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뉴스앤조이> 독자들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텐데요. 이후 기독교계에서도 팟캐스트 방송이 하나둘 등장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유명 목사들의 설교 방송이 주를 이루긴 합니다만, 한국교회의 회복이라는 담론을 다루는 방송의 청취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유명 목사의 설교 방송이 아닌, 이런 팟캐스트에 주목했습니다. 기존의 방송 매체 대신 팟캐스트라는 대안 미디어를 택해 소통하는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 목사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 팟캐스트를 듣고 새로운 신앙 공동체를 모색하는 청취자들 이야기 △ '내가 복음이다' 양희삼 목사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방송 듣고 오셨어요?"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 카타콤교회에 들어서자 들려온 말이다. 약간 어두컴컴한 예배당 안에는 이미 열댓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 공간에는 카페가, 다른 쪽에는 녹음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다.

주일예배는 오전 11시 시작됐다. 예배 순서는 간소했다. 기타를 든 형제가 나와 신앙에 의문이 들고 힘들 때 위로받은 노래라며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불렀다. 사람들은 몸을 조금씩 흔들거리며 따라 불렀다. 찬양과 말씀, 기도가 어우러진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은 커피를 한 잔씩 손에 들고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 갔다.

이날 교회를 찾은 사람들은 40여 명이었다. 각자가 가진 사연과 연령대는 다양했다. 두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교회를 찾은 부부도 있고,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있었다. 한 청년은 다니던 교회에서 상처받고 4개월 동안 '가나안 성도'로 지내다 방송을 듣고 처음 왔다고 밝혔다. 16년간 섬기던 교회를 떠나 작은 교회를 찾던 중 카타콤교회를 두 번째 방문하게 됐다는 40대 부부도 있었다.

▲ 카타콤교회는 라디오 스튜디오, 카페와 한 공간에 있다. 서울 중곡동에 마련한 공간에서 주일예배를 드린다. 10월 4일 주일예배에는 40여 명이 모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전통 교회의 모습과 조금 다른 이곳에는 팟캐스트 방송 '내가 복음이다' 청취자들이 주를 이룬다. 전에는 역삼동 라이브카페를 빌려 '예배하는교회'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그러다가 지난 10월 3일, 서울 중곡동에 팟캐스트 카타콤라디오를 녹음하는 스튜디오와 카페, 예배 공간을 열었다. 교회 이름은 '카타콤'으로 통일했다.

'내가 복음이다'는 유명 교회 목사들의 주일 설교가 주를 이루는 기독교 팟캐스트에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목사를 향한 이들의 비판은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우습다. 매주 1만 5,000명의 청취자가 이 방송을 듣는다. (관련 기사: [기획1] 들어는 봤나, 기독교 팟캐스트)

<뉴스앤조이> 기자는 방송을 이끄는 양희삼 목사를 만났다. 대화를 통해 '내가 복음이다'를 시작한 배경, 팟캐스트 방송이 교회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과정과 한계점,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다음은 양 목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기독교계 팟캐스트에서 설교가 아닌 다른 내용으로 방송을 한 건 '내가 복음이다'가 제일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팟캐스트라는 매체를 생각하게 됐나요?

그 얘기를 하려면 아주 오래전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네요. 원래 저는 군목 출신이었어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하고 군목으로 1999년부터 9년간 복무했죠. 그때 마지막으로 가르쳤던 군종병이 우리 방송을 만드는 김지명 PD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만난 몇몇 청년들과 함께 집에서 예배를 드렸어요.

예배가 끝나면 우리끼리 한국교회·목사·신앙에 대해 거침없이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얘기해 보니까 엄청 재밌고 막 뒤집어지더라고요. 너무 재밌어서 이걸 방송으로 만들면 어떨까 논의했어요. 혼자 말하는 것보다 합이 맞는 몇 명이 함께하는 것이 더 재밌더라고요. 지명이는 아직 때가 이르다고 했었는데, 그때 '나는 꼼수다'가 등장한 거죠.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나름대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나는 꼼수다'를 벤치마킹한 거죠. 멤버 각각 전문 분야를 맡아서 캐릭터를 부여했어요. 방송용 포맷을 알고 해야지 그냥 무작정 시작하면 안 되더라고요. 팟캐스트는 내용이 좋다고 듣는 게 아니라 재미가 우선인 것 같아요.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듣죠.

ⓒ뉴스앤조이 이은혜

- '내가 복음이다'는 재미도 있지만, 교회에서 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목사가 직접 해 준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은 걸로 압니다. 많은 이들이 '내가 복음이다'를 꾸준히 청취하는 이유가 뭘까요.

사실 한국교회 안에 비상식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불투명한 재정 집행, 제왕적인 목사 등 한두 가지가 아니죠. '아 뭔가 이거 아닌 것 같은데'라고 느낀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답답해하기만 해요. 문제를 제기하고 잘못됐다고 지적해 봐야 욕만 먹으니까요. 그들이 교회에서 주로 듣는 이야기가 "하나님이 비판하지 말라고 했잖아. 순종해야지"였대요. 그런데 목사가 나서서 그게 아니라고 막 얘기해 주니까 속이 뻥 뚫린 거죠. 방송 초기 댓글을 보면 '내가 이단인 줄 알았다', '나만 이런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는 내용이 많아요. 교회 다니면서 외로웠던 사람들이 모이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찾게 되는 거죠.

