇 달 됐다. 담임목사가 이민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 목사와 교인들은 어디에 있을까. 기자는 수차례 남 목사에게 전화를 하고,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소속 교단에 확인했지만,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남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끔씩 소식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하나님에게 응답 메시지를 받았고, 회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 전쟁설로 불안감을 조장한 홍혜선 씨는 지금도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홍혜선, 활동 계속…집회 연 목사들, "미혹되지 않게 주의해야"

전쟁설로 불안감을 조장한 홍혜선 씨는 무책임한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 2월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홍 씨는 피난을 간 교인들에 대해 "왜 남의 가정사를 내가 신경을 써야 합니까. 자기가 원해서 피난 간 것이고, 자신들이 불안해서 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때 홍 씨가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 '헤븐군사들' 카페에는 피난 가는 방법을 묻거나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회원 수만 1,000명이 넘었다. 현재 카페를 검색하면 없는 것으로 나온다. 전쟁설이 잠잠해진 것과 별개로 홍 씨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자신이 한 설교 동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으며, 지난 8월 15일 대학로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홍 씨는 집회에서 "5·18 광주 사태 때 북한 특수부대가 땅굴을 이용해 침입했고, 시민들을 학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홍 씨를 불러 집회를 열었던 교회 목사들은 "문제가 많다", "주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대전에서 목회하는 한 목사는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다고는 하나, 한국교회를 이렇게까지 흔들어 놨으면 알아서 자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전 지역 교인 10여 명도 피난 갔다가 돌아왔는데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용인에서 목회하는 또 다른 목사도 "집회를 연 것 자체가 후회될 정도였다. 전쟁·땅굴·공산화 등 성경적이지 않은 메시지만 가득했다. (집회) 끝나자마자 바로 교인들을 챙겼고, 다행히 미혹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 지난해 11월, 홍혜선 씨의 페이스북에는 12월 전쟁에 대비한 피난 광고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홍혜선 씨 페이스북 갈무리)
▲ ㅅ교회 남 아무개 목사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남 아무개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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