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아내 선호와 콩히 목사. 싱가포르 법원은 콩히 목사가 교회 헌금200억 원을 아내의 미국 진출에 사용했는데, 이는 교회 사역이 아닌 개인 횡령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BBC 관련 기사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남편은 '싱가포르 조용기'를 꿈꿨고, 아내는 '미국 팝스타'를 꿈꿨다. 아내의 미국 진출을 위해 남편은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에서 건축 헌금으로 모은 돈 약 200억 원을 썼다. 교인들에게는 아내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문화 선교'의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씨티하베스트교회의 콩히 목사와 그의 아내 선호의 이야기다.

2012년 싱가포르 상무국은 교회 헌금을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유용했다며 콩히 목사와 교회 재정 담당자 5명을 고발했다. (관련 기사: '싱가포르의 조용기' 콩히 목사, 교회 돈 200억 유용) 재판은 2년 동안 계속됐다. 콩히 목사와 재정 담당자들은 '크로스 오버'라는 문화 사역에 투자한 것이고, 그 덕분에 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변했다. 재판이 계속될수록 이들은 콩히의 아내 선호를 위해 썼던 200억 원이 교회 사역 차원에서 들어간 돈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개인 횡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0월 21일, 싱가포르 법원은 콩히 목사와 교회 관계자 5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교회 돈 약 200억 원만 유용한 줄 알았는데, 범죄 사실을 감사에 들키지 않으려고 또 다른 헌금 약 212억 원을 썼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모두가 법을 준수하고 부정이 없는 도시 이미지가 강한 싱가포르에서 일어나기 힘든 부패 유형이다. 싱가포르에서 이 정도 범죄행위면 10년까지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판사는 이들의 헌금 횡령 혐의를 인정하고 추후에 형량을 선고하는 재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선고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콩히와 교회 관계자 5명은 법적인 감시를 받는다는 조건하에 풀려났다.

씨티하베스트교회 교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법정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들도 있었다. 재판이 끝난 후 콩히는 아무 말 없이 법정을 떠났다. 선호는 페이스북에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지지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여전히 콩히 목사와 선호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두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겠다", "더 강해지세요. 우리는 하나입니다" 등의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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