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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김영식·심용환, 역사 교과서 논쟁을 파헤치다
'건국절' 논란 기원부터 교계에 도는 찌라시 해석까지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5.10.2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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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교과서국정화를반대하는기독인모임'이 10월 26일 서울 정동에서 '쟁점 분석!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 바로 알기'라는 주제로 긴급 포럼을 개최했다. 근현대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과 현장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역사교육을 받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전담하는 TFT가 존재한다는 뉴스로 떠들썩하던 10월 26일, 한국사를 가르치는 기독교인 세 명이 모였다.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이념 논쟁으로 번져가는 가운데 '역사교과서국정화를반대하는기독인모임'이 주최한 긴급 포럼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것이다.

이만열 교수, 김영식 교사(덕양중학교), 심용환 대표(깊은계단·역사 강사)가 발제를 맡았다. 먼저 이만열 교수가 대한민국 건국이 1948년이라는 정부 옹호 세력의 주장이 역사적인 사실을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를 지적했다.

왜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이 아닌 1919년인가

이만열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건국절 논란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2008년 이명박 정권 때 갑자기 등장한 '건국 60주년'이라는 말이 뉴라이트의 주장이라고 했다. 아래는 이만열 교수의 발언을 요약한 것이다.

   
▲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는 역사 국정교과서가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문제 삼을 것이라고 했다. 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1919년 독립선언에 두는 것이 아니라 이승만이 수립한 남한 단독 정부에 두는 것은 독립운동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라이트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다. 한국이 일제 식민지 시대에 근대화를 이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제 치하 때 경제활동을 하거나 사회 지도층에 있었던 사람들이 대한민국 건국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역설한다. 그래야 친일 세력을 등에 업은 이승만이나 일본 군부대 소속이었던 박정희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일 세력의 후예들은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이 1948년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이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고종이 황제로 있던 대한제국이 망하고 우리 민족은 일제 치하에 있다가 1919년 3·1 독립선언을 했다. 독립을 선언했으니 나라를 세워야 한다.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라는 뜻에서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제가 지배하고 있는 한반도에는 행정부를 세울 수 없었다. 그래서 해외에 정부를 세웠다. 그것이 임시정부다.

현행 헌법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보수 세력은 늘 역사 교과서가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 헌법적 가치가 뭔지 묻고 싶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는 구문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3·1 운동 직후인 1919년 4월 11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 세력은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가 이승만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런데 그 이승만 조차도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이고, 1948년에 정부를 수립했다고 봤다. 그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에 참여했다. '건국'이 아니다. 같은 해 9월 1일 발행한 관보에도 '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적혀 있다. ‘민국’은 대한민국의 연호다. 민국 1년은 1919년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살아생전에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3·1운동으로 한 것이다. 우리 민족의 힘이 아닌 연합군의 도움으로 건국했다고 하는 것은 창피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이승만을 떠받드는 사람들이 제발 이런 사실을 알면 좋겠다."

교육 현장 배제하는 교과서 국정화

   
▲ 덕양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김영식 선생님도 발제를 맡았다. 그는 교육부는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역사교육 목표로 삼고 있지만 현실에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반대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이어 발제를 맡은 김영식 씨는 중학교에서 역사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다. 그는 각 과목마다 교육부가 교육목표를 정하는데 지금 정부가 주도하는 국정화가 이 방침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교육부가 "학습자로 하여금 인간의 삶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고 나아가 과거와 현재, 나와 타인의 삶을 깊이 성찰하고 존중하는 능력과 자세를 기르도록 한다"고 교육목표를 고시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9월 고시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이 언급돼 있다고 했다. 교육부가 "과거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역사교육의 목표를 설정했는데, 정부가 주도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에 대한 한 가지 해석만을 강요하기 때문에 실무 부서가 지정한 교육 방침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방침이 결국 근현대사 기술과 관련돼 있다고 했다. 김 교사는 정부가 고시를 변경하면서까지 1948년을 건국의 해로 관철하려는 것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가 2009년 고시한 역사 교육과정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3·1 독립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였음을 이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여 수립되었다고 가르치게 되어 있다. 하지만 2015년 9월에 확정한 역사과 교육과정 확정안에는 '정부'라는 단어가 빠져 있다.'정부'라는 단어를 슬쩍 빼서 '건국'에 대한 다른 해석의 여지를 주는 것이다."

그는 국정화를 지지하는 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교사들이 '자학사관'을 가르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 중에 어쩔 수 없이 분단에 들어갔다는 것과 대한민국 분단을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서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듣는 학생들도 일방적으로 교사가 말하는 내용을 수용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전쟁을 가르칠 때 아이들에게 주로 질문을 하면서 가르친다고 했다.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고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중심으로 가르친다. 객관적으로 일어난 사실을 전달하고 가급적이면 교사의 주관적인 생각을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교사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현장에 있는 많은 교사들이 역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것은 이런 교사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김 교사는 사람의 감정에 기쁨과 슬픔이 있듯이 우리 역사도 부정적인 부분과 긍정적인 부분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직 쓰지도 않는 역사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는 것이 좌편향된 교과서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친정부 세력의 주장에 이렇게 답했다.

