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원로목사님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노회와 결혼식 때 만나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모든 것을 이미 경험해 보신 분과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 분이 무엇인가를 내게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냥 내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준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 "힘들겠다"고 말씀하시는 그 말씀 한마디가 위로의 손길로 내게 다가온다.

원로목사님은 치매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얼마 전 독감 주사를 맞으러 갔더니 구청 직원이 치매 검사를 권유해서 해보았다는 것이다. 그때 검사원이 물었던 질문은 이런 것들이었다고 한다. 지금 살고 계신 곳의 주소가 어디입니까? 오늘이 몇 월 며칠인가요? 100에서 7을 빼 보십시오. 또 7을 빼 보십시오. 또 7을 빼보십시오. 칠순 중반이 되신 원로목사님은 치매 의심 증상을 하나도 보이지 않으셨단다. 하긴 우리 교회 원로목사님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조작할 줄도 아시고 페이스북도 하시고 인터넷 뱅킹까지 하시는 분인데, 벌써 치매일 리 없다.

치매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한다. 조기 발견을 통해 10명 중 1~2명은 완치될 수도 있다고 하니, 구청에서 이처럼 적극적으로 진료에 나서 주는 것이 감사하다. 치매 검사를 통해 초기에 약물을 사용하면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더 나아가 병의 악화로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사전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그러니 혹시 얼마 전에 나눈 대화의 내용이나 최근에 했던 약속을 기억하지 못할 때, 전화·가스레인지·텔레비전과 같이 늘 사용하던 기기들을 다루는 능력이 저하된다면, 빨리 치매 검사를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영적인 차원에서도 조기 건강 검사가 중요하다. 사탄은 우리가 스스로 감지할 수 있도록 영적인 상태를 급격히 나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죽이는 냄비에서 튀어 나가지 못하도록 서서히 물의 온도를 높여가며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탄의 전략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서 죽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혹시라도 스스로에게 영적인 문제가 없는 건 아닌지 자가 진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영적인 상태를 가장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나의 말을 분석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 감사·축복·위로·격려하는 말인가? 아니면 불평·비난·저주·낙심을 하게 하는 말인가? 만일 후자에 속한다면 이미 나의 영적인 건강 지수는 급격하게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라고 한다면 결코 그런 말들이 입에서 나올 수 없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는 악하니 어떻게 선한 말을 할 수 있느냐?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내느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 (마 12:34-37)

우리는 불평을 하면서 혹은 남을 저주하고 비난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활하곤 한다. 마치 나이가 들어 깜박깜박하면서도 그것이 치매 초기 증상인줄 모르고 자연스러운 것인 양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심판 날에 심문을 받을 일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아야 한다. 나 같은 죄인을 살리신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바라보아야 한다. 만일 우리를 위하여 그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망각하고 있었다면, 우리가 영적인 치매에 걸린 것이다. 그런 영적인 치매 증상은 불평과 비난, 그리고 저주와 다른 사람들을 비방하는 말들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나의 영적 치매지수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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