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혜원 인턴기자] '삼포시대', '헬조선'. 2015년 한국 사회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다. 대학생 한 명당 평균 1,633만 원을 빚지고 있는 현실. 취업난 속에서 특별한 소득이 생기기도 전에 대학생들은 이미 대출과 빚이라는 큰 짐을 짊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지만, 사회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나도 23세 대학생이다. 취업난 속에 어찌어찌 <뉴스앤조이>에서 인턴기자로 일하게 되었다. 첫 취재는 바로 '청춘희년프로젝트'(청춘희년). 성경에 나오는 '희년'을 모티프로 청년들의 부채를 탕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1차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10명을 상대로 각각 200만 원씩 지원하고, 재무 상담과 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지금은 2차 지원 대상자를 모집 중이다. (관련 기사: 부채 늪 빠진 청년 돕는 '청춘희년', 2차 프로젝트 가동)

청춘희년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든 청년들을 도우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200만 원'이라는 금액이 뭔가 애매하게 느껴졌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싼 인문 대학도 한 학기에 300만 원이 넘는데 말이다. 실제로 다른 대학생들은 청춘희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다니는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사정을 듣고 청춘희년을 소개해 주었다.

▲ <뉴스앤조이>에서의 첫 취재는 '청춘희년프로젝트'다. 내가 다니는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다. (성공회대학교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아르바이트와 낮은 성적이 빚어내는 악순환

한국장학재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자는 대학생 약 280만 명 중 95만 명(약 34%)에 달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졸업 후 소득이 생기면 그때부터 대출금을 갚는 정부 보증 '든든학자금'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청춘희년의 지원 대상은 학자금 대출 3개월 이상 연체자다. 재학생들은 사실상 대출이자를 연체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청춘희년의 직접적인 대상자는 아니다.

그러나 간혹 든든학자금을 이용하지 못하고 일반학자금을 이용하거나,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하는 학생도 있다. 든든학자금은 △직전 학기 12학점 이상 이수 △직전 학기 백분율 70/100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든든학자금을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재학 중에도 대출이자를 연체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만난 김가영 씨(24·가명)가 그런 케이스였다. 김 씨는 11학번인데 아직 3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이다. 나이와 학번에 비해 학기는 늦은 감이 있다. 현재까지 대출받은 금액만 총 1,700만 원에 이른다. 졸업까지 세 학기가 남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졸업 후에 2,000만 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된다.

"매 학기 학자금 대출을 받았죠. 작년에 집 사정이 여러모로 안 좋을 때 상황이 극도로 악화 됐고요. 학업에 대한 의지도 없었고 결국 성적 미달로 든든학자금 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되어 일반학자금을 받았어요."

김가영 씨는 입학 당시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지 못했다.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학업에 의지를 갖는 것은 힘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집안 사정이 안 좋아졌고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학점 미달로 든든학자금 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되어 일반학자금 대출을 받게 된 것이다.

일반학자금 대출은 재학 중에도 이자를 갚아야 한다. 자신의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 이자금을 알바를 통해 충당하는 김가영 씨. 상황이 어려워져 3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한 적도 있었다.

"연체가 더 지속되면 신용회복위원회로 넘어간다는 식의 문자가 왔어요. 협박처럼 느껴졌죠. 엄청난 죄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연체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꾸준히 이자를 갚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알바 시간을 늘려야 했다. 현재 김 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내내 학교를 마친 뒤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커피숍에서 일한다. 일주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심신이 지쳐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다. 이자 연체를 막기 위해 꾸준히 알바를 하고, 든든학자금 대출을 받기 위한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공부도 해야 한다.

김가영 씨에게 청춘희년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었다. 그는 연체자들에게 50만 원의 지원과 200만 원의 무이자 전환 대출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저는 연체된 적이 있어서 그 다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너무 잘 알아요.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당장 힘든 학생들을 구제하는 것 자체를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졸업 예정자들, "당장은 도움 되겠지만…"

김가영 씨와의 인터뷰 후 대학생들의 현실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특히 곧 졸업 후 사회로 나가게 될, 이제 곧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할 졸업 예정자들이 생각났다.

잠정적 연체자라고 할 수 있는 졸업 예정자들은 청춘희년프로젝트에 긍정적 의사를 표하는 반면, 청년 부채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원했다. 채단비 씨(23·가명)는 4년 내내 학자금 대출을 받아 왔다고 했다. 곧 졸업한다는 사실에 부담감과 막막함을 느낀다며 말문을 열었다.

"벌써 졸업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저 막막합니다. 취업 문제, 그동안 받은 학자금 대출도 답이 없네요. 부채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빚을 일부 탕감해 준다니 매우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안도감이 들 거 같아요. 하지만 순간 모면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단비 씨는 연체로 인해 늪에 빠진 사람들에게 청춘희년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순간 모면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결국 근본적으로 소득이 늘어야 부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예지 씨(23·가명)는 든든학자금 제도로 현재까지 총 800만 원가량을 대출받았다. 신 씨에게서는 조금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현존하는 몇 십 개의 장학제도를 이용했다.

"저는 4년 내내 수많은 장학제도를 찾아보고 이용했어요. 학자금 대출 연체자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대학생들이 '노력이 부족했다'고 함부로 평가할 수 없지만, 저처럼 다양한 장학제도를 알아보거나 성적을 올리는 노력으로도 메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청춘희년프로젝트는 분명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 부채를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강한 경고를 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성경 씨(23·가명)도 청춘희년이 당장 어려운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청춘희년이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공감하고 숙고한 결과라는 점을 높이 샀다.

"청춘희년은 청년들의 고민에 깊이 공감한 프로젝트 같아요.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청년들과 소통한다는 면에서 지금 성공회대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최근 학생들이 세월호 시위 때문에 벌금 3,000만 원을 맞았는데, 이를 충당하기 위해 모든 학생이 자발적으로 후원 주점을 열었어요. 교수님들은 벌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원한다고 하셨어요. 돈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을 개인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한 거죠."

청년 부채 탕감, 근본적 해결책은 없을까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 대학생들은 만성적으로 불안함을 느낀다. 불안함의 시작은 돈이다.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그야말로 공(空)약이 되었고, 한 학기에 300~500만 원 하는 대학 등록금은 낮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에 안도하고, 취업 후에 갚아도 된다는 것에 감사한다.

대학생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하고 있었다. 성공회대 이동제 학생회장은 "청춘희년프로젝트가 단순히 대상자들에게 돈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청년 부채'라는 근본적 문제의식을 드러내면 좋겠어요"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청년 부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온 나라가 힘을 기울여도 어려운 문제다. 지금 이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청년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다. 이 상황에서 청년 10명에게 200만 원씩 지원하는 청춘희년프로젝트는 어찌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청춘희년운동본부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암울해 보이는 청년 부채 문제에 '청춘'이라는 설레는 단어가 과연 어울릴까. 다음 기사에서는 청춘희년운동본부 김덕영 사무처장의 이야기를 들어 볼 것이다. 청춘희년운동본부가 그리는 그림과 실제적으로 각 교회가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 청춘희년운동본부 홈페이지
* 청춘희년운동본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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