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올 한 해를 달구고 있는 신학 교수들의 표절 문제,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는 꾸준히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에 표절로 의심되는 신학자들의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올 하반기 문제가 된 대상은, 대한기독교서회가 낸 100주년 기념 성서 주석이다. 이성하 목사는 총 56권으로 이루어진 주석서 중 일부에서 표절로 의심되는 대목을 발견했다. 총신대학교 김정우 교수(구약학)가 집필한 <잠언>, 장로회신학대학교 박수암 은퇴교수(신약학)가 쓴 <마가복음>, 그리고 침례신학대학교 이형원 교수(구약학)가 쓴 <열왕기상>이 대상이다.

9월 초 김정우 교수의 <잠언> 분석으로 시작된 이 작업은, 11월 초 침신대 이형원 교수 건 공개까지 이어졌다. 두 달 넘게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인 김정우·박수암 교수의 경우, 각각 77차례에 걸쳐 자료들이 공개됐다.

"해외 원서 그대로 번역한 수준"

이성하 목사의 주장은 간단하다. 해외 학자의 글을 가져다 쓰면서도 인용 표기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해외 서적을 번역해 자기 것인 양 썼다는 얘기다. 이 목사는 세 사람의 자료를 공개하며 대부분에 대해 "거의 번역 수준"이라고 했다.

무엇이 표절이라고 하는 건지, 세 교수의 사례를 보자. 다음은 김정우 교수가 쓴 <잠언>을 브루스 월키(Bruce Waltke)의 <NICOT: The Book of Proverbs>와 비교한 것이다.

이성하 목사는 위와 유사한 형태의 자료를 77차례에 걸쳐 90여 건가량 공개했다. 이 중 40여 개는 월키의 책을, 30여 개는 R. N. 와이브레이(R. N. Whybray)의 책을 번역한 것으로 보았다.

박수암 교수는 요아힘 그닐카(Joachim Gnilka)와 휴 앤더슨(Hugh Anderson) 등의 책을 번역해 주석을 쓴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마가복음>과 앤더슨의 <NCBC: The Gospel of Mark>를 비교한 사례를 보자.

이성하 목사는 "그닐카 책과의 비교는 끝났고, 지금은 앤더슨의 책과 비교하고 있다. 그닐카 책을 베낀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이 나올 것이다. 이후에는 다른 학자들의 책을 비교해 볼 예정이다"고 했다.

이형원 교수의 책 <열왕기상>은 11월 초부터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10여 건의 자료가 공개됐다. 이 교수에게는 진 라이스(Gene Rice), 사이먼 데브리스(Simon DeVries), G. H. 존스(G. H. Jones)의 글을 각주 없이 인용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다음은 <열왕기상>과 존스의 <New Century Bible Commentary: 1 and 2 Kings> 책을 비교한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이성하 목사가 졸업한 침신대 소속 교수다. 그간 특정 학교나 특정 진영의 신학자들만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 왔던 이 목사는, 이러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모교 교수의 저서 또한 예외 없이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료들은 이성하 목사가 공개한 자료 중 일부다. '신학 서적 표절 반대' 그룹에서는 이 목사가 공개한 모든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당초 김정우·박수암 교수에 대해 100건의 자료 분석을 하겠다고 한 이성하 목사는, 앞으로 분석해야 할 분량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했다. 교수들이 응답하지 않는 한 100건에 그치지 않고 자료 공개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교수들 침묵 속 대응 고심…대한기독교서회, "발표할 입장 없다"

교수들은 이성하 목사의 자료 공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세 사람의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김정우 교수는, 지난 7월 김지찬 교수의 <요단강에서 바벨론 물가까지> 표절 논란 당시에 이미 이성하 목사의 활동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김정우 교수는 총신대 구약학 교수들을 모아 김지찬 교수의 책을 자체 검증하고 "김지찬 교수는 문제없다"는 성명 발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 자신의 저서가 표절 논란에 휘말린 지금까지 이성하 목사에게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김정우 교수는 11월 19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빠서 전화하기 어렵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형원 교수는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초고와 인쇄본 책과 비교해 보니 인쇄본에는 각주의 많은 부분이 삭제됐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대한기독교서회 주석 일러두기에 언급된 대로, "독자들의 내용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각주란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출판사의 편집 의도에 따라 조정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100주년 주석 시리즈를 출간한 대한기독교서회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19일 대한기독교서회의 입장을 물었다. 처음에는 "표절 문제에 대한 담당자를 연결해 주겠다"고 했지만, 이내 "지금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성하 목사는 표절 서적이 아직까지도 버젓이 팔리는 게 문제라면서,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문제가 있는 도서들은 절판해야 한다고 했다. 독자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표절 도서를 구입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 교수의 표절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이성하 목사는 단지 이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대한기독교서회에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수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메일을 읽지도 않는 등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이 목사는 앞으로 나머지 대한기독교서회 주석 시리즈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몇 명의 저자들에게 표절 문제가 있다고 추가로 알렸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 목사는 주석 시리즈 전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목사는 문제를 더 키우지 말고, 대한기독교서회가 책임 있게 나서서 표절 문제를 잘 해결해 달라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