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 A는 한때 박옥수 목사를 누구 못지않게 믿고 따랐다가, 주식 사기 사건을 계기로 24년간 몸담았던 기쁜소식선교회를 탈퇴했다. 9월 21일 전주에서 만난 A는 주식 양도 계약서를 꺼내 보여 줬다. A는 박 목사의 말을 믿고, 지난 2010년 운화 주식을 1억 원어치 매입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쁜소식선교회 박옥수 목사에게는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검찰은 박 목사가 신고도 하지 않은 채 금융 투자업을 하고, 설교나 강연을 통해 허위로 또별의 효능과 (주)운화를 홍보하고, 위계를 사용해 주식을 매매·중개 등을 했다며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관련 기사: '구원파' 기쁜소식선교회 박옥수 목사 징역 9년 구형)

박 목사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가장 큰 논란이 된 252억대 주식 사기 사건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운화의 대표이사였던 도 아무개·진 아무개 장로가 주식을 팔았으며, 자신은 주식 거래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적도 없다고 했다. 특히 기쁜소식선교회 신도들에게 운화 주식을 사거나, 투자하라고 말한 적도 없다고 했다.

법원은 박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박 목사의 지시로 운화가 설립·운영됐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비전문가로서 또별의 효능이 탁월하다고 믿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고 △설교나 강연에서 신도들에게 직접 주식을 사라고 언급하지 않았고 △운화에 불법 대출과 분식 회계를 지시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오히려 박 목사와 함께 기소된 운화 관계자 3명이 이번 사건을 주도했다고 보고 이들에게만 유죄를 선고했다. (관련 기사: 법원, 기쁜소식선교회 박옥수 목사 무죄 선고)

한때 기쁜소식선교회에 몸담았던 이번 주식 사건 피해자들은 판결을 어떻게 생각할까. <뉴스앤조이>는 고소인 12명 중 3명과 어렵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1명은 직접 만났고, 나머지 2명은 전화 통화로 이야기를 들었다.

불치병 낫는 약 홍보에 열 올린 대표 목사

피해자들이 주식을 사들인 시기는 2010년이다. 당시 운화는 주식을 사면 3년 뒤 원금의 두 배를 돌려주겠다며 주주를 모집했다.

전남 광양에 사는 A(49)는 지난 2007년경 전남 지역 연합 예배와 대전도집회에서 '운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당시 강연자로 나선 박 목사는 불치병 약을 개발하는 운화의 가치가 수천 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A는 처음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지만, 계속 듣다 보니 신뢰가 쌓였다고 했다.

지난 2010년 6월, A는 1억 원어치 주식을 매입했다. 1주에 50만 원이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운화 주식은 1주당 5,000원에 불과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A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으로 주식을 샀다. 9월 21일, 전주에서 만난 A는 "말 그대로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허탈할 뿐이죠. 이름도 몰랐던 회사의 주식을 1억이나 주고 샀다니…지금도 제 자신이 이해가 안 가요. 당시 박 목사를 무조건 신뢰했던 게 문제였어요. '오십 평생 복음만을 위해 살았다', '땅 한 평 내 이름으로 등기된 것도 없다', '통장에 돈 10원도 없다', (하나님만 믿고) 노년을 결단코 준비하지 않았다'는 박 목사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백 명을 상대로 사기를 칠 줄 아무도 몰랐죠.

퇴직금으로 주식을 샀을 때 성경 말씀이 떠올랐어요.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에 숨겨 두고 기뻐하여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다(마 13:44).'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고, 3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습니다."

울산에 사는 B(39)는 전업주부다. 지난 2007년, 친정어머니를 따라 선교회 소속 교회에 다녔다. 인터넷을 통해 당시 선교회 대표였던 박 목사의 설교를 자주 들었다. 설교에는 운화와 또별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교회 목사들도 은연중 운화 주식을 강조했다. 지난 2010년 7월, B는 1억 5,000만 원어치 주식을 샀다. 노후 자금, 시부모가 맡긴 돈, 대출받은 돈 등을 모아 투자한 것이다.

"기쁜소식선교회 대표 목사니까 신뢰가 갔어요. '떼돈'을 벌 수 있다고 계속 강조하니까, 당연히 투자할 수밖에 없었어요. 살면서 주식에 투자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해서 저축만 했어요. 제 삶의 사고방식과 맞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죠.

처음에 주식을 샀을 때 여유로운 삶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어요. 1억 5,000만 원을 투자했으니, 3년 뒤 3억을 받을 줄 알았다니까요. 그렇게 되면 지금 보다 생활 형편이 나아질 것이고, 주변에 있는 불쌍한 이웃도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경북 영양에 사는 C(54)는 아내를 따라 17년간 선교회 소속 교회에 다녔다. 지역 연합 예배에서 들은 설교와 소식지 광고를 통해 운화와 또별을 알았다. 지난 2010년 8월, 500만 원어치 주식을 샀다. 농사를 지으며 조금씩 모은 돈이었다.