- 그래서 그런 분들이 교회로 모인 건가요?

방송을 듣는다고 다 우리 교회로 오는 건 아니었어요. 주일예배는 원래 아까 얘기한 지명이, 쌍둥이, 형님 가족 등 열댓 명이 드렸어요. 근데 청취자들이 계속 '예배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문의를 해서 역삼동에 장소를 빌렸어요. 40명 정도는 꾸준히 모였던 것 같아요. 오늘이 중곡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두 번째 드리는 예배인데요, 몇 주 오시다가 안 오시는 분도 있고, 새로 오신 분들도 있네요.

- 교인이 40~50명 정도 유지된다고 하셨는데요. 청취자 수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기도 합니다. 교회를 부흥시키고 싶다는 욕심은 없나요?

청취자 중에 잠깐 다녀간 사람들이 100여 명은 될 거에요. 왔다가 교회를 이끄는 리더십이 없으니까 그냥 가요. 불편하니까. 그런데 만약 제가 카리스마를 가지고 전통적인 유형의 교회를 세우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방송에서는 개혁적이고 새로운 교회를 말하면서, 목사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전통 교회와 같은 교회를 왜 세우겠어요.

개인적으로는 교회가 빨리 자리를 잡는 편이 안정적이고 좋죠. 그런 부분은 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기본적으로 느린 템포로 가는 것에 동의해요. 교회 운영하는 멤버들도 몇 번 바뀌는 과정을 거쳤어요. 그러면서 의사소통도 더 활발해지고 자발적으로 교회 일에 참여하는 횟수도 느는 것 같아요.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직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시스템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교회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 양희삼 목사는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9년간 군목으로 사역했다. 그때 만난 군종병 청년과 만남을 이어 오다 팟캐스트 '내가 복음이다'를 함께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보수 성향의 신학대를 나오신 분치고 교회관도 좀 다르고, 한국교회 개혁을 적극적으로 외치고 계신데요. 기존 교회 생태계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학교를 다닐 때부터 목사로서 부르심에 대한 고민을 많았어요. 학교 채플 시간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해외로 선교하러 가라는 거예요. 저는 아무리 유명한 선교사가 와도 꿈쩍하지 않았어요. 저한테는 부르심이 한국교회 회복에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교회가 우리 민족과 나라에 도움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를 많이 했어요.

- 보통 보수적인 신앙 배경을 가진 분들은 그런 관심이 구국 기도회나 반공주의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정반대의 말씀을 하시는데요. 사회에는 어떻게 관심을 보이게 된 건가요?

복음서를 읽으면서 주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계신지 곱씹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됐어요. 예수님은 계속해서 가난한 자, 고아와 과부, 사회에서 소외된 자를 돌보라고 말씀하세요. 성경을 읽으면서 놓칠 수 없는 진리였어요.

청취자들이 저보고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게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위에서 얘기했듯이 예수님은 늘 낮은 자의 편이셨어요. 지금 한국교회가 이상한 거죠.

- 팟캐스트 방송하면서 카타콤교회에서 말씀도 전하시는데요, 방송을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한국교회 회복을 생각하면서 신학을 공부했는데 제 삶을 길게 놓고 보면 팟캐스트가 그 길의 일부가 됐어요. 처음에 방송이 끝나고 교계에서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환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방송하면서 '이제 나는 교회는 청빙이고 뭐고 끝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하지만 방송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내복단' 카페 통해 격려 메시지도 많이 받았고요. 어떤 날은 한 청년이 자기 결혼식 축의금 전부를 카타콤라디오에 기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방송 덕분에 삶이 통째로 변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정말 감사하죠.

방송에서 제 별명이 '삼프로' 양희삼 목사입니다. 한국에서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 중 3%만 성경이 말하는 진리에 관심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그 사람들을 잘 격려하고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당신들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 목사로서 사역 방향이 바뀌었어요.(웃음)

▲ '내가 복음이다'는 매주 업데이트된다. 왼쪽부터 이지혜 씨, 양희삼 목사, 김지명 PD, 신명환 전도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 '내가 복음이다' 시즌2가 방송 중입니다. 방송의 지속성이나 콘텐츠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요.

시즌1에서는 메시지를 위주로 방송했어요. 복음이 가진 본질적인 의미를 풀었죠. 제가 군대를 제대하고, 목회지가 없어 헤매던 시기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쓴 책이 있는데요, 그 책이 주재료였어요. 시즌2에서는 성경 지식을 주로 전달했습니다. 교회와 성도가 회복되려면 결국 말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시즌3에서는 '행동하는 복음'이라는 걸 말해 보려고 해요. 방송을 듣고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자는 거죠. 시즌3에서 하려는 건 저희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역량이 부족하니까요. 청취자들 중에 저희가 하려는 일을 이미 하고 계신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래서 같이 하려고 조율하고 준비 중입니다. 일반 PD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방송을 만들까 고민하듯이 저희도 계속 고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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