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들이 10월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이화여고에 모인다. 제3회 '작은 교회 박람회'를 준비하는 이들과 좌담을 진행했다. 지난해 박람회를 평가하고, 앞으로 작은 교회 운동이 나가야 할 길을 짚어 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생명평화마당은 지난 3년간 작은 교회 박람회를 통해,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을 추구하는 교회를 소개해 왔다.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다양한 교회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가나안 교인에게 "이런 교회도 있다"고 알렸다. 해를 거듭할수록 박람회의 규모는 커지고 있고,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관심도 높다.

장신대는 가을 사경회가 열린 지난 9월 10일, 미니 박람회를 열었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은 교회 박람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해 왔다. 매년 목회 현장 실습을 하는 한신대 신대원은, 박람회에 참여한 교회와 단체에서 실습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생명평화마당, 10월 9일 제3회 '작은 교회 박람회')

작은 교회 박람회에 대한 인지도는 오르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드러났다. 예상과 달리, 박람회에 참여했던 작은 교회들 간의 교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생명평화마당은 지난 7월 사무국을 조직하고, 작은 교회들의 연대를 돕고 지속적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박람회를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제3회 작은 교회 박람회 개최 일주일을 앞두고 <뉴스앤조이>는 박람회를 준비 중인 이들을 만났다. 박람회 준비위원장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조직위원장 김영철 목사(생명평화마당 실행위원장), 프로그램위원 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 이정배 교수(감신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박람회를 평가하고, 앞으로 작은 교회 운동이 나가야 할 길을 짚어 봤다. 좌담은 10월 1일 <뉴스앤조이>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기구 상설화, 작은 교회 운동 조직적 전개

- 작은 교회 박람회가 3회째를 맞았다. 지난해에 열린 박람회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 방인성 목사는 작은 교회 박람회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크다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방인성 목사(방인성) / 예상보다 작은 교회 운동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컸다. 많은 목회자와 신학생, 교인들이 박람회를 찾았다. 이렇다 보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든다.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가 대안이다'는 우리의 슬로건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해 나갈 생각이다.

김종일 목사(김종일) / 지금까지 계속 작은 교회 박람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굉장히 유익하다. 가나안 교인들도 많이 찾아온다. 무엇보다 다른 관점을 지닌 교회와 단체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진보와 보수 진영에 있는 교회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데, 작은 교회 박람회라서 가능했다. 지난해 박람회 닫는 예배 때,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함께 예배했는데 개인적으로 큰 감동이었다.

김영철 목사(김영철) / 작은 교회 박람회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대부분의 작은 교회는 굉장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작은 교회를 지향하자"고 말하는 게 쉽지 않았다. 생명과 평화를 추구하는 작은 교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한데, 아직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3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성장만을 추구하는 기존의 가치관에서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의 목회적 전환이 일어나고 바뀌기를 바란다.

이정배 교수(이정배) / 자본주의 폐해가 극에 달한 시대에서 작은 교회 운동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보이지 않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작은 교회들이 있었기에, 작은 교회 운동도 가능했다. 고마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작은 교회가 서로 연합하고 내실을 다지길 바랐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지금까지 교회와 단체에 "박람회에 와 달라"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 '터닝 포인트'를 만들 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방인성 / 동의한다. 우리에게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박람회를 통해 성장·성공주의에서 탈피한 이들의 고민을 충분히 확인했다. '교회란 무엇인가', '목회자는 교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어떤 사역을 해야 하는가' 늘 고민한다. 이런 고민들을 어떻게 잘 엮어 나갈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또,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한국교회에서 '생명과 평화'라는 구호를 복음을 드러내는 소통의 언어로 풀어내는 과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회 간의 연대 문제인데,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교회 안에 팽배한 개교회주의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해야 한다.

- 작은 교회 간의 연대가 부족했다고 공통된 의견이 나왔는데, 어떻게 개선해 나갈 생각인가.

▲ 생평평화마당은 지난 7월, 사무국을 신설하고 작은 교회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정배 교수는 앞으로 사무국이 주도해 연대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정배 / 지난 7월, 사무국을 신설하고, 작은 교회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작년 박람회 참석자들에게 작은 교회들의 정보가 담긴 자료집을 제공한 적 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길 바라는 차원에서 한 것인데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앞으로 사무국이 주도해 연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또, 생명 평화 교회를 위한 목회적 아카데미도 진행할 것이다. 내용(이론)이 있어야 작은 교회 운동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갈 생각이다.

