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신대 학생들이 10월 20일 새벽, 총장실 입구를 봉쇄했다. 총장이 학생들을 보호하지 않고, 학내 사태가 커지도록 방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총장은 출입 봉쇄 사실을 듣고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박종천 총장) 총학생회·총여학생회 학생들이 10월 20일 새벽, 총장실 입구를 봉쇄하고 항의 농성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박종천 총장이 학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현직 이사장이 학생들과 교수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하고 스무 살 남짓한 학생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검찰 조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총장이 나서서 중재하기는커녕 사태를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이규학 전 감신대 이사장은 총학생회·총여학생회 임원 12명을 절도·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대문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법인사무처를 점거해 업무를 못 하게 하고, 법인사무처 A4용지를 무단으로 썼으며, '여자 목사들은 불도그 같다'는 발언 등을 외부에 공개한 것을 문제 삼았다. (관련 기사: 감신대 이사장, "여성 목사들, 원한 꽉 찬 불도그 같아" / 감신대 이사장, 학생·교수 30명 무더기 고소)

또 학생들은 총장이 가지고 있는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도 공식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관련 기사: '인사 비리, 재정 유용, 교수 사찰' 감신대 보고서 공개)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월 6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던 송순재 교수(기독교교육학)는 단식 10일 차인 16일 새벽,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 후로는 차기 연장자인 이정배 교수(종교철학)가 17일부터 단식을 이어 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25~30년 넘게 감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내 최고 원로 교수다.

교수들의 단식은 김인환 현 이사장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이뤄졌다. 김 이사장은 지난 8월, 전용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등이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를 '사조직'으로 간주하고, 조사 활동을 위해 자료를 꺼내 간 송 교수 등을 특수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

학생·교수들을 중심으로 지속해 오던 학내 투쟁은, 원로 교수들의 단식투쟁과 병원 입원 사실들이 알려지며 동문들로 범위가 확대됐다. 10월 19일 김인환 이사장과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규학 이사를 규탄하는 동문 208명의 서명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된 데 이어, 20일 오후 6시부터는 감신대 교정에서 학생·교수·동문들이 함께하는 촛불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 감신대 백주년기념관 앞에는 교수들이 단식투쟁하는 천막이 설치돼 있다. 지난 16일, 단식 10일차에 병원으로 후송된 송순재 교수에 이어 지금은 이정배 교수가 단식을 하고 있다. 천막 바깥에는 교수들을 응원하는 동문 졸업생들의 메시지가 붙여져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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