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사이 '작은 교회 운동'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단지 규모가 작은 게 아니라, 교회의 참모습을 구현하려 노력하는 교회들이 연대해 운동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이런 작은 교회 운동을 취재했습니다. 각각의 교회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목회자의 입장에서, 교인의 입장에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세 번째는, 메가처치에서 작은 교회로 옮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닭장 교회로부터 도망가라>(홍성사)에서 저자 정용성 목사는 교인들의 '수평 이동'에 대해 다시 정의한다. 지금까지의 수평 이동은 사실상 '상향 이동'이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작은 교회를 다니던 교인들이 더 좋은 건물과 종교적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큰 교회로 이동했고, 이는 수평 이동이라기보다 상향 이동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의미다. 저자는 "이제 하향 이동을 할 때"라며 작은 교회의 장점을 기술해 나간다.

개신교인 수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이미지도 계속 하락한다. 이는 대형 교회의 실추와 무관하지 않다. 지나친 건물 욕심과 그로 인한 헌금 강요, 성추행·표절 등 유명 목회자의 도덕적 스캔들, 친권력적이고 무비판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등 사회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회의 모습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사실 작은 교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형 교회는 한국교회의 대표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교계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

이런 교회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깊이 몸담았던 교회를 떠나면,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해진다. 다른 교회를 수소문하면서 이곳저곳 전전하기도 한다. 특히 대형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은 좀 괜찮다고 소문난 다른 대형 교회로 이동하기 일쑤다. 어떤 큰 교회에 분쟁이 나서 주변 대형 교회 신자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뉴스앤조이>는 대형 교회를 떠나 작은 교회로 이동한 40~50대 안수집사 출신 세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각자 교인 수가 수천수만에 달하는 유명 대형 교회에 10년 이상 다니며 열심히 봉사하다가 어느 순간 교회를 떠났다. 출석 교인 수로만 비교하면 1/1,000에도 미치지 못하는 20~30명의 작은 교회로 이동했다. 왜 작은 교회로 갔을까. 세 사람이 직접 경험한 작은 교회의 장점, 그리고 단점은 무엇일까. 따로따로 만났지만 좌담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본다.

▲ 수천수만 명이 다니는 메가처치에서 작은 교회로 옮긴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사진은 특정 교회와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구권효

- 먼저, 신앙 이력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 저는 ㄴ교회를 20년 다녔습니다. 중3 때 예수님을 믿은 후 계속해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소속 교회만 다녔어요. 보수적인 배경에 있었죠. ㄴ교회에서는 성경 공부도 많이 하고 리더로 오래 섬기기도 했습니다. 성경 말씀에 궁금한 점이 많아서 신학교에 가는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어요. 목사·부흥사를 꿈꾸기도 했고, 교회 모임에 빠진 적도 없었고요. 기도원에서 밤새워 기도하는 열심 있는 신자였죠. 그러다 6년 전에 지금 다니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ㅎ교회로 왔습니다.

B: 저도 ㅅ교회를 20년 이상 다녔습니다. 청년 때부터 다니기 시작했고, 교회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죠. 아이들도 그 교회에서 자랐고요. 저와 아내는 리더도 하고 여러 부서에서 봉사도 많이 했어요. 청춘 시절을 그 교회에서 헌신하며 보낸 거죠. 지금은 6개월 전부터 ㄷ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C: 저는 ㅇ교회를 15년 정도 다녔습니다. 10년 동안 새신자부에서 팀장으로 봉사했어요. 양육 프로그램이 잘되어 있는 교회여서 웬만한 프로그램들은 거의 다 참여했고요. 성경 대학 같은 프로그램도 이수했어요. ㄷ교회에 온 지는 이제 1년 반 정도 되었네요.

- 10년, 20년 다닌 교회를 떠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A: 대형 교회에서 작은 교회로 가면 뭔가 사연이 있을 것처럼 보이는데요.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죠. ㄴ교회는 설교나 성경 공부 등이 개혁주의 신학으로 다져져 있는 교회로 소문난 곳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목사님의 설교에 의문이 생겨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예요. 큰 교회라 담임목사님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죠. 교인들은 목사님에게 질문한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고요. 말씀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담임목회자 중심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있었어요.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담임목사가 바뀌고 나서 교회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어요. 젊은 분이다 보니 설교나 성경 공부보다는 이벤트 같은 것에 힘을 썼죠. 크게 문제가 된 건 아니지만 원로목사님과 담임목사님 사이에 트러블도 좀 있었고요. 이런 이유들이 겹치면서 교회를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아요.

B: 제가 다녔던 교회는 분쟁이 있었어요. 새 예배당을 너무 크게 지은 게 주된 이유였어요. 물론 저도 처음에는 건축 헌금도 작정해서 했죠. 그런데 비대한 예배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듣다 보니 일리가 있더라고요. 어쨌든 예수님을 믿는다는 건 이타적인 삶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큰 건물을 짓는 것은 '내가 더 커져야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표현된 것 같더군요. 교회를 떠난 건 이런 게 수정될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또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나도 언젠가 그런 가치관에 물들 것 같았어요.

