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바울 신학의 대가 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의 신간이 나왔다. <바른 신앙을 위한 질문들 - 김세윤 박사에게 묻다>(두란노서원)는 김 박사가 20여 년간 기독교 잡지·신문과 했던 인터뷰와 기고했던 기사를 모아서 재구성한 책이다. 책을 편집할 때, Q&A 형식으로 내용을 다듬었고 김세윤 박사가 이를 보강했다. 총 27개의 질문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는 자살이나 동성애 문제 같은 민감한 이슈도 있고, 최근 신약학계의 동향을 반영하는 신학적인 질문도 있다. 초신자가 궁금해할 만한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이 구원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온다.

두란노서원은 김세윤 박사의 신간 출간을 기념해 10월 19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두란노빌딩 1층에서 북토크를 열었다. 사전에 카페를 통해 모집한 참여자를 포함, 150여 명이 참석했다. 박용범 목사(두란노서원 저작권팀 팀장)가 책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하면 김 박사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마지막에는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북토크는 올해 70세인 김세윤 박사의 고희를 축하하며 김 박사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김세윤 박사는 먼저 책이 출간된 배경을 밝혔다. 김 박사는 "처음 출간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절했지만, 이런 질문들이 일반 신자들에게 절실하고 목회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 지난 10월 19일, 김세윤 박사 신간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가 열렸다. 사전에 카페를 통해 모집한 참여자를 포함, 150여 명이 모였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바른 신앙의 기준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박용범 목사는 책 제목이 <바른 신앙을 위한 질문들>인 만큼 '바른 신앙'을 정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박 목사는 책 속에 반복되는 '이중 사랑 계명'이 바르다는 것의 기준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중 사랑 계명'에 대한 정확한 개념 설명을 요청했다. 김 박사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예수께서는 모든 복음의 계명을 두 계명,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정리했다.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예수도 그 제자들에게 말했고, 사도 바울의 윤리를 정리해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이중 사랑 계명이라고 한다.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려면 첫째 계명의 반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첫째 계명의 반대말은 우상숭배다. 예수에게 우상은 맘몬이었다. 산상수훈에서 예수는 누구도 하나님과 맘몬(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우상은 맘몬 우상이다. 맘몬은 구약의 바알 신앙과 비교할 수 있다. 생식과 풍요의 신 바알은 구약의 야훼 신앙에서 가장 큰 우상숭배 대상이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돈을 많이 벌면 자기 자신과 자손들의 안녕과 행복만을 빌게 되고 이런 삶의 방식이 계속되면 자연스럽게 이웃을 착취하게 된다."

▲ 북토크는 질의자인 박용범 목사(두란노서원 저작권팀 팀장)가 질문하면 김세윤 박사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 목사는 성도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질문들을 던졌고, 김 박사는 거침없이 답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이후 박용범 목사는 성도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질문들을 던졌다. 그중 하나는 주일예배는 참석하지만 교회의 어떤 모임이나 사역에 동참하지 않는 '안개 공동체', 교회를 떠났지만 개인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가나안 성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김세윤 박사는 딱 잘라서 답했다.

"그런 신앙생활은 옳지 않다. 가나안 성도가 되는 실제적인 이유들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참 많다. 그러나 그건 옳지 않다. 안개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 공동체를 세우실 때, 바울이 공동체적 삶을 가르칠 때 함께 모여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말씀을 가르치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교제를 나누게 했다. 전문적인 신학 훈련을 받은 목사의 가르침을 받는 게 좋고, 적극적으로 공동체에 참여하면서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가나안 성도들끼리 모여서 가정 교회를 이루거나 성경을 함께 읽어 나가는 게 좋겠다."

이 땅에서 성도가 고난받는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고난의 문제는 철학적·신학적으로 가장 어려운 주제다.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하나님의 사랑과 고난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삼각형이다. 성경은 이에 대한 이론적 대답을 해 주지 않는다. 타락의 질서, 인간의 연대성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를 잘 믿어도 고난에 참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울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다만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해 고난을 실제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답했다. 이어 김 박사는 고난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제시하는 소망으로 인내할 수 있을 때 두 가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첫 번째는 교육적인 효과다. 고난은 그리스도인의 성품을 연단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두 번째로 고난은 구속적 효과가 있다. 사거리에 나가면 가로등이 없는데, 매일 사고가 나면 가로등을 설치할 수 있다. 모든 고난에는 크고 작은 구속의 힘이 있다. 나의 고난이 이웃 세계에 덕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목사들은 고난을 신학적으로 해석해 줘야 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율법의 원칙을 180도 뒤집는다"

▲ 김세윤 박사는 성경을 읽을 때, 그냥 율법주의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박사는 바울이 어떤 문제를 판단할 때 항상 신학적으로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태도를 바울에게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서울 목동에서 온 24살 청년이 동성애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하나님을 믿는 친구가 있는데, 동성애를 하고 있다며 그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 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세윤 박사는 동성애를 타락한 창조 세계의 현상 중 하나라고 정의하면서 질문에 답했다.

"구체적으로 동성애가 타고나느냐, 학습으로 배우느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 기질과 성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타락한 창조 세계의 피해자로 보고 긍휼히 여겨야 한다. 따뜻하게 대해 줘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율법적으로 정죄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좁은 시선으로 판단해 버린다. 한편 성경은 동성애적 성향이 분명히 죄라고 말하고 있다.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고 동성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라이센스를 받은 게 아니다. 하나님나라와 이웃을 위해 이성애적 충동을 억제하는 경우가 있다. 동성애적 성향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산에서 왔다고 밝힌, 한 개척교회 성도는 구약시대에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끌고 가면서 희년에 대해 가르쳤다고 말했다. 타락한 질서를 그리스도인이 깨뜨리려면 희년 정신이 말하는 자유와 분배가 있는 사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가르침에 대한 김 박사의 견해가 무엇인지 물었다. 김 박사가 답했다.

"우리는 희년의 정신을 현재 현실적인 정치와 경제체제의 제약 속에서 살려 나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희년이 말하는 나눔과 재분배, 정의를 이루는 것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 경제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연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완전한 우상숭배를 목적으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낳은 극단의 자본주의를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법으로 정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런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 단순히 그리스도인임을 내세워 교인들 표를 받아 대통령이나 장관이 되면 안 된다."

▲ <바른 신앙을 위한 질문들 - 김세윤 박사에게 묻다> / 김세윤 지음 / 두란노서원 펴냄 / 265쪽 / 1만 3,000원

마지막 질문은 익명으로 올라왔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하고만 결혼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김 박사는 유대적 관점과 기독교적 관점의 차이를 지적하며 질문에 답했다.

"유대적 관점에서는 기본적으로 부정한 것과 같이 있으면 내가 부정을 타게 된다고 본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복음은 이 원칙을 180도 뒤집는다. 신자 배우자가 비신자 배우자에게 부정을 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신자가 비신자를 거룩하게 한다. 우리는 율법주의적으로 그냥 술을 먹지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나 바울은 그게 과연 옳은 것인지 신학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바울은 비신자가 신자로 인해 거룩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우상이 집에 가득해도 이혼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끼리 결혼하는 것이 마땅치 않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다만 비신자가 신자의 신앙을 존중하고 같이 살 용의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

한국의 율법주의자 목사들은 이혼하지 말라고 한다. 죄 중에 동성애가 최고 악이고, 두 번째 악을 이혼이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기 치고 불의를 저질러서 다른 이를 곤란에 빠뜨리고, 불의한 통치로 경제를 망가뜨리는 사람들이 더 큰 죄인이다. 다 같은 죄이지만, 어느 것이 큰 폐해를 가져오는지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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