"1977년부터 역사를 가르치고 정년을 1년 앞둔 선배 교사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그는 대통령이 독재를 하던 시절에 수업이 끝날 때마다 잘못 말한 것은 없는지 스스로 검열했다고 한다. 학급에 학부모가 경찰인 학생들이 있으면 더욱 긴장해서 수업을 했다. 국정화가 바로 그런 거다. 교사에게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든다. 그런 일을 다시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종북몰이' 역사 교과서 찌라시 유통하는 교회

   
▲ 역사 강사 심용환 씨도 긴급 포럼에 함께했다. 그는 강연 당일 아침에 여러 경로를 통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교계에 떠도는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에 답한 심용환 씨의 글이 허구라는 내용이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앞서 발제한 이만열 교수와 김영식 교사가 차분한 분위기에서 발제했다면 뒤를 이은 심용환 씨는 조금 격앙된 상태에서 발제를 시작했다. 심용환 씨는 이날 발표한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고 기독교인들의 반대 서명을 주도한 현직 역사 강사다. (관련 기사: [인터뷰]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 주도한 심용환 씨) 그는 강연 당일 받았다며 '학원 역사 강사 심용환씨가 작성한 카카오톡 유언비어 반박 글, 알고 보니 증거 없는 진짜 유언비어'라는 문자를 소개했다.

그는 전업주부, 교사, 교회 집사, 회사원 등 전혀 다른 직업을 갖고,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심 씨는 어떻게 토씨 하나도 다르지 않은 글이 같은 날 자기에게 전달될 수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자신은 일개 시민으로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조직화된 집단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본론으로 들어가 SNS에서 떠돌고 있는 역사 찌라시의 대부분이 '종북몰이'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찌라시를 유통하고 있는 집단 중 하나가 교회라는 것이다. 그는 보수 교계와 단체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고 이에 앞장서고 있는 현실도 문제 삼았다.

"일반인들이 국정화 찬성한다는 기독교인들 보면 '개독'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은 기독교인들도 있다고 계속 댓글을 달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회장이라는 목사들이 나와서 국정화에 찬성한다고 아주 쉽게 말을 해 버렸다.

장로교는 꽤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한 교단의 대표가 노회와 목회자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국정화 찬성'이라고 말한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마찬가지다. 새벽 집회에 느닷없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국 공로상을 주는 이런 부분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심 씨는 그리스도인들이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좋은 글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기독교인의 책무라고 생각하고 적극성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가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 세대 앞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기독교 분량 늘리고 싶으면 객관적인 연구 업적부터 쌓아야"

발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독교계가 서술 분량 증대를 이유로 국정화에 찬성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이만열 교수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인터뷰] 국정교과서 찬성 선봉장 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느냐고 했다. 교과서라는 것은 그 시대 연구 업적을 반영하는 것이다. 불교·유교·가톨릭과 민족종교 천도교 등은 논문으로 연구 결과가 많이 있다. 기독교의 경우 목사들이 '우리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이런 걸 많이 했다'라고 자랑은 많이 했지만 그런 걸로는 부족하다. 논문을 쓰고 학문적 성과를 내서 역사학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아무리 해도 듣지를 않더라. 교과서 국정화가 되면 기독교의 서술 분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이 교수는 TV 프로그램에 나와 '교과서 국정화 찬성'이라고 밝힌 교단 총회장들도 비판했다.

"총회장이라고 하면 총회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의 역사의식 자체가 문제다. 역사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좌·우 객관적인 사실을 다 들어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부족하다. 기독교는 정교분리를 주장하는데 가만 보면 용기가 없어서 정권에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할 때만 정교분리를 주장한다."

   
▲ 100여 명의 청중들이 포럼이 열리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을 찾았다.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종편 방송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인가 묻는 사람도 있었다. 심용환 씨는 제주 4·3 사건을 예로 들었다.

"처음에는 4·3 봉기라고 했는데 좌익 세력의 활동이 확대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해서 항쟁으로 바꿨다. 항쟁도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는 것 같은 좋은 인상을 준다고 해서 사건이라고 바꿨다. '사건'은 봉기도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학살 등의 사실도 인정하는 단어다. 그래서 지금은 제주 4·3 사건이라고 부른다. 이런 맥락을 보면 현재 교과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학계와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용어를 선택해서 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부에서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이 내려온다. 그 기준을 바탕으로 교과서를 쓰고 교육부의 검증 과정을 통과한 교과서만 배포할 수 있다. 이미 이런 기준이 있다. 검인증제를 시행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지금 교과서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좌편향에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면 그 책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져야 한다."

이만열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 예측하지 말라고 하지만 정부가 주도해서 기술한다면 몇 가지 문제는 확실하다고 했다.

"국정화가 된다면 대한민국이 어느 가치 위에 세워졌는가 하는 중요한 문제가 대두할 것이다. 1948년으로 하면 독립운동보다는 건국 세력이라고 하는 정체를 모르는 친일·반공 세력을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 교과서의 방향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둘째로 1987년 헌법에 4·19 혁명이 우리 대한민국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제대로 기술하지 않는다면 친일 세력뿐만 아니라 독재·부패 세력을 옹호하는 교과서가 나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헌법에 명시한 것처럼 조국의 '평화통일 지향'에 무게를 두기보다 분단·대결·증오를 다루는 것으로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따라서 앞서 얘기한 세 가지 원칙으로 교과서 국정화를 막아야 한다. 교과서 싸움은 민주 세력 대 반민주 세력의 싸움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교과서 논쟁에서 무엇이 문제고 현재 교육 현장이 어떠한지, 기독교인들이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만열 교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앞으로 이런 내용을 더 잘 숙지하고, 배운 내용을 사방으로 퍼 나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잘못된 것에 아니라고 답할 수 있는 일을 기독교인이 감당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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