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설교 학교 마지막 강의가 10월 12일 효창교회에서 열렸습니다. 최철호 목사(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말씀과 공동체,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10월 12일(월) 서울 용산구 청파동 효창교회에서 설교 학교 3학기 네 번째 강좌를 열었습니다. 최철호 목사(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말씀과 공동체,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라는 주제로 강의했고, 30명의 목회자들이 모였습니다.

강의는 '설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됐고, 이는 '설교가 신앙 공동체에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됐습니다.

성경 강의,성경 강해,기독교 교리 강의…다양한 대답이 있을 수 있지만 최철호 목사는 한 가지 대답을 덧붙였습니다. '신앙인들이 교양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최 목사는 이를 두고 '전락'이라고 했습니다. '전락'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나쁜 상태나 타락한 상태에 빠졌다'는 뜻입니다.

잠깐의 울림은 있을지 몰라도 삶의 지표가 되지는 못하는 교육. 최철호 목사는 "설교가 이렇게 전락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예배당에서는 목사님의 설교가 가슴에 와 닿고 울림이 있었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그것을 일관되게 잡고 바꾸어 나가야 할, 관철해 나가야 할 지표로 삼지 않는다." 최 목사의 지적입니다.

'목사님, 그것은 교회의 논리입니다,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설교를 전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타협이 시작됩니다.

최철호 목사는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은 믿음과 따름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회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교회 공동체와 지체들이 세상 정사와 권세, 시대 우상이 강제하는 삶에서 벗어나서 성경 말씀을 믿고 따라 사는 삶을 통해 말씀을 육화하고 현실화하는 삶의 현장, 그들의 삶의 이유, 그들의 소망의 이유, 그들의 소망이 구현되는 사건. 거기에 교회가 있는 거지요. 그것이 교회의 본질이죠"라고 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지역에서 사행성 투기가 빗발치고 있다면,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은 과열된 투기 양상을 잠재우고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이웃들의 사정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기를 단념하고 약자들을 대변하려다 주민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교회가 품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서글프게도 집단의 이익을 조장하고 투기를 부추기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교회를 다닙니다.

▲ 최철호 목사는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은 믿음과 따름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최 목사는 "세상 정사와 권세, 시대 우상이 가장 집요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곳은 결국 먹고 자고 입고 즐기는 생활양식, 결혼‧임신‧출산‧육아‧교육과 소비 등 일상생활의 현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목회'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집과 차를 사는 일, 혼수를 장만하는 일 등이 더 이상 목회의 대상이 아니고 프라이버시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최 목사는 "그것이 프라이버시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질문은 풀어야 하지 않겠나. 세상 정사와 권세, 시대 우상은 가장 강력하게 그 지점에서 우리를 지배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질문은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영적 싸움을 펼쳐 갈 것인가, 어떻게 목회적 대응을 할 것인가'로 넘어갔습니다. 최 목사는 "먹고 자고 입고 즐기는 문제와 관련해 그것을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하고 내버려 둔다면, 시대 우상이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는 무기에 대해서 손을 들고 영적 싸움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답했습니다.

최철호 목사는 "이 지점에서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철저한 제자도를 통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길을 가고 있는데, 혼자만 다른 말을 하고 다른 길을 가고자 하면 불안해집니다. 최 목사는 "이런 심리적인 반응을 무시하면 안 된다. 그래서 같이 해야 한다. 같이하면 대안이 만들어진다"고 말했습니다.

▲ 최 목사는 "세상 정사와 권세, 시대 우상이 가장 집요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곳은 결국 먹고 자고 입고 즐기는 생활양식‧결혼‧임신‧출산‧육아‧교육과 소비 등 일상생활의 현장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목회'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이어 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삶을 토대로 말씀을 나누는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아래에 최철호 목사가 소개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농촌과 도시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꾸며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서 각각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7~8명으로 이루어진 기초 공동체라고 하는 소 공동체를 중심으로 말씀 나눔을 합니다. 기초 공동체 안에서 지체들이 같은 본문을 한 주 동안 묵상합니다. 매주 같은 본문을 읽고 묵상하고 예배 때 자기가 생각한 내용을 함께 나눕니다. 한 주간 삶의 주제, 기도의 주제, 고민거리 등도 같이 나눕니다. 기초 공동체마다 목회위원이 있어서 예배와 목회 상담 등을 주체적으로 주관합니다. 기초 공동체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교회가 되는 셈입니다.

말씀은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눕니다. 공동체 지체 모두가 말씀 나눔에 함께합니다. 말씀 나눔의 주체성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에 주신 다양한 은사와 소명에 따라서 창조적인 해석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한 개체로 있을 때라면 위험할 수 있지만 전체에서는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 된 지체들이 '나'라는 개체성을 벗어나 내 안에 없었던 능력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깊은 사귐과 말씀 나눔을 통해서 공동체 지체들이 가진 은사와 역량을 발견하게 됩니다.

공동체 안에 이러한 지도력을 어떻게 훈련하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 나옵니다. 하나님나라,공동체,제자도,생활 영성을 중심으로 신학,목회 상담,철학,역사,문명 전환 등을 다양하게 공부합니다. 목회위원뿐 아니라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는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삶을 연관시키는 방향으로 공부합니다. 공부의 영역에서도 관념이 삶과 괴리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끝으로 최철호 목사는 "목회자가 몸 된 공동체 없이 홀로 섬으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평생을 한 교회에서 설교했지만 은퇴하고 나서는 자신도 가족들도 모두 교회를 떠나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습니다. 이어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몸 된 관계가 전제된 상태에서 여러 가지 열매‧은사‧기능 중의 하나로 목회적인 부르심이 세워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2시간 여 동안 '교회란 무엇이고, 목회란 무엇이고, 설교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놓고 열띤 강의와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2015년 설교 학교가 3학기 총 13강의 모든 과정을 마쳤습니다. 설교란 무엇이고, 묵상과 해석의 과정은 어떠해야 하며, 실제적인 설교 준비와 나눔에 이르기까지 설교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선·후배 목회자들이 서로의 고민을 터놓고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은 앞으로도 이 같은 목회 본질과 관련된 다양한 고민거리를 정직하게 나눌 수 있도록 계속 자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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