"(박옥수) 목사가 강조하니까 샀지. 에이즈로 죽어 나가는 아프리카 애들도 고쳐 주고, 돈도 벌 수 있다고 하니까. 광고도 어찌나 하는지, (주식을) 사지 않고는 못 버틴 게지. 당시 수중에 돈이 없는 게 제일 아쉬웠어. 만일 1~2억이 있었다면 전부 투자했을 거야."

회사원, 주부, 농부 등 평범한 사람들이 박 목사의 말을 듣고 주식을 샀다. 박 목사에게 안수 기도나 몇 번 받았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선교회 대표 목사가 하는 말이니까 무조건 신뢰했다. 하지만 운화는 한 번도 수익을 낸 적 없었다. 매년 손실만 발생했다. 2012년 기준으로 누적 적자가 170억 원에 달했다.

고소인 12명은 5년 넘게 돈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 8월, 어렵게 원금을 회수했다. 박 목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장로가 공탁금을 냈기 때문이다.

"운화의 가치는 수천 조"

▲ 박옥수 목사는 2007년 8월 19일 설교에서 '또별'이 암을 고치는 획기적인 약이라고 설명했다. 또별에 대한 이런 홍보는 여러 해 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설교 동영상 갈무리)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7~2013년까지 800여 명이 252억 원어치 운화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박 목사가 운화와 또별을 홍보한 횟수는 총 1,258회에 달했다. 다음은 박 목사가 실제로 했던 발언과 선교회 소식지에 광고 일부다.

"내가 운화에 자주 가서 말씀을 전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야기해요. 이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이다. 가치로 생각하면 수십 조, 뭐 수천 조에 달해요 (중략) 지금 에이즈 환자들을 테스트하고 있는데, 굉장히 좋은 성과를 얻고 있어요."

"(또별이) 딱 들어가면 이놈들이 들어와서 암세포를 딱 둘러 포위를 한대요. 빙 둘러싸니까 암 세포가 포위를 당해 공급을 못 받아서 그때는 말라 죽어 버린대요. 전혀 독이 없으니까 무지무지하게 먹어도 괜찮다는 거예요."

"2주 동안 또별을 먹은 쥐의 암 덩어리가 반으로 팍 줄어 버렸고, 그 약을 먹어도 아무 해와 독이 없는 부분에 놀라서 전북대 교수가 흥분을 하더라고."

"한 사람이 에이즈를 낫게만 해 주면 일억을 내고 치료하겠다고 해요. (이 사실이) 정확하기만 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줄을 설 거예요."

"(주)운화는 제약 사업 본격적인 진출을 통하여 암·에이즈와 같은 난치병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줄 천연물 신약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2015년 건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의 비전 실현을 위한 전환점이 될 2010년, 주요 주주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한 투자를 유치합니다. 이제 (주)운화의 주주가 되십시오." - 2010년 6월 20일 자 기쁜소식선교회 소식지 광고

박 목사는 신도들에게 운화가 미래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될 거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법원은, 박 목사가 설교나 강연에서 직접 주식을 사라고 언급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기쁜소식선교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기쁜소식> 2006년 11월 호에 '하나님이 보내신 선물 또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무죄판결받았으니 끝? 하나님은 다 안다"

피해자 세 사람은 한때 누구 못지않게 박 목사를 추종했다. A는 "물질에서 벗어난 삶을 살라는 박 목사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는데, 정작 박 목사 자신은 그런 삶을 살지 않았다. 무죄판결받았으니 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은 다 안다"고 말했다.

B는 "일반적으로 성직자들은 사업이나 물질적인 것을 잘 언급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주식을 홍보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앙에 대한 회의를 느낀 B는 기쁜소식선교회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 마음이 정리가 되면 일반 교회에 나갈 계획이다. 자신을 교회로 인도했던 친정어머니도 사건이 터진 뒤로 그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명백한 사기를 당했다고 말한 C도 가족과 함께 기쁜소식선교회 교회를 떠났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박 목사의 삶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C는 "나는 500만 원만 투자했지만, 선교회 신자들 중 전 재산을 다 바쳤다가 거지가 되서 나온 사람도 있다. 박 목사가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들은, 박 목사가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죄를 짓고도 회개와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9월 25일 항소했다.

▲ 법원은, 박 목사가 설교와 강연을 통해 운화와 또별을 홍보한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신도들에게 '직접' 주식을 사라고 언급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