김영철 / 우리가 네트워킹(연대)을 강조하는 이유는 운동의 '확산'과 관련이 있다. 지역 교회 안에서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면, 작은 교회 운동은 금세 퍼져 나갈 수 있다. 서로 힘을 모으면 더 큰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교회가 있다. 10월 13일 대전에서 지역 NCC(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관하는 작은 교회 박람회가 열린다. 15개 교회가 참여하는데, 생명평화마당이 컨설팅을 해 주기로 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박람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작은 교회 박람회를 향한 신학교의 반응이 좋은 편인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영철 / 작은 교회 운동에 신학교가 먼저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신학생들은 살길이 막막하고 갈 데가 없다고 말한다. 장신대 사경회 기간에 만난 한 학생은 "신학생 300명 중 10%만이 전임전도사로 갈 수 있다"고 하더라. 30년 전 신학생이었을 당시, 나와 동기들은 교회를 골라 갔다. 과거에 비해 교회는 폭풍 성장했는데 정작 임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그간의 교회성장의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그야말로 1%를 위한 성장에 불과하다. 어쩌면 성장의 허구라고도 본다.

방인성 / 특강이나 좌담을 통해 만난 신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들 마음에 '대형 교회'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을 느낀다. 성공한 목사일수록 화려해 보이고, 또 큰 교회에서 목회가 성공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신학교가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박람회를 통해 신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신학대학이 해결해야 한다. 생명·평화적 작은 교회, 대안 목회와 관련된 커리큘럼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이정배 / 현실 문제와 싸워서 이겨 내려는 신학생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한신대와 장신대도 하는데, 정작 감신대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웃음)

- 작은 교회 운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다른 교계 단체와 협력할 계획은 없는가.

▲ 이번 박람회에는 70개 교회, 30개 단체가 참여한다. 김종일 목사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교회와 단체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종일 / 저변 확대를 위한 논의는 꾸준히 하고 있다. 지향점이나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에 연대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서로 교제도 해야 하고. 그래서 서두르는 것보다 조금씩 관계망을 넓혀 가는 게 좋다.

알다시피, 교계에는 진보·보수 진영이 있다. 지난 2012년 WCC(세계교회협의회) 부산 총회를 치르면서, 양 진영 사이가 멀어진 것을 느꼈다. 그런데 작은 교회 박람회를 통해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각 진영에 있는 교회들이 어우러져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작은 형태지만, 다시 한국교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아닐까 기대한다. (관련 기사: 작은 교회 박람회, '행사'에서 '운동'으로)

김영철 / 박람회를 앞두고 교회론과 관련한 심포지엄을 매번 개최해 왔다. 결정적인 학술 심포지엄은 2013 생명평화마당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청어람ARMC와 함께 한 '탈성장시대의 교회론'이었다. 그러기에 교회론에 관한 신학적 작업과 교회 운동은 같이 가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심포지엄 주제를 하나로 잡고 공동 연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적 교회론' 정립을 위한 신학 작업을 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 있는가.

방인성 / '한국적 교회론'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서구 문화와 자본주의에 침식 당한 한국교회는 새로운 교회론, 즉 한반도에서 성서가 말하는 교회가 어떤 모습이며 어떤 사명이 있는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성공주의에 물들었는데, 이는 성서에 나오는 복음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복음의 본질은 생명과 평화다. 한반도 상황과 문화에 걸맞은 교회론을 정립하기 위해 신학자, 목회자, 각 분야의 학자와 활동가들이 함께 논의하기를 제안 한다. 앞으로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까지 두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모여 논의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작은 교회 운동은 조직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김영철 목사는 "교회가 바뀌어야 사회가 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교회 운동의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영철 / 많은 목회자는 자리가 없어서 절망하고, 패배주의에 빠진다. 현장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신학생들은 우왕좌왕한다. 기성 교회만을 고집한 결과다. 한국 상황에 맞는 신학 이론을 정립하면서 대안 사역을 펼치는 다양한 작은 교회를 소개하는 책도 나와야 한다.

이정배 / 지난해 방한한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복음화되지 않으면 세상의 복음화도 없다"고 말했다. 복음화라는 것은 생명과 평화를 만드는 일이다. 사회든 교회든 복음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교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이론 작업이 필요한 것에 동의하고, 신학자뿐만 아니라 목회자들도 참여했으면 한다.

생명·평화, 작은 교회로부터

작은 교회는 규모의 '작음'을 숭상하지 않는다. 생명과 평화를 일등 가치로 삼는다. 한국 사회가 풀어내지 못한 숙제가 바로 생명과 평화가 아닐까. 김종일 목사는 "세월호 참사와 남북통일, 환경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생명·평화 문제가 있다. 교회가 세상으로 들어가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했다.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운동은 앞서 언급했듯이, 탈성장·탈성직·탈성별과 관련이 깊다. 기성 교회의 문화와 관습을 거부한 채, 복음의 본질을 좇는다. 추구하는 뜻은 하나지만, 작은 교회 형태는 다양하다. 분립하는 교회, 민주적 정관 만드는 교회, 마을 만드는 교회, 성 소수자를 위하는 교회 등이 있다. 10월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이화여고에 오면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여러 교회와 단체를 만날 수 있다.

▲ 제3회 '작은 교회 박람회'는 10월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이화여고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