교회가 분쟁을 겪은 또 한 가지 큰 이유는 담임목사의 도덕적인 문제였어요. 교인 중에는 목사님의 윤리적 실추를 믿는 사람도 있고 안 믿는 사람도 있었죠. 그게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예배 자체가 안 되더라고요. 목사님이 거짓말한 정황이 뚜렷한데 아무렇지도 않게 설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힘들어 뛰쳐나와 펑펑 울었던 적도 여러 번이었어요. 그럴수록 교회와 목사님을 위해 기도를 많이 했는데, 마음은 계속 어려워지더라고요. 영적으로 말라 죽는 느낌이었어요. '죽기 전에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죠.

C: 10년 정도 새신자부에서 팀장으로 일하며 교회에 좀 실망했다고 할까요. 재정이나 행정 이런 부분에서, 남의 돈이니까 헤프게 쓰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교인들이 하나님께 드린 헌금을 이런 식으로 사용해도 되는 걸까.' 그때부터 큰 교회의 물질주의, 물량주의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때마침 한국 대형 교회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죠. 전에는 인터넷상에서 기독교를 '개독'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교회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 귀담아들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런 말들을 좀 들을 필요가 있겠다 싶더라고요. 너무하니까, 교회들이. 제가 다닌 교회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대형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랄까요. 그런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 세 사람은 모두 대형 교회에서 10~20년간 봉사한 열심 있는 신자였다. 그러나 신앙과 교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교회를 떠나게 됐다. 

- 그렇게 큰 교회를 다니다가 갑자기 작은 교회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환경이 급변해 거부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저는 ㄴ교회를 나올 때부터 작은 규모의 교회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내가 정말 섬길 수 있는 작은 교회를 가야겠다.' 그래서 거부감 같은 건 없었어요. 예장합동 소속 교회에서 기장 소속 교회로 가서, 신학이나 신앙생활 모습이 달라 좀 이질감은 있었지만요.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처음 ㅎ교회를 갔는데 목사님의 설교를 교인들이 비판하는 거예요. ㅎ교회는 담임목사님이 20분 정도 설교를 하면 그 말씀을 가지고 또 20분 동안 셰어링을 합니다. 그때 한 교인이 목사님의 설교를 비판했어요. 좀 심한 말로 '감히 하나님의 말씀을 그따위로 설교하느냐'는 정도의 뉘앙스였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처음에는 그런 나눔의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는데, 나중에는 그런 비판을 감수하면서 교회를 섬기는 목사님이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제도가 만들어 주는 권위가 아니라 정말 살아 있는 권위를 느꼈어요.

B: 저는 꼭 작은 교회를 가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건강한 교회에 가고 싶었죠. ㅅ교회를 나와서 처음 두세 달 동안은 이곳저곳 교회를 다녀 봤어요. 다니면서 목사를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교인들의 팔로우십을 눈여겨봤습니다. 어떤 교회는 리더십부터 문제가 있더라고요.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지도부가 교인 수 늘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면 은혜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가 하면 리더십은 괜찮은데 팔로우십이 못 따라 주는 경우도 봤고요.

큰 교회 중에도 건강해 보이는 교회가 있었어요. 그 교회를 다닐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고요. 고민을 거듭하다가 지금 다니는 ㄷ교회 ㄱ 목사님 설교가 생각났어요. 몇 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설교가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성경의 핵심을 잘 짚어 내시는 것 같았어요. 수소문해서 ㄷ교회로 가게 됐죠. 리더십과 팔로우십이 건강한 교회 같더라고요. 교회가 작기는 했지만 거부감은 크게 없었습니다. 사실 큰 교회에서도 정말 마음을 통하는 사람은 20~30명 정도밖에 안 되니까요.

C: 저도 우연찮게 ㄷ교회 ㄱ 목사님 설교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 대형 교회의 문제점과 한국교회의 물질주의·물량주의 이런 걸 고민하고 있었을 때라 그 설교가 더 와 닿았어요. 사실 그렇게 충격적인 내용도 아닌데, 그 설교를 인터넷에서 찾아 한 다섯 번은 더 들었을 거예요. 제가 설교 찾아 듣고 그런 성격이 아닌데. 이런 교회관·목회관을 가지고 있는 목사님이라면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와 함께 ㄷ교회를 찾아갔죠.

처음에는 확실히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걸림돌이기는 했어요. 제가 성격상 나를 드러내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하나님이 우리 부부를 딱 떼어서 여기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순종하기로 했죠. 또 이 교회 사람들은 내가 나를 오픈했을 때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 작은 교회에서는 큰 교회에서처럼 뒤에서 예배만 보고 가는 게 어렵다. 한두 명만 빠져도 금방 티가 난다. (사진은 특정 교회와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실제로 작은 교회를 다녀 보니 어떻습니까? 큰 교회의 인프라를 누리다 와서 불편한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보통 작은 교회, 개척교회를 가려고 할 때 느끼는 부담이 과도한 헌금과 봉사거든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 ㅎ교회는 그런 부담이 별로 없었어요. 처음 온 사람에게 편하게 있다 가라고 하지, 전화번호나 집 주소 물어보지 않아요.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교회 지도부가 교인들을 머릿수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우리 교회는 십일조도 없고 봉사도 막 시키지 않습니다. 교인들 전체 회의를 통해 교회의 필요를 알게 되면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봉사하죠.

