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혁실천연대와 목회멘토링사역원이 전국을 순회하며 건강한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대전 워크숍에 이어 10월 19일(월) 인천시 부평구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에서 '마을 섬김·재정 운용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인천·경기 지역 목회자 22명이 참여해 하루 종일 발제를 듣고 강사들과 대화도 나눴습니다.

▲ 10월 19일 주안장로교회에서 '마을 섬김·재정 운용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오세택 목사는 "우리 가운데 있는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오세택 목사(두레교회‧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의 지지 발언을 시작으로 오전에는 '교회 재정' 문제를, 오후에는 '마을 섬김' 사역을 사례별로 살펴봤습니다.

목회자 납세 관련 논의부터 다뤘습니다. 한희준 목사(이든교회)는 "납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득 신고"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소득 수준이 낮아서 세금 납부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득 신고 자체를 안 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목회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성직은 목회자에게만 국한된 것인가 하는 질문을 꺼내면서 사회적 동의나 공감대 없이 무리하게 구별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근로소득 절차와 납세 혜택에 대한 가이드도 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한용 목사(높은뜻하늘교회)는 '교회 재정을 임의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짚었습니다. 한용 목사는 '임의로 쓴다'는 말의 정의부터 바로 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자기 마음대로 교회 재정을 쓰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런 원칙 없이 재정을 사용하고 집행이 끝난 뒤에 회계 처리나 감사 절차가 부재한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했습니다.

한용 목사가 제안하는 슬로건은 '불편하게 쓰자'입니다. 부서 사역비가 필요하면 교회가 세운 일련의 청구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물론 재정 담당자에게 직접 말하고 그 자리에서 받으면 편합니다. 하지만 이런 관례가 굳어지면 결국 사고가 터집니다. 때문에 교회 규모가 작든 크든 예산 편성부터 집행과 회계, 감사 절차까지를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명한 공개 원칙도 필수입니다. 주보와 공동 의회 자료를 활용해 언제든 교회 재정 상황을 모든 교인이 빠짐 없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교인들의 이해도와 참여도가 높아집니다. 한용 목사는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니, 교인들 사이에서 자신이 사역의 대상이 아니라 사역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오후에는 마을 섬김 사역을 잘하고 있는 세 교회의 사례를 차례로 살펴봤습니다.

상도제일교회 조성민 목사는 지역 주민들과 쿠폰북을 통해 소통하는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조성민 목사는 목회자의 '발품'을 강조했습니다. 목회자가 직접 나서서 이웃 주민들이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들어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장을 떠난 목회는 생동감이 없고, 지역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교회도 존재 의미가 희미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지역과의 소통을 중시하면서 생긴 몇 가지 변화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교회 행사가 있을 때면 매번 대형 할인 마트에서 장을 보던 것이 교회 인근 상가에 들러 장을 보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매주 주보에 지역 소상인들의 소식을 내면서 교인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지역 주민들도 교회가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쿠폰북은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고, 쿠폰북을 통한 전도 활동도 의미와 효과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루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이도영 목사(더불어숲동산교회)가 '공정(fair)'을 키워드로 마을에서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는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카페를 열었는데 그냥 교회 카페가 아닙니다. 공정이라는 의미를 담아 커피 생산자들의 형편을 살피고 소비자인 지역 주민들의 사정도 고려합니다. 페어라이프 센터 공간(카페, 어린이 도서관, 마을서재)을 통해 다양한 공연과 문화강좌와 워크숍을 열어 지역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속한 지역에 있는 '고수'들을 직접 찾아가서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꿈꿔 보는 '꿈의 학교'도 열었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강좌를 열어 지역 주민들이 서로 모이고 떠들고 꿈꾸면서 새로운 창조성을 발현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김영석 목사(아름다운주님의교회)는 '다림교육'을 중심으로 교육 시장에서 소외받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역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100여 명의 지역 아동·청소년들이 교육을 받고 있고, 대기자만 126명이라고 하니 지역에서 이름 있는 배움터를 꾸린 셈인데, 김 목사는 사업적인 측면보다 목회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다림교육이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선생님들이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섬겨 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결국 마을 섬김 사역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남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성공 신화만을 나눈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성민 목사는 거절당하고 찬 밥 대우를 받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도영 목사는 개척 후 6년 동안 매일 속앓이를 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지내온 시절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김영석 목사는 성공적인 사역 이야기보다는 목회자로서 자신의 실패담을 담담히 나눴습니다.

개척한 지 3년이 조금 넘었다는 한 참석자는 "개척 초기에는 힘들고 어려워도 잘 견뎠었는데, 요즘 들어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었다. 그런데 오늘 열정적으로 사역하는 분들을 만나 많은 자극과 도전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워크숍을 마치며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국장은 "교회 상담을 하다 보면, 자기 지역에 추천해 줄 만한 교회가 있는지 묻는 분들이 참 많다. 그분들이 지역의 건강한 교회를 잘 찾아서 만나셨으면 좋겠다. 지역마다 건강한 교회들이 점점 늘어가기를 바라며 오늘 모인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종희 대표는 "안으로는 운영을 건강하게 하고, 바깥으로는 마을을 잘 섬기는 교회를 세우자는 취지로 워크숍을 기획했다. 올해는 특별히 전국을 순회를 하면서 지역마다 이렇게 건강한 목회를 꿈꾸는 분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했다. 건강한 교회를 소개하고 알리고 세우는 일에 앞으로도 관심 가져 주시고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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