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요즘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의 페이스북이 뜨겁다. 김 목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국정교과서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읽는 팔로워만 해도 수만 명이고, 그가 글을 올리면 최소 몇 백 개 이상의 '좋아요'가 눌린다. 교계에서는 웬만한 뉴스보다 그의 말 한마디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김동호 목사는 한 번도 아니고 세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이 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 안 되는지 설명했다. 김 목사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또 나라가 둘로 나뉘어 공방이 치열하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그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다. (중략) '바른 역사는 누가 정하는가?'의 문제와 '그 바른 역사는 어떻게 교육되어야만 하는가?'의 문제다. 우리나라가 왕정 시대였을 때에도 역사는 왕이 간여하지 않았다. 아니 못하게 하였다. 역사가 권력의 지배하에 있으면 바른 정사가 쓰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중략) 본시 역사는 사관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르게 보이고 쓰이는 법이다. 때문에 같은 역사적인 사건을 놓고도 평가와 조명이 서로 다른 것이다. (중략) 백번을 양보해서 국가가 펴낸 교과서가 가장 완벽하고 정확하다고 하여도, 그 교과서 하나만으로 아이들에게 주입식으로 역사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 (중략) 어떤 명분과 이유를 대도 교과서의 국정화는 '독재'다. '독재로의 회귀다.' 내가 속해 있는 통합 측 총회가 총회장 명의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을 냈다. 총회가 성명을 낸다고 무조건 다 동조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이번 우리 총회의 성명에 동의한다."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회에서 연설을 하시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강하게 언급하셨다.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면 민족정신이 잠식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 줄 수 있도록…'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100% 동의한다. (중략)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좌시하시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은 믿지만 그렇다고 역사가 바로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신이 좌시하지 않으면 역사는 언제나 바로 세워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는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략) 역사는 권력이 지키는 게 아니라 국민이 지키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들으며 걱정이 많아진다. 기도 많이 해야겠다." (10월 28일)

"복음 중의 복음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중략) '국정' - 나라가 정해 놓고 그 길로만 가게 한다면? 아직도 세계에는 그런 나라가 몇 있다. 그중의 하나가 북한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사랑하는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다. 북한의 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이다. 북한뿐 전제 독재국가의 모든 교과서는 다 국정이다. 국정은 독재를 의미한다. 나는 우리나라 정부가 북한과 같은 정부가 될까 봐 두렵다. 왜 사람들은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에는 그렇게 예민하면서 우리나라 정부와 국가가 그리고 대통령이 통째로 북한을 닮아 가려고 하는 일에는 그렇게 무딘 것일까? 이건 좌편향이 아니라 아예 나라를 완전히 좌향좌하겠다는 것인데 말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좌편향이 아니라 완전 좌향좌이다. (중략)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다. 어떤 경우든 역사를 정권이 재단해선 안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때의 박 대통령을 지지한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그걸 쉽게 '국정화'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략) 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였으면 좋겠다. (후략)"

▲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는 국정교과서를 두고 '독재로의 회귀'라고 표현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김동호 목사의 소신 발언은 3일 동안 이어졌다. 많은 누리꾼은 그의 글에 찬성을 표하며 댓글을 달았다. 김 목사가 10월 27일 처음 올린 글은 29일 현재까지 2,308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445명이 공유했다. 교계에 영향력이 있는 목사로서 정치 현안에 대해 용기 내 발언해 주어 고맙다는 의견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부담이 되실 텐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도가 아닌 것을 정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목사님, 멋있으십니다."

반수 이상은 김동호 목사의 발언을 지지했지만 개중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댓글을 보면, 국정화를 찬성하거나 판단을 유보하는 기독교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수십 개의 비난 댓글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았다.

1. 목사는 정치적 발언하지 말라

댓글들에는 목사가 정치적 사안에 발언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되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교과서 국정화가 정치·이념 논쟁임을 전제하고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목사라면 기도에 힘써야지 왜 공개적으로 발언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느냐고 했다.

"김 목사님, 자중하시고 말 줄이세요. 내 사상과 생각을 펼치기보다 주님의 생각을 구하고 말씀에 귀 기울이세요. 목사는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말로 백성을 현혹하는 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교회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묵상하며 기도하세요."

"존경하는 목사님! 이런 말은 강대상에서는 말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외람되지만 묻고 싶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나님께서 목사님께 하라고 하셨나요?"

"친애하고 존경하는 목사님. 정말 주님이시라면 국정화 반대 여론을 이끄셨을까요.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주님을 이해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지만 과연 주님이시라면 그렇게 하셨을까요."

2.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 일색이기에 국정화해야 한다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의 댓글이다. 이런 댓글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역사 교과서 관련 유언비어들을 모아서 보여 주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현행 역사 교과서를 집필한 사람들 대부분은 전교조 출신의 좌편향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쓴 역사 교과서는 북한 체제를 미화하고 있다', '국정화를 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독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내용도 제대로 모르시고 8개 교과서 논란에 휘발유를 부어 버리시는군요. 현행 교과서에 김일성을 미화하고 남한 정부를 부정하는 비성경적인 흐름을 고치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하나님께서 특별한 목적을 두고 지켜 주셨습니다. 리더들의 인간적인 실수가 하나님의 뜻을 훼손하지는 않았습니다."

"현행 교과서에 김일성을 미화하고 남한 정부를 부정하는 비성경적인 흐름을 고치려는 것입니다. 믿는 자들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주님께 묻고 처신해야 합니다. 통일 후에도 하나님은 많은 일들을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거치는 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나오지도 않은 국정화 교과서를 보지도 않고 독재니 친일이니 소설 쓰시고 계십니까. 하나만 여쭙니다. 노무현 정권 때의 국정화는 착한 국정화라서 아무 말씀 없으신 거예요? 정치에 관여하실 수는 있지요. 그러나 제대로 아시고 말씀해 주세요. 마치 화투판에서 하는 밑장 빼는 짓 같습니다. 독재가 나쁜 겁니까.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힙니다. 지금같이 법치가 무너지고 개나 소나 나대는 상황에서는 강력한 통치자가 나와서 잡아 줬으면 합니다."

3. 원색적인 비난

밑도 끝도 없다. 다만, 김동호 목사가 3일에 걸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글을 올린 것이 특정한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김 목사가 처음 올린 글에는 그리 많지 않았던 소위 악성 댓글이 둘째, 셋째 글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김 목사가 자기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은 데다, 반대 의견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것이 못마땅한 듯했다.

"목사님은 대한민국 국민입니까 아니면 북한 사람입니까."

"은퇴 후에 정치라도 하실 생각이신지요?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셨습니다. 이제 뒷방 늙은이가 되실 차례입니다."

"목사님, 쓸데없는 짓을 하셨네요. 은퇴하실 때가 되시니 망령기가 벌써 시작이신가. 정말 한심하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사설을 풀고 있으니 잘하면 어느 당 공천받아서 국회에 들어가겠네."

그러나 김동호 목사는 많은 비난에도 교과서 국정화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첫 글에 실망을 표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오히려 김 목사는 강도를 높여 가며 두 개의 글을 연달아 썼다. 게다가 세 번째 글은 꽤 비장한 각오로 마무리했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였으면 좋겠다. 그것을 지키기 위하여 늙은 내 피라도 필요하다면, 무섭지만 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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