주일학교가 없는 부분이 좀 아쉽기는 해요. 저의 아내와 아이들은 지금 다른 교회를 다니고 있어요. 아내와 신앙적인 부분에서 생각의 차이가 있는데, 저희는 이걸 서로 존중하고 있어서 트러블이 생기지는 않아요. 주일학교 부분은 우리 교회가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B: '작은 교회'라고 하면 확실히 헌금이나 봉사가 걱정이 되죠.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자면, '큰 교회가 되고 싶은' 작은 교회만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지금 교회에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에 있던 교회에서는 사실상 봉사를 쉴 때가 없었는데 말이죠. 저도 이제 나이가 있고 그동안 성경 공부하고 신앙 훈련도 받았으니 하나님이 이런 것들을 어떻게 사용하실지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 교회가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주일학교는 좀 아쉽다고 생각해요. 지금 중학생·고등학생인 두 아이는 다른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데, 그리 오래 두고 싶지는 않은 교회예요. 마음 같아서는 데려오고 싶기는 하지만, 작은 교회가 큰 교회처럼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아이들은 하나님이 키우신다는 믿음이 있어요. 부모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하지만 또 하나님께 맡길 선이 있는 것 같아요.

C: 저는 역시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걸렸어요. 큰 교회는 헌금 좀 안 내도 누가 알 수도 없고 예배 시간에 좀 졸아도 되잖아요(웃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대형 교회라고 해서 익명성이 보장되나 싶어요. 큰 교회에서도 수련회 같은 거 하고 은혜받으면 자기 얘기도 하고 하잖아요. 그때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말하는데, 결국 나중에 그 속 이야기가 다 소문이 나죠. 그러면 그 사람은 상처받고 교회 떠나고. 또 생각할수록 익명으로 교회를 다닌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그래도 함께 교회 다니는 사람인데 집에 밥숟가락 몇 개 있는지는 알아야죠.

이건 장점도 될 수 있고 단점도 될 수 있는 건데요. 무조건적인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교회들은 대부분 봉사도 강요하지 않죠. 봉사할 만한 시스템을 굴리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시스템이 없는 게 하나의 시스템처럼 굳어져 버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기도하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고 자기 은사에 따라 봉사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일을 만들지 않는 게 교회의 문화가 되어 버린 거죠. 이건 또 하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 '작은 교회 운동'은 한국교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최근 몇 년 사이 '작은 교회 운동'이 무너지는 한국교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실제로 생명과 평화를 추구하는 작은 교회를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떠십니까.

A: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처럼 크기만 작은 건 의미가 없죠. 생명과 평화,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의 가치가 교회 운영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ㅎ교회는 출석 인원이 20~30명밖에 되지 않지만 운영위원을 선출해서 운영위원회가 교회의 살림살이를 해 나갑니다. 운영위원과 담임목사에게 임기제를 적용해서 쓸데없는 권력이 생기는 것을 방지합니다. 교회의 방향은 성장이 아닙니다. 교인 모두가 참여하고 합의한 '신앙고백문'대로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일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작은 예수로 살아가는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ㅎ교회를 다니면서 '자유함'을 얻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전에는 신앙생활의 형식이나 신학적 교리에 얽매여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고 있다고 할까요.

B: 규모만 작다고 건강한 게 아닌 것처럼, 반대로 규모가 크다고 해서 건강하지 않은 건 아닌 것 같아요. 큰 교회도 충분히 건강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람이 몇 만 명이면 좋은 리더십과 팔로우십을 형성하는 게 확실히 어렵겠죠. 저는 전 교회에서 나왔지만,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마 남은 사람들도 고민이 많을 겁니다. 저는 그중 정말 건강한 공동체를 경험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이런 작은 교회를 권하기도 해요.

저는 큰 교회를 떠나면서 오히려 한국교회의 희망을 많이 봤어요. 작은 교회 목사님 중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는 걸 이제 깨달은 거죠. 얼마 전 생명평화마당 신학 심포지엄에도 가 봤는데요. '탈성장·탈성직'이라는 개념이 저에게는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솔직히 '탈성별'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런 것이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요. 어쨌든 교회를 옮겼으니 이런 심포지엄도 알게 된 것 아니겠어요. 앞으로도 배울 게 많을 것 같습니다.

C: 기본적으로 이런 교회는 사역도 공동체원이나 지역에 꼭 필요한 것들을 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죠. 재정도 투명하게 운영합니다. 대형 교회에 비하면 예산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규모죠. 확실히 규모가 작으면 투명하게 하기가 수월합니다.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나 운영 이런 것들은 문제가 없어요. 정말 그렇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작은 교회도 넘어서야 할 선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잡음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아무리 30명이라도 마음 맞추기가 쉬운 일은 아니죠. 작은 규모 안에서도 마음이 상하고 서로 감추고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정말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 싫은 소리도 하고 보듬어 주기도 하고 서로 좀 더 간섭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이걸 넘어설 수 있다면 한국교회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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