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한국항공대학교의 기독 학생들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지난 10월 23일, 캠퍼스 선교단체인 ESF(기독대학인회)‧IVF(한국기독학생회)‧예수전도단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항공대 기독 학생의 신앙고백문'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렸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정부가 집필 주도권을 쥐고,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 위해 만든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역사라고 부를 수 없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교과서를 통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행위와 폭력적인 군사독재를 혁명으로 미화·왜곡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약자들의 친구인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으로 자신을 표현한 기독 학생들은 정부가 국정교과서에서 친일 행위를 미화하면, 일제강점기의 강제 노역 노동자나 위안부 문제는 강제징집, 납치, 매수가 아닌 자발적인 행위로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생들은 교과서 국정화가 가해자가 만든 폭압적인 역사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다른 생명을 하찮게 여기려 하는 우상숭배적 국가 범죄에 침묵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역사의 하나님을 믿으며 역사를 사유화하려는 정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여 앞으로 기독교인으로서 행동할 것을 고백합니다"라는 말로 대자보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신앙고백문의 전문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항공대 기독 학생의 신앙고백>

항공대 기독 학생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에 강력히 반대하며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타자를 폭력적으로 착취하거나 지배하는 모든 것에 반대하며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최고 강령임을 믿습니다.

국정화 시도는 역사학계와 교육계를 배제한 채 정부만이 집필의 주도권을 쥔 후 친일 행위와 폭력적인 군사독재를 미화하고 왜곡하여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려는 시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친부의 죄를 덮으려고 사실을 왜곡해 그것을 올바른 역사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조선시대 일제의 수탈과 살인적 지배는 기억해야 하며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역사입니다. 조선의 전 국토를 헐값에 탈취한 행위가 수출일 리 없습니다. 강제징집, 납치, 매수를 통한 강제징용 노동자들과 위안부 소녀들의 억울함을 자발적 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왜곡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시작된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로 세워졌습니다. 4·19 혁명을 지나 군사독재 시절 수많은 민주화 운동을 거쳐 87년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헌법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는 이 사항들을 부정하고 대한민국 건국일을 1948년이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파괴 행위입니다.

국가가 집필하는 하나의 역사만을 교과서로 인정하는 것은 나치 독일이나 북한의 독재 정권에서나 있는 일입니다. 이것은 과거로의 회귀이며 많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전초 작업입니다. 이런 역사관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억압해도 된다는 논리입니다.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가해자 관점에서 폭압적인 역사를 정당화하는 것이며 결국 다시 큰 비극을 낳을지 모릅니다.

우리 기독 학생들은 약자들의 친구인 예수님과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하나님만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다른 생명을 하찮게 여기려 하는 우상숭배적 국가 범죄에 대해 침묵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역사의 하나님을 믿으며 역사를 사유화하려는 정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여 앞으로 기독교인으로서 행동할 것을 고백합니다.

2015년 10월 23일

이명훈(영어09) 김강현(전자09) 최주환(기계09) 윤서준(기계10) 이곤호(통신10) 한상원(통신11) 김종근(기계11) 천현강(전자11) 임주형(우주공학12) 구성령(전자14) 강유환(항교물14) 박용준(항우기14) 최진규(항우기15) 김상혁(항우기15) 최우석(항교물15) 이진우(항전정15)

ESF(기독대학인회), IVF(한국기독학생회), 예